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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놈놈

[한윤수의 '오랑캐꽃']<382>

파란 우산, 깜장 우산, 찢어진 우산은?
우산 세 개가 나란히 걸어가는 모습이다.

그럼 노랑머리, 깜장 머리, 박박 깎은 머리는?
머리 세 개가 나란히 걸어가는 모습일까?

아니다.
머리 한 개가 왔다리갔다리 변하는 모습이다.
볼 때마다 변한다.
감당이 안 된다.

패션모델인가?
아니다.
베트남 노동자다.

왜 변할까?
모르지.

그는 부도난 회사에서 임금을 못 받아 처음 찾아왔었다.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고서!

부도난 회사에서 돈을 받으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
최소한 석 달!
하지만 그는 기다리려 들지 않았다.
매일 밤 전화로 베트남 통역 요안을 괴롭혔으니까.
"왜 빨리 안 주냐구?"

나는 일차로 경고했다.
요안에게 전화하지 말 것!

그러자
놈은 방향을 바꾸어 나한테 전화 걸기 시작했다.
(놈이라고 할 밖에,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전화 방법도 바꿨다.
여자 친구를 시켜 하거나, 술 먹고 직접 하거나.
놈은 핸드폰이 3개나 되었다!

화가 나서 센터로 오라고 했다.

놈의 머리는 새까맣게 염색되어 있었다.
어쭈?
또 바꿨어!

짐짓 최후통첩을 발했다.
"딴 데 가서 알아 봐. 너 같은 놈은 못 도와 줘."
놈은 비로소 빌었다.
"전화 안 할 게요."
머리를 빡빡 민 건 그 직후였다.

침묵 모드로 들어간 놈은,
마치 삭발 단식 중인 정치인처럼 보였다.

결국
5백을 받았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을
합친 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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