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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불로소득을 옹호하는 자,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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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부동산 불로소득을 옹호하는 자, 누구인가?"

[기고] 시장경제인가, 약탈경제인가

정부와 여당이 종부세와 양도세를 손볼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미 정부가 양도세 중과제도에 대한 유예방침을 밝힌 데 이어 한나라당 내에서도 종부세와 양도세를 감면해 부동산 시장의 침체를 막아보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가장 강력한 지지층인 강·부·자들의 이해관계가 직결됐을 뿐아니라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부동산을 통한 경기부양책뿐인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종부세와 양도세 폐지 혹은 감면에 목을 매는 것은 당연하다. 대부분의 부동산 관련 규제들을 전봇대 뽑듯 뽑아버렸음에도 불구하고 부동산시장이 대세하락으로 치닫자 부동산 관련 세금들을 없애거나 크게 줄여서라도 부동산 가격하락을 막아보겠다고 발버둥치는 정부와 여당의 몸부림이 한편으론 안쓰럽기도 하다.

부동산 가격을 결정하는 요소들

문제는 이들의 시도가 성공할 가능성이 거의 없을 뿐 아니라 시장경제와 조세정의에 정면으로 반한다는 사실이다.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은 매우 다양하고 복합적이다. 먼저 부동산 시장을 거시경제(금리, 환율, 무역수지, 경제성장률, 1인당 실질구매력, 실질 GDP 등)라는 기반 위에 놓인 건물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말을 바꾸어 말하면 부동산 시장이 거시경제 지표들의 영향을 매우 강하게 받는다는 의미이다. 이런 경향은 경제의 글로벌화가 심화된 2000년대 이후 한결 강화됐다. 기실 참여정부가 부동산 문제에 관한 한 역대 정부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철학과 정책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버블세븐 지역의 주택 가격 상승을 효과적으로 제어하지 못한 까닭 가운데 하나가 바로 경제의 글로벌화 현상 때문이었다. 일례를 들자면 전 세계적 유동성 과잉 같은 것이다.

이렇듯 세계시장으로부터 강하게 영향을 받는 거시경제지표들이 부동산 시장 바깥에서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한편, 부동산 시장 안에서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 역시 매우 다양하다. 언뜻 생각해봐도 공급(공급량-공급유형과 로케이션 등, 분양방식-원가공개, 후분양제, 청약제도 등), 수요(세제-보유세 및 양도세, 실질주택보급율 등), 금융(주택담보대출-LTV 및 DTI 관리), 주거복지, 개발이익환수장치(개발부담금, 재건축 규제 등)등이 있다. 부동산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정책옵션은 대개 부동산 시장 안에서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에 한정되기 마련이다.

이런 식으로 거시경제와 미시적 부동산 시장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보면 부동산 가격의 하락을 막기 위해 이명박 정부가 부동산 시장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정책옵션들을 거의 전부 사용하고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이유가 분명해진다. 글로벌 경제위기에 따른 실질구매력의 하락, 미래 경제여건에 대한 불안감, 선진국 부동산 시장 붕괴에 따른 학습효과, 버블세븐 지역 소재 주택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시장참여자들의 공감대 형성 등이 수요를 위축시키고 있는데 더해 공급과잉(2기 신도시 물량, 보금자리 주택 건설 등)까지 겹치니 부동산 시장이 대세하락 기조를 유지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 종부세와 양도세 중과를 폐지하거나 크게 후퇴시킨다고 해서 수요가 진작될 리 만무다. 정부와 여당은 부동산 관련 규제 대다수를 허문 후 가격이 급등했던 국민의 정부 시절을 그리워하는 모양인데 그 때와 지금은 거시경제여건과 부동산 시장 상황이 전혀 다르다. 더구나 이미 종부세는 정부·여당에 의해 흔적만 남은 상태다. 과세기준, 과세구간, 세율, 세부담상한선 등이 정부·여당에 의해 누더기가 된 지 오래다. 그 여파로 종부세 징수액도 2007년의 2조4000억 원의 절반인 1조2000억 원으로 줄었다. 양도세 중과제도도 시행이 계속 유예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도 혼수상태인 종부세와 양도세 중과제도에 사망선고를 한들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찾을 리 없다.

▲ 대부분의 부동산 관련 규제들을 전봇대 뽑듯 뽑아버렸음에도 불구하고 부동산시장이 대세하락으로 치닫자 현 정부는 부동산 관련 세금들을 없애거나 크게 줄여서라도 부동산 가격하락을 막아보겠다고 발버둥치는 중이다. 그러나 정부가 쓸 수 있는 정책에는 한계가 있다. 지금도 혼수상태인 종부세와 양도세 중과제도에 사망선고를 한들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찾을 리 없다. ⓒ뉴시스

부동산 세제 형해화는 시장경제와 조세정의를 정면으로 훼손

한편 부동산 세제 형해화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큰 폐해를 수반한다. 무엇보다 부동산 세제 형해화는 시장경제와 조제정의의 근간을 흔든다. 주지하다시피 공정하고 정상적인 시장경제는 불로소득 같은 지대추구행위를 금기시한다. 지대추구 행위가 만연하면 가격기구에 의한 재화와 용역의 자유로운 생산 및 교환, 기여에 대한 보상을 핵심으로 하는 시장경제가 동맥경화에 걸리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지대추구 행위가 바로 부동산 불로소득 추구다. 그런데 부동산 세제를 형해화하겠다는 건 부동산-정확히는 토지-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을 정부가 보장하겠다는 의미이다. 부동산 불로소득은 부동산의 소유 및 처분시에 발생하는데 이를 차단 및 환수하는 최적의 수단이 보유세 및 양도세 같은 부동산 세제이다. 따라서 부동산 세제를 무력화시키겠다는 것은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을 정부가 온전히 보장하겠다는 뜻이며, 이는 결과적으로 정부가 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꼴이다.

토지불로소득의 사유화는 토지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의 소득이 소유한 사람에게도 이전되는 것을 의미하는데 아래의 표를 보면 1998년부터 10년간 발생한 토지불로소득의 규모가 얼마나 큰 것인가를 알 수 있다.

▲ 주) * 불로소득과 불로소득 전체 징수액의 누계
** 불로소득 전체 징수액은 <취득과세+보유과세+이전과세+개발부담금>으로 구했음.

1998년부터 2007년까지 물경 2000조원이 넘는 토지불로소득이 발생했는데 이처럼 천문학적인 규모의 불로소득이 2006년 말 기준 민유지의 98.4퍼센트를 소유하고 있는 상위 10퍼센트의 사람들에게 집중됐다. 반면 조세 및 부담금을 통한 환수규모는 총 116조 원에 불과하여 환수비율이 5.8퍼센트 수준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처럼 토지불로소득이 만연한 나라에서 공정하고 정상적인 시장경제가 작동할 리 없다. 이런 경제체제는 시장경제가 아니고 약탈경제에 가깝다.

또한 토지불로소득의 사유화는 산업구조를 후진화 하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토지불로소득의 사유화는 산업구조를 건설업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토건형 구조로 만드는데, 토건형 산업구조는 세계적 흐름인 지식기반·기술기반경제구조에 역행하는 후진형 산업구조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0년 국내 총생산에서 건설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23.4퍼센트였는데 이는 선진 8개국 평균 13퍼센트와 비교할 때 월등히 높은 비중이다. 결국 부동산 세제 형해화를 통한 토지불로소득의 보장은 공정하고 건강한 시장경제와 국가경쟁력 모두를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부동산 세제 형해화는 조세정의에도 정면으로 반한다. 어떤 조세원칙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불로소득을 면세하고 근로소득에 과세하는 것을 조세정의라고 명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재화와 서비스를 열심히 생산하고 교환하는 행위에는 세금을 부과하고 투기를 통해 얻은 불로소득에는 감세를 해주는 정부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모를 일이다.

강·부·자들의 친구

위에서 살핀 것처럼 이명박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려고 하는 부동산 세제 형해화는 얻을 것은 전혀 없이 회복하기 어려운 손실만을 대한민국에 남길 것이 자명하다. 물론 부동산 세제 형해화를 강력히 희망하는 사람들이 대한민국에 있기는하다. 바로 강·부·자들이다. 강·부·자들이야말로 부동산 세제 형해화의 최대 수혜자들이다. 도저히 납득하기 힘든 부동산 세제 형해화를 추진하면서 이명박 정부는 자신이 강·부·자들의 친구임을 고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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