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사상 최초, 화기애애한 어깨동무
종편 진출 4개 신문사는 조선TV, JTBC, 채널A, MBN 등 자사가 런칭한 채널을 띄우기 위해 오늘 저녁 대대적인 축하 쇼를 계획하고 있다. 1부 공식행사는 오후 5시 30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2부 축하공연은 안암동 고려대 화정체육관에서 각각 초대형 버라이어티쇼로 진행될 예정이다.
언론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 종편채널 4개사의 출범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그리고 종편 채널이란 비행기가 순탄하게 이륙하여 안전한 운항을 하기 바란다.
이 시점에서 종편의 태동과정을 한 번쯤 점검하고 그에 대한 평가와 함께, 앞으로 종편 채널이 어떻게 항로(航路)를 잡아갈지에 관해 조망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종편 채널 도입은 시작부터 단추가 잘 못 꿰졌다. MB정권 들어서 제기되기 시작한 신문·방송 겸영허용 담론은, 대다수 언론학자와 시민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부 어용학자들을 바람잡이로 내세워 겸영 허용 쪽으로 가닥을 잡아갔다.
▲미디어법이 날치기 되던 당시 국회는 아수라장이었다. |
종편 채널, 편법 날치기로 무더기 허가
2009년 2월 2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 고흥길(분당 한나라당)은 제6차 전체회의 도중 "미디어법 등 22개 법안을 직권 상정한다. 이에 대해 민주당 전병헌·이종걸 의원 등이 제지에 나서자, 고흥길은 의사봉을 두드리지 못한다. 국회 의사법에 명백한 미달. 따라서 원천 무효.
고흥길의 직권 상정의 변(辯) 역시 논란의 소지를 낳았다. 그는 미디어법을 포함한 22개 법안을 "직권 상정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얘기는 미래의 의지를 나타낸 것일 뿐 실제 '상정'이 아니기 때문. 여기에 당시 문광위 한나라당 간사였던 나경원은 "상정할 수밖에 없다는 말은 상정하겠다는 말"이라며 "국회법 77조에 따른 직권 상정 절차에도 문제가 없다"고 변죽을 울린다. 나경원은 판사 출신이다.
법 통과되자마자 하이에나 式 돌진
종편 채널 신설의 근거가 될 미디어법은 상임위 직권상정-편법 통과 후 무려 5개월을 끌면서 펜딩되다가 7월 22일 역시 한나라당의 날치기에 의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다.
파장은 컸다. 헌법재판소는 그 해 10월 29일 여당의 날치기 처리로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에 대한 권한침해가 있었다며 국회에 자율 시정의 기회를 부여했다. 그러나 정부·여당은 "헌재가 언론법을 '무효'라고 판단하지 않았다"며 사업자 선정 작업을 강행했다.
이에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이 다시 김형오 당시 국회의장을 상대로 부작위 소송을 제기했지만, 헌재는 2010년 11월 25일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후 종편 채널 출범은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다. 조·중·동·매의 볼썽사나운 대(對) 정부 로비 공세, 자사가 종편 진출의 최적임이라는 각자의 견강부회(牽强附會)식 아전인수, MB 정권의 수하(手下)인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의 적극 동조가 3박자로 어우러진 가운데, '종편채널 창출 작업'은 졸속적, 기형적으로 진화한다.
하지만 그건 종편 진출 매체 간 이전투구의 서곡(序曲)이었다. 아직 방송 송출 준비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상태에서 4사는 각자 자신이 최고 경쟁력의 방송매체를 만들어낼 거라고 허풍을 떨기 시작한다.
▲지난 11월 1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TV조선의 채널 설명회. ⓒTV조선 |
물밑 작업으로 기존의 지상파 TV, 프로그램공급자(PP), 종합유선방송국(SO), 연예엔터테인먼트 등에 산재한 인력을 빨아들이며 방송 시장을 교란시키는 한편, 기존의 방송광고 시장에 대해서도 분탕질을 한다. 초호화판 채널설명회(CR)를 비롯, 광고주들과의 골프 향응 등 각종 방법을 동원한 융단 폭격에 이르기까지.
좋은 채널 확보 위해서도 이전투구
종편의 성패가 달린 주요 요소의 하나인 좋은 번호(채널) 확보 역시, 이들이 심혈을 기울인 작업. 여기에선 향후 치열한 쟁투를 벌일 SO와 초기 신경전으로 일합(一合)을 겨룬다. 그 결과 개국일 하루 전인 어제서야 전격적으로 채널 배정이 이뤄진다.
이에 따라 JTBC(중앙일보) 15번, MBN(매일경제) 16번, 채널A(동아일보) 18번, TV조선(조선일보)이 19번을 배정받았다.
정부(방통위)나 종편 4사 공히 번갯불에 콩 볶아 먹는 데 달인의 면모를 보인 셈이다. 아니 모두 토끼의 DNA를 가진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는 초특급 분탕의 절정(絶頂).
그렇다면 오늘 저녁 개국축하 쇼에서 터트릴 샴페인은 진정 축배가 될 것인가?
KBS 2TV, MBC, SBS 등 전국망(SBS는 수도권 한정) 지상파 3사의 광고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다. 따라서 새로 TV 시장에 뛰어든 종편 4사는 먹을 파이가 별로 없다.
파이를 키우기 위해선 4사가 기획한 치졸한 시나리오를 액션에 옮겨야 한다.
오늘자 <한겨레> 1면 톱 '조중동 종편 동시 개국…여론·민주주의 질식 위기' 기사를 보자.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등 보수신문이 만든 종합편성채널(종편) 4곳이 1일 일제히 개국한다. 2009년 7월 한나라당이 신문과 방송 겸영을 전면 허용하는 내용의 언론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날치기 통과시킨 이후 28개월여 만이다. 현 정부의 전폭 지원을 업고 태어난 조중동 종편은 한국 사회의 여론 다양성 및 방송의 공공성을 질식시키고 민주주의 기반을 심각히 훼손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략)
지난 10년 동안 정체되어 있는 방송광고 시장에서 종편 4곳의 출현은 여론 다양성의 토대가 되는 작은 매체의 생존에 치명적 위협으로 작용한다. 박원기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 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종편 출범과 광고시장 변화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서 종편 4사 및 새 보도전문채널 한 곳을 합한 내년 전체 광고비를 6038억원으로 전망했다. 대신 신문에서는 469억원, 라디오에서 110억원, 잡지에서 30억원의 광고비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강택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거대 신문을 등에 업은 종편이 신문광고에 이어 방송광고까지 빨아들인다면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를 대변해온 중소 매체는 말라죽는 수밖에 없다. 정부가 종편 특혜로 여론 다양성을 후퇴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언론단체의 강한 반대에도 종편한테 주어진 광고 직접영업 특혜는 방송 보도와 영업의 칸막이를 허물면서 방송 공공성의 토대를 크게 약화시킬 것이라는 분석이다. 광고시장에서는 직접영업에 따른 폐해가 이미 나타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동아일보사가 대주주로 있는 종편 <채널에이>는 지난달 주요 광고주에게 제공한 '프로그램 가이드' 책자에서 뉴스 등 보도프로그램 광고 상품을 소개하며 "보도상품 패키지(광고)를 진행할 경우, 30분짜리 국내 제작 '광고주 맞춤형 특별기획 프로그램'을 제작·방송하겠다"고 약속했다. 자사 보도 프로그램의 앞뒤 및 중간광고를 묶어서 구매하면 해당 기업을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을 만들어주겠다는 뜻이다. 광고와 프로그램의 맞교환인 셈이다. (중략)
상업방송인 종편 4곳이 과도한 시청률 경쟁에 몰입하면서 방송 콘텐츠의 저질화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김승수 한국언론정보학회 회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방송시장에서 새로 등장하는 4개의 종편은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드라마와 연예·오락 등 방송 콘텐츠의 선정성 경쟁, 상업주의 경쟁으로 방송의 공공성이 크게 위축될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뿐인가?
조·중·동·매는 통합 건강보험 분쇄 기도와, 의료영리법인 도입 등을 통해 인위적인 파이 키우기를 노골적으로 기도하고 있다. 그래야 부자보험 상품 광고, 의료영리법인 광고, 전문의약품 광고라는 커다란 파이가 새로 창출되기 때문. 그로 인해 서민들이 의료 사각지대로 몰려 건강이 피폐되든 말든 그들로선 아랑곳없는 거다.
기사 엿바꿔 먹기로 파이 키워
대표적인 사례가 <중앙일보>. <중앙일보>는 지난 7월 11일자 1면 및 간지, 7월 13일자 간지 '메디컬 코리아, 해외서 배운다' 시리즈를 통해 의료영리법인이 도입되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호들갑을 떤다.
북한까지 합해봐야 22만㎢밖에 안되는 조막만한 나라에서, 이미 지상파와 케이블로 포화가 된 방송시장에 재벌언론과 언론재벌에 어거지 특혜까지 선사하면서 굳이 종편 채널을 허가한 정부의 단세포적 발상, 그리고 부패 언론과의 동침.
아무튼 그런 난장판 속에 오늘 드디어 종편은 개국한다.
그리고 사이좋게 어깨동무하면서 축하 쇼를 벌일 예정이다.
하지만 오늘 저녁 쨍그랑 하는 건배가 그들의 바람대로 진정 축배가 될까? 일각에선 벌써부터 독배(毒杯)가 될 축배를 염려하고 있다.
※ 다음 회는 <MB 정권 3대 비리 의혹 ③ 종편 비리 中 <기득 카르텔의 생존 꼼수'>가 나갑니다. 필자의 이메일 주소는 blest01@daum.net 입니다. 기사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 분은 주저말고 메일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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