참여연대는 19일 서울 서초동 공정거래위원회 서울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동통신사들의 LTE 요금제 및 LTE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와 관련한 담합 및 폭리 의혹에 대한 조사' 요청서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했다.
지난해 말 앞다퉈 보조금 경쟁을 벌인 이통사들은 지난 1~2월 방송통신위원회의 제재로 순차적인 영업정지를 당했다. 하지만 한 이통사가 영업정지에 들어갈 때 가입자를 빼앗으려는 다른 이통사들의 보조금 지급이 더욱 기승을 부려 보조금 제재의 효용성과 함께 이동통신 시장 규제 전략을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청와대까지 나서 보조금 과다 지급 현상에 우려를 표하면서 방통위는 보조금 경쟁을 주도한 사업자를 집중 처벌함으로써 과다 지급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값비싼 스마트폰 요금제를 감수하면서 보조금을 받아 최신형 단말기를 받아온 소비자들 처지에서는 보조금만 규제하면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단말기 가격만 더 높아질 수 있다는 불만이 나올 수 있다.
결국에는 이통사들이 보조금 경쟁에만 돈을 쏟아 붓게 한 현실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핵심은 요금제다. 이동통신 시장이 열린 후 지금까지 고질적인 문제로 남아온 요금제 담합 의혹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이통사들은 앞으로도 가입자 뺏기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게 되고, 불법 보조금 논란도 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참여연대는 회견문에서 "과도한 보조금은 절대적으로 비싼 요금제와 장기간 가입 약정으로 이어지고 있고, 이것이 바로 재벌 통신 3사의 굳건한 매출 증대 전략이기에 보조금 사태가 근절될 수 없다"며 "방통위와 공정위 등이 모두 나서서 단말기 출시 및 유통 과정과 이동통신 3사의 가격 뻥튀기, 담합 및 폭리를 근절하는 것이 국민의 부담도 줄이고 보조금 사태의 되풀이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왼쪽)이 19일 공정거래위원회 서울사무소가 있는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조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동통신사들의 LTE 요금제 담합 의혹 조사를 요청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프레시안(김봉규) |
"담합 정황은 충분"…규제 당국은 '침묵'
이통사들의 요금제 담합 의혹은 그간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가격과 이용 조건을 단 요금제가 출시되면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사실상 같은 가격 경쟁력을 가진 통신 서비스로 인식됐다. 가격을 통한 경쟁이 불가능하니 소비자들은 번호 이동, 기기 변경 보조금의 액수에 따라 통신사를 바꾸거나 유지할 뿐 요금제를 비교해 선택하는 것은 사실상 의미가 없었다.
이통사들이 지난 1월 앞다투어 발표한 LTE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일정량의 데이터를 다 쓰면 이통사가 속도 제한을 할 수 있어 방통위가 '데이터 무제한'이라는 용어를 쓰지 말 것을 권고해 각 사에 따라 요금제 명칭이 조금씩 다르다) 역시 통신사 간의 차이가 거의 없어 빈축을 샀다.
LG유플러스가 월 9만5000원~13만 원에 이르는 'LTE 데이터 무한 자유' 요금제를 발표하자 KT는 같은 날 똑같은 요금제를 발표했고, 하루 뒤 SK텔레콤도 10만9000원 요금제를 신설해 대열에 합류했다. 참여연대는 "이통 3사의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의 구성을 보면 가격 결정에 대한 담합의 가능성은 매우 농후하다고 할 수 있으며, 그 서비스의 구체적인 내용 및 출시 시기 등의 정황 또한 담합을 의심키에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이러한 지적이 한두 번 반복된 게 아닌데도 규제 당국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점이다. 참여연대가 지난 2011년 4월 이미 공정위에 이통사들의 담합 의혹을 조사해 달라며 신고서를 제출했지만 공정위는 지난 1월 "담합 증거나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짤막한 입장을 낸 데 그쳤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공정거래법(19조 5항)에 따르면 (확실한 증거가 없어도) 의심되는 정황이 있을 때 담합으로 추정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이 있다"며 "LTE 요금제 출시일자나 금액만 봐도 정황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날 공정위 서울사무소가 있는 서울지방조달청 앞 주차장에서 기자회견이 열리자, 공정위 관계자가 나와 "신고서는 (공정위 본부가 있는) 세종시에 내라"며 진행을 방해하기도 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신고서는 서울사무소 총괄과에 접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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