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통령후보인 존 케리(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이 공화당의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영입, '환상의 러닝메이트'를 구성하는 데 성공할 경우 공화당의 조지 W. 부시-딕 체니 후보에 압승을 거둘 것이라는 여론조사가 나왔다.
***CBS "케리,매케인 손 잡으면 게임 끝"**
CBS 방송은 27일(현지시간) 미국 성인남녀 1천1백13명을 대상으로 지난 20~23일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민주당의 케리 의원이 월남전 동료인 공화당의 매케인 의원을 러닝메이트로 영입해 대선을 치룰 경우 부시-체니 후보에 53% 대 39%로 무려 14%포인트나 앞설 것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또한 단독 지지율에서도 케리 의원이 부시 대통령에 대해 49%대 41%로 8%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그러나 케리 의원이 매케인 의원을 러닝메이트를 끌어들이는 데 성공할 경우 부시와의 격차를 추적 불능의 상태로 벌일 수도 있다고 CBS는 보도했다.
CBS는 케리-매케인 후보가 공화당 유권자의 15%를 끌어들이는 한편, 민주당 유권자들의 지지는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또 무소속 유권자의 51%는 케리 후보를 선호하고 있지만 매케인 의원이 러닝메이트가 될 경우 그 지지율은 57%로 올라간다고 분석했다.
CBS는 그러나 케리가 매케인 영입에 실패하고 그 대신 존 에드워즈(노스 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을 러닝메이트로 삼더라도 케리-에드워즈 후보는 부시-체니 후보에 50% 대 40%로 10%포인트 앞설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어떤 경우라도 케리의 승리가 유력하다는 조사결과인 셈이다.
정치분석가이자 컬럼리스트인 크레이그 크로포드는 CBS와의 인터뷰에서 "케리와 매케인 두 사람이 극적인 연합을 구축할 경우 많은 부동층 유권자들이 큰 감명을 받을 것"이라며 연합성사시 여론조사 결과 이상의 압승을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140년전 링컨 시절에 단한번 성사됐던 대연합**
CBS의 이같은 여론조사는 단순한 가상 시나리오가 아니라, 실제로 실현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미국정가의 최대 관심사를 여론조사 형식을 빌어 공론화했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케리-매케인 연대가 성사돼 승리할 경우 이는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 재임시절(1860-1864년)에 이어 1백40년만에 당적을 달리하는 대통령과 부통령이 통치하는 두번째 역사를 만든다는 점에서 성사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이는 남북전쟁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링컨 대통령이 성사시켰던 '대연합'이 지금 미국에 절실히 요구된다는 의미로, 이는 단순한 연합 성격을 뛰어넘어 현재 미국이 처한 세계적 고립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미국 주류집단이 얼마나 부심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민주당의 집요한 러브콜 공세**
케리와 매케인은 함께 월남전에 참전했던 동료로, 평소에도 정규적으로 만나 얘기를 나누는 친근한 사이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케리는 이라크 포로학대 파문으로 앞서기 시작한 지지율을 확고히 굳히기 위한 비장의 카드로 매케인 영입을 생각해 냈고, 민주당내 여론 파악에 이어 지난주부터 본격적인 러브콜을 던지기 시작했다.
케리는 지난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이라크 포로학대 파문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면 매케인이 이상적인 대안인물이 될 것"이라고 말해, 우회적으로 러브콜을 보냈다.
이어 23일에는 민주당의 차차기 대권주자로 일컬어지는 힐러리 클린턴 미국 상원의원이 "존 매케인을 대단히 존경하고 있다"면서 "그는 관심이 없다고 내게 다짐했지만 어떻게 될지는 두고 보자"는 노골적인 러브콜을 보냈다.
24일에는 케리의 또다른 러닝메이트 후보로 거론되는 딕 게파트 하원의원조차도 24일 "매케인은 매우 초당적인 인물"이라면서 "그라면 민주당에 의해 받아들여질것"이라고 말해 매케인 영입시 부통령후보 자리를 양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같은 러브콜 공세에 대해 매케인은 지난주 "나는 일종의 구식 공화당원"이라고 말하는 등 그 가능성을 부인해 왔지만, CBS 여론조사를 비롯해 미 주류집단으로부터 유형무형의 압력이 가해지고 있어 과연 그가 끝까지 고사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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