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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프리즘] 이웃동네서 '천사도시' 넘본 모욕감에 전주는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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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프리즘] 이웃동네서 '천사도시' 넘본 모욕감에 전주는 '쇼크'


전북 전주의 자랑이었다. 그리고 전주시민의 자긍심이었다.

지난 19년 전주시민들은 한결같이 그의 선행을 지켜보고 지켜왔다.

하루차이지만 벌써 작년일이 됐다.

'얼굴없는 천사'의 기부성금 손길 20년째. 그의 남몰래 발걸음에 전주시민들이 감사한 마음을 품기 직전, 2인조 절도범들이 지난해 12월 30일 성금 상자를 순식간에 들고 줄행랑을 쳤다.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였다. 30초 만에 '얼굴없는 천사'가 놓고간 성금상자를 들고 튄 것이다.

이 순간 '얼굴없는 천사' 역시 당황을 금치 못했다. 전주 노송동 주민센터로 수차례 전화를 걸어와 성금상자에 대해 묻곤 했으니 말이다.

당황하고 마음을 졸인 것은 '얼굴없는 천사'뿐 아니다. 도난 소식이 삽시간에 퍼져 나가면서 전주시민 모두가 '쇼크'를 받았다.

20년 만에 처음으로 겪는 일에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이 소식을 접한 전주시민들은 그 순간 하나같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얼굴없는 천사'의 선행으로 '천사의 도시'라는 명성을 얻은 '전주'의 자긍심이 하루아침에 무너지지 않을까 하는 것과 동시에 전주에 '천사'와 이른바 '악마'가 공생하는 도시 아니냐라는 비아냥이 뒤따르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전주시민의 걱정은 후자에 더 가까왔던 것 같다. 같은 동네에서 누구는 남을 돕는 일에 앞장서고, 어느 누구는 그 마음을 훔치는데 몸과 마음을 서두른 것 아니냐는 그런 우려였다.

전주시민들이 놀라고 화난 마음을 꾹꾹 달래고 있을 무렵. 절도범들이 충남 논산에서 잡혔다는 소식이 4시간 만에 전해졌다.

ⓒ전주완산경찰서

충남에 살면서 컴퓨터 수리점을 하고 있는 30대 중반의 남성과 그보다 한살 아래인 후배가 이웃동네인 전북 전주에서 저지른 범행행각이었다는 것이었다.

수리점을 하나 더 내려고 몇 날 며칠을 충남에서 이곳 전주를 오가며 사전답사와 잠복까지 일삼으며 범행을 준비했다는 절도범들의 이야기는 전주시민들의 공분을 샀다.

'견물생심(見物生心)'. 욕심이 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욕심이나도 손을 대지 말아야할 것이 있다. '얼굴없는 천사'의 기부성금은 단순한 성금이 아니다.

이 성금으로 그동안
4800여 세대에게 도움의 손길이 뻗쳤다. 또 '천사장학금'이 만들어져 관내 초·중·고 학생들에게 장학금이 주어지고 있는 귀한 '돈'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주에서는 '얼굴없는 천사'가 올 무렵이면 전주시민 모두가 그의 손길이 헛되지 않도록 숨죽이고 있다.

ⓒ전주시

초창기 그의 존재를 알아내기 위해 경쟁적으로 취재를 펼쳤던 언론들도 언제부터인가 그의 선행에 방해를 주지 말자는 암묵의 공감대가 만들어져 이어지고 있다.

이웃 동네까지 넘어와 전주시민의 자긍심을 한 순간에 깨뜨려버린 2인조 절도범은 '얼굴없는 천사'에게만 실망감과 상처를 준 것이 아니다. 70만에 달하는 전주시민의 가슴에 상처를 내 버린 셈이다.

전주시민 전체 가슴을 긁어버린 '얼굴없는 천사'의 2인조 기부성금 절도범들이 구속됐다. 남의 물건에 손을 댔으니 당연한 결과지만, 이들은 단지 물건에 손을 댄 것이 아니라 '천사의 도시' 전주에 손을 댄 댓가인 것이다.

상처를 입은 전주시민들은 이렇게 말하며 '천사 도시' 시민으로서 스스로 치유중에 있다.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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