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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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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의 편지

[한윤수의 '오랑캐꽃']<280>

조선일보에 *인터뷰 기사가 나간 후 너무나 많은 편지를 받았다.
뜻밖에 편지 보낸 이들이 대부분 한국인이다.
내용은 주로 체불임금에 관한 질의다.

두 가지 점에서 놀랍다.
1. 임금 못 받은 한국 사람이 너무 많다는 것!
2. 그럼에도, 배운 사람들조차 해결방법을 너무 모른다는 것!

편지 하나를 보자.

"(전략)...... 다름이 아니라 저는 외국인은 아니지만 저도 월급이 밀렸고, 지난 0월 0일 퇴사했는데, 아직까지 월급을 지급받지 못했습니다.
노동부에 신고할까 생각했는데,
사람들이 말하기를 요즘 사장님들은 벌금을 내도 월급 주는 거보다 싸게 마무리가 되니까 그냥 월급 안 주고 벌금 내고 만다네요.
가만있으면 줄지도 모르는데 괜히 신고하면 벌금으로 끝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신고를 주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냥 포기할까도 생각했지만, 제 입장에서 굉장히 큰돈이라 포기가 안 됩니다. 어떻게 할까 계속 고민하던 차에 소장님 기사를 보고
소장님과 한번 얘기를 나눈 후에 신고를 해도 해야겠다 싶어서..... (후략)"


충격이다.
한국말 잘 하고 한국 법을 아는 사람들이 체불임금을 어떻게 받는지 모르다니! 잘못 알고 있는 게 너무 많고, 아주 간단한 상식조차 없다. 한국인은 스스로 잘 해결한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다!
더구나 한국인이 되어가지고 어디 하소연할 데가 없어서 이 촌구석에 있는 외국인센터에까지 편지를 보내나?
혹시 정말로 하소연할 데가 없어서 보낸 거라면 진짜 문제 아닌가?
안 그렇다고 믿지만,
만일 실제로 그렇다면 너무 민망하고 가슴이 아프다.

한국인의 질문은 대략 7가지로 나눌 수 있다.

질문 1. 노동부에 가는 게 좋은가, 안 가는 게 좋은가?
답 : 가는 게 백번 옳다. 그래야 법적으로 채권이 확정된다. 또한 노동부에 가야 사장님이 심리적 압박을 받으므로 빨리 받는다.

질문 2. 사장님이 벌금만 내면 그만이라고 위협하는데 그래도 노동부 가야 하나?
답 : 무조건 가야 한다. 사장님 입장에서 벌금은 금액이 많건 적건 형사처벌이라 두려운 거다. 호적에 빨간 줄 가니까. 또한 사장님은 벌금만 내고 끝낼 수도 없다. 민사소송이 들어오면 돈을 줄 수밖에 없다. 법이 그렇다.

질문 3. 노무사에게 의뢰해야 하나? 노무사비 많이 나올까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다.
답 : 무지무지무지하게 복잡한 경우이거나, 회사가 도산한 경우가 아니라면 노무사한테까지 갈 필요 없다. 한국말 잘하는데 뭘 걱정하나? 노동부 가서 그냥 얘기만 하면 된다. 체불은 간단한 사건이다.

질문 4. 만일 노동부에서 안 주면 법원까지 왔다 갔다 해야 한다는데 귀찮지 않을까?
답 : 체불사건은 90퍼센트가 노동부 선에서 해결된다. 만일 노동부에서 해결 안 되고 법원까지 간다 하더라도 걱정할 거 하나 없다. 노동자의 체불임금은 법률구조공단에서 무조건 무료로 도와주게 되어 있다. 어느 법원이나 청사 앞에 법률구조공단 사무실이 있으므로 거기 한 번 가면 된다. 절대로 왔다 갔다 하지 않는다.

질문 5. 법원 가면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까?
답 : 노동자의 임금은 대개 소액재판이다. 길어야 서너 달이다. 법률구조공단에 맡기고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질문 6. 형사조정이라는 게 있는가 본데, 거기 왔다 갔다 한다면 귀찮지 않을까?
답 : 귀찮을 거 없다. 형사 조정은 검사가 형사 기소하기 직전에, *민간인으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돈 좀 덜 받고 끝내는 게 어떠냐?"하고 쌍방에 권고하는 수순에 불과하다. 법적 강제조항은 아니므로 응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내 돈 다 받고 싶으면 "나 형사조정 필요 없어요."하고 말하면 그만이다. 전화가 왔을 때 대답하면 되지, 왔다 갔다 할 필요 없다.

질문 7. "처벌을 원하냐?"고 물어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답 : "처벌을 원한다!"고 말해야 돈 받는다. *내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데, (상대방이) 뭐가 무서워 돈 주겠나?

질문에 답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더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우리 센터의 홈페이지 '알림' 게시판에 올려주기 바란다. (비공개도 가능하다) (홈페이지 바로가기)

*인터뷰 기사 : 조선일보 2010년 8월 28일자 '박은주의 쾌설, 떼인 돈 받아드립니다'

*민간인으로 구성된 위원회 : 형사조정위원회는 학식과 덕망이 있는 지역사회의 유지들로 구성된다.

*내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데 :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말해서 돈 못 받는 이들이 종종 있다. 조급하게 굴지 마라.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말은 돈 받고 나서 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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