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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의 벌금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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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의 벌금Ⅰ

[한윤수의 '오랑캐꽃']<255>

외국인 노동자에게는 비자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 요게 잘못되면 불법체류자가 되니까.
하지만 비자 문제에 가장 서투른 것도 외국인 노동자다.
따라서 보통 회사에서 그들의 비자를 대신 관리하고 처리해준다. 회사는 직원을 관리할 책임도 있으니까.

싱캄은 비자를 연장해달라고 여권과 외국인등록증을 사장님에게 맡겼다.
그날 사장님은 비자를 연장했어야 한다. 비자기한이 끝나는 날이었으니까.
하지만 사장님은 출입국에 가지 않았다.
사장님 말씀인 즉,
"그날 무지하게 바빴거든요."
하지만 사장님은 그 이튿날도 출입국에 가지 않았다.
차일피일 미루다 출입국에 간 것은 31일이 지난 후였다.

출입국에서는 비자 연장을 한 달 이상 지체한 죄로 벌금 250만원을 부과했다. 싱캄 몫으로 100만원, 사장님 몫으로 150만원. 흔히 벌금은 *외국인노동자 2에 사장님 3의 비율로 부과된다.

ⓒ한윤수

이때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사장님이 벌금을 낼 수 없다고 뒤로 넘어진 것이다.
"난 못내."
"왜 못내요?"
"비자 연장은 네 책임이니까."
싱캄은 배신감을 느꼈다기보다는 황당했다.
사장으로서의 풍모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찾아볼 수 없었다.

결국 몸이 단 것은 싱캄이었다. 불법으로 계속 지낼 순 없으니까. 누가 내든 벌금을 내야 다시 합법이 될 거 아닌가?
그는 얼마 버티지 못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제안했다.
"사장님 벌금도 내가 낼까요?"
"그래. 네가 내."

그는 사장님 벌금 150만원까지 포함해서 250만원을 다 냈다.
이른 바 덤터기를 쓴 것이다.
그리고 회사를 그만두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난 게 아니었다. 싱캄이 나를 찾아왔으니까.
"벌금 대신 낸 거 억울해요."

나는 노동부에 진정했다.
체불임금 100만원과 대신 낸 벌금 150만원을 받아달라고.
감독관이 활약할 차례였다.
하지만 감독관은 임금은 받아주겠지만, 벌금은 자기 소관이 아니라며 손을 떼었다.

(내일 계속)

*외국인 노동자 2에 사장님 3의 비율 : 사장님의 벌금이 외국인노동자의 벌금보다 많은 것은, 비자 문제에 관해서는 (한국 사정에 서투른) 외국인노동자의 직접 책임보다 고용주의 관리 책임이 더 크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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