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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한국 핵무장론' 제기해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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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한국 핵무장론' 제기해 파문

문창극 주간, "핵에는 핵으로. 美전술핵 들여오거나 독자개발해야"

중앙일보의 문창극 논설주간이 북한 외무성의 핵보유 선언을 계기로 한반도 비핵화가 깨졌다며 우리나라도 미국의 전술핵을 들여오거나 독자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 파문이 일고 있다.

언론매체에서 북핵 대응책으로 미국 핵무기의 한국 재배치 또는 한국의 핵무장론을 공식적으로 주장한 것은 중앙일보가 처음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국민 모두가 안보불감증 걸려"**

문창극 주간은 22일자 중앙일보에 실린 '이상한 나라 코리아'라는 제목의 기명칼럼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문 주간은 우선 북한 외무성 성명후 우리 정부와 국민들이 보인 반응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북한이 핵보유를 선언한 이후 우리나라의 반응을 보면 참으로 이상하다"며 "북한이 핵을 가졌다고 선언했는데 우리 정부 관계자들은 '정말인지 두고 보아야 한다' '전에도 그런 말을 여러 차례 했다'며 우리가 '그렇지 않다'고 나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국민들에 대해서도 "우리 국민은 어떤가"라고 반문한 뒤 "어느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근 60%는 북핵 선언에도 불구하고 안보에 위협을 느끼지 않는다고 답변했다"고 개탄했다.

문 주간은 이어 "반면 미국과 일본이 들끓는다"고 미국과 일본의 부산한 대응을 소개한 뒤, "생각을 해보라. 북한이 핵무기를 가졌다면 누구에게 가장 쉽게 사용할 수 있는가. 바다 건너 일본인가, 태평양 너머 미국인가. 당연히 같은 하늘을 이고 있는 남한일 텐데 남한은 제일 태평하니 이상한 나라가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그는 "같은 민족이니까 봐줄 것이라고?"라고 반문한 뒤 "월스트리트저널이 사설에서 이 정부 주변에는 북한보다 미국을 더 안보의 위협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더니 그래서 북한에 이렇게 호의적인가"라고 정권에 대한 색깔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핵에는 핵으로"**

이처럼 정부와 국민의 '안보불감증'을 싸잡아 비판한 문 주간은 본격적으로 '핵무장론'을 펴기 시작했다.

문 주간은 "북한이 핵을 가짐으로써 지금까지의 안보개념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 온다"며 "우리는 비행기.전차.군함을 북한과 비교하는 것으로 안보의 기준을 삼았다. 소위 힘의 균형을 통해 전쟁을 방지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상대방이 핵을 가진다는 것은 재래식 힘의 균형이 폐기되는 것을 뜻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소는 덩치가 아무리 커도 작은 독사에 물리면 죽는다. 북한의 30배가 되는 경제력으로 각종 재래식 무기를 사와도 핵 한방이면 끝장이다. 북한은 그렇기 때문에 핵을 개발한 것이다"라며 "핵은 핵으로밖에는 균형을 이룰 수 없다"고 한국의 핵무장을 주장했다.

문 주간은 또 대북강경대응시 우려되는 전쟁발발 가능성과 관련해서도 "전쟁이 나면 어떻게 하느냐고 미리 겁먹지 말자. 전쟁까지는 길이 멀다. 그 전에도 수십 단계가 있다"며 "북한이 핵을 가지고서는 견디어 내지 못하도록 하면 된다"고 대북봉쇄 등 강경대응을 주장했다.

그는 또 햇볕정책과 관련해서도 "햇볕정책은 북한을 합리적인 대상으로 보게 만드는 데는 기여했다. 그러나 북은 우리의 합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햇볕은 효력을 잃었다. 그것을 인정해야 한다. 북한핵이 해결될 때까지 경협이니 뭐니 하는 말은 꺼내지도 말아야 한다. 이제부터는 철저한 상호주의로 나가야 한다"고 햇볕정책의 종언을 선언하기도 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최후의 방법은 공포의 균형"이라며 "북한으로 인해 한반도 비핵화는 이미 깨져버렸다. 그렇다면 우리도 미국의 전술핵을 들여오거나, 독자적 방식으로 균형을 이룰 수밖에 없다"고 미국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 또는 독자적 핵무장을 주장했다.

그는 이처럼 핵무장을 추진할 경우 "한반도가 핵무장된다면 가장 싫어할 나라는 중국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도 중국에 카드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 북한의 핵을 제거토록 압박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홍석현 주미대사의 노선과 정면배치**

이같은 문창극 주간의 '한국 핵무장론'은 그동안 일부 우익 네티즌들이 인터넷상의 댓글 등의 형식을 빌어 주장한 적은 있으나, 중앙 언론매체로선 최초로 공식 제기한 것이어서 국내외적 파문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의 유력 일간지의 논설주간이 독자적 핵무장을 주장했다는 것은 주변국 입장에서 볼 때도 '일개 해프닝' 정도로 간과할 수 없는 사태이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 외무성 선언을 계기로 남한에서 철수한 미국의 전술핵을 한반도에 재배치해야 한다는 문 주간 주장은 앞으로 국내에서 뜨거운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주목해야 할 대목은 문 주간의 이같은 주장은 사주인 홍석현 주미대사의 입장과도 정면배치되는 것이어서, 앞으로 중앙일보 내에서도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한 예로 홍석현 주미대사는 지난 18일 CBS 라디오에 출연, 북핵 문제에 대해 "이 문제의 근원은 체제보장과 경제 지원을 원하는 북한과 핵의 진정한 포기를 원하는 미국 사이의 상호 불신"이라면서 "강경수단보다는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포용정책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이에는 이' 식의 접근법으로는 문제를 풀 수 없다는 인식이다.

홍 대사는 이에 앞서 지난 15일 주미대사 임명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중앙일보의 대북노선과 관련, "중앙일보는 보수 신문 가운데서는 유일하게 지난 1995년부터 10년간 일관되게 대북 포용정책을 지지해오고 여러가지 기획을 해왔다"며 "개인적으로는 좀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북을 바라보고 북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끌어내는 정책을 실천해나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게 내가 주미 대사직을 수락한 배경 가운데 하나다"라고 밝혔었다.

그는 또 "외교현실에 있어 수단으로서는 당근과 채찍이 존재한다. 그런데 최고의 말 조련사는 각설탕만 쓴다고 한다. 당근보다 각설탕이 더 좋다고 한다. 수준 낮은 조련사는 채찍만 쓴다"며 "현실적으로 당근과 채찍을 쓸 수 밖에 없지만 우리는 1류 조련사를 지향해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홍석현 대사 표현에 기초한다면, 문창극 주간은 "수준 낮은 조련사"인 셈이다.

문 주간은 홍석현 회장의 주미대사 내정 사실이 알려진 지난해 12월20일 '주미대사로 내정된 발행인'이라는 기명칼럼을 통해 "대주주가 주미대사가 됐다 하여 할 말을 못하고, 쓸 말을 못 쓴다면 그것은 중앙일보의 불행이며 독자를 실망시키는 일"이라며, 홍 회장에 대해 "대주주로서 신문에 애정은 갖되 신문의 일은 지금까지와 같이 신문인에게 맡겨야 한다. 서운할 때도, 압력을 받을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 그런 불편한 일들이 바로 신문을 살리는 길이라는 점을 알아주기 바란다"고 주문한 바 있다. 그는 이어 "남아 있는 사람들도 대주주의 마음이 불편해지는 것을 꺼려서는 안 된다. 스스로 눈치를 본다면 발행인도 죽이고 신문도 죽이는 것이다. 중앙일보는 새해면 40년이 된다. 이 신문은 대주주의 소유물도 아니며, 종사자의 전유물도 아니다. 이미 중앙일보는 이 나라의 주요한 제도가 됐다"고 '마이 웨이'를 선언했었다.

과연 문창극 주간의 핵무장론을 홍석현 대사와 중앙일보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예의주시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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