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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물치 붕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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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물치 붕어

[한윤수의 '오랑캐꽃']<428>

가물치 붕어?
뭐야?

시초(始初)는 가물치 양식장에 먹이로 넣어준 작은 붕어다.
대부분 가물치에게 잡아먹힌다.
글자 그대로 먹이니까.
하지만 살아남는 놈도 있다.

이 살아남은 놈이 소위 가물치 붕어다.
특징은 날씬하고 빠르다.
그래야 안 잡혀먹지!

가물치 사이에서 붕어는 계속 도망치며 살아간다.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자란다는 게 신기하다.
그 작은 붕어가 커서 월척(越尺)도 되니까.

낚시꾼들은 이 가물치 붕어를 최고로 친다.
웬만한 낚싯대는 부러진다.
손맛이 죽인다.

그런데 이 붕어에게도 약점이 있다.
스트레스 받고 견디는 데는 천하장사지만
평화로운 환경에서는 맥을 못 춘다.
이를테면 천적이 없는 작은 연못에 집어넣으면
지루해 죽겠다는 듯 힘없이 가생이로 떠다닌다.

가끔 내 자신이 가물치 붕어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지난 4년을 돌아본다.
첫 해는 돈도 못 받고 떠난 캄보디아 여성 랭유린 외 8명 때문에 스트레스를 엄청 받았다. 1년 내내 걸려오는 국제전화에 괴로웠는데 형사처벌 직전에 돈을 받는 바람에 고통이 끝났다.
둘째 해는 재판에 이겼지만 경매가 번번히 유찰되는 바람에 속상해 찾아오는 베트남인에게 시달렸고, 셋째 해는 필리핀 여성이 성추행을 당해도 처벌할 방법이 없어서 속을 끓였으며, 넷째 해는 국제 사기에 당해 노예계약을 맺고 오는 태국인들 때문에 잠을 못 잤다. 또한 최근에는 폭행을 당하고도 오히려 불법체류자가 될 위험에 놓인 베트남인을 구하려고 40일 동안 애간장이 녹았다.

하면 지금은?
비록 며칠 못 가겠지만,
이렇다 할 대형 사건이 없어 평화롭다.
하지만 맥이 풀리는 게 영 살 맛이 안 난다.
지루해 죽겠다.

난 역시 스트레스를 받고
아드레날린이 팍팍 솟아야
사는 거 같다.

영락없는
가물치 붕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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