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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분양가 상한제, 사람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

[조정흔의 부동산 이야기] 분양가 상한제, 공공택지부터 내실 있게

국토교통부는 지난 12일, 공공택지에만 적용되던 분양가 상한제를 재건축, 재개발 사업과 같은 민간택지에도 적용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2017년 8.2.대책, 2018년 9.13대책을 비롯한 각종 부동산 대책 이후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는 듯했던 부동산 가격이 최근 재건축아파트를 중심으로 거래량이 회복되자 상승세로 돌아서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 참이었다. 분양가 상승이 기존 주택 가격 상승을 이끈다는 판단에 따라, 분양가격을 적정한 수준으로 유지하여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는 의견이 많다.

분양가상한제란 분양가를 결정할 때의 기준을 택지비(토지가격)와 건축비, 즉 투입 원가로 삼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는 분양가를 어떻게 결정했을까? 바로 사업자(건설사, 재개발, 재건축조합)가 스스로 결정하되,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시세 대비 105%를 넘지 못하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 통제하는 식이었다.

지난 2015년경부터 시작된 부동산 광풍으로 수년 만에 수억, 수십억 원씩 오르는 부동산 시장에 투기 수요, 불안 수요, 가수요가 몰려들자 부동산 가격에 가속도가 붙어서 눈덩이처럼 커져가다 보니, 시세를 기준으로 삼아 통제하는데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부동산 가격 결정 원리-감정평가 3방식

부동산 감정평가 이론에 따르면 부동산 가격은 감정평가 3방식으로 결정한다. 감정평가 3방식이란 부동산에 투입되는 비용을 기준으로 삼는 원가법, 시장에서 거래되는 거래가격을 기준으로 삼는 거래사례비교법, 부동산에서 나오는 수익을 기준으로 삼는 수익환원법을 말한다.

우리 시민은 일반적으로 부동산 가격을 시세로 생각한다. 그러나 시세는 매우 불확정적이고 불특정적인 개념이다. 유사한 구조, 면적을 갖는 수천 세대 아파트가 빈번하게 거래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부동산의 개별성을 반영하여 비교하기 어렵다. 알짜 부동산일수록 거래가 없다. 또한 실거래가를 분석해보면 상식적으로 해석되지 않는 가격이 놀랄 만큼 많다. 불법, 편법 거래, 특수한 사정이 개입된 거래, 왜곡된 정보를 기초로 성립된 거래, 위장 거래 등으로 추정되는데, 부동산 가격만 365일 들여다보고 있는 감정평가사도 데이터만으로는 판별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나 요즘과 같이 신규 분양물량이 쏟아지는 와중에 부동산 가격을 올려야 이익이 되는 자들은 허위 거래 신고 등을 통하여 시세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투기 심리, 불안 심리에 추격 매수가 붙고 반복적인 거래가 발생하면 곧 시세가 된다. 시세는 시장참여자들의 마음속에서 결정되는 주관적인 가격이다.

반면, 원가방식은 부동산을 건설하는데 투입되는 총 비용을 모두 더하여 산정하는 방식이므로 감정평가 3방식 중 가장 객관적인 가격이다.

분양가상한제란 분양가 산정의 기준을 인간의 욕망과 심리에 의하여 결정되는 주관적인 시세가 아니라, 객관적인 투입 비용에 두겠다는 뜻이다. 이런 점에서 분양가상한제의 의도는 좋다. 그러나...

분양가 상한제에서 택지비의 의미

감정평가사는 감정평가 3방식을 적용하여 가격이 형성되는 원리를 분석해보고 3가지 측면의 가격을 모두 검토한 후, 시산 조정하여 부동산 가격을 결정한다. 장기적으로 합리적인 부동산 시장에서는 3방식에 의한 부동산 가격은 서로 수렴한다고 본다. 왜 그럴까?

3방식에 의한 부동산 가격이 수렴하는 이유는 바로 토지가격 때문이다. 토지는 천부적으로 주어지는 것이므로 생산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토지가격은 원가를 산출할 수 없고, 개발로 인하여 발생하는 잉여는 모두 토지가격에 귀속된다. 따라서 개발로 인하여 발생하는 잉여가 커질수록 토지 가격이 상승하므로 3방식에 의한 가격은 서로 수렴한다. 다시 말해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토지의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원가가 커진다는 뜻이다.

지난 12일 발표된 국토부의 분양가상한제 적용 계획을 다시 살펴본다. 국토부는 분양가를 결정할 때의 기준을 택지비(토지가격)와 건축비의 합계액으로 하며, 민간택지비는 감정평가액, 건축비는 기본형 건축비와 가산비용을 기준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건축비는 정부 고시금액이니 변동 여지가 적다. 따라서 분양가상한제의 분양가 안정 목적 달성 여부는 바로 택지비 결정기준인 감정평가액을 얼마나 낮추느냐에 달려 있다.

국토부는 '공동주택 분양가 산정 등에 관한 규칙'을 추가로 개정하여 분양가상한제 적용 시 택지비 산정기준을 명확히 하고, 한국감정원이 택지비 산정절차의 적정성을 검토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이 대목에 허점이 있다.

정부 발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의 문제점

감정평가업무를 하지 않는 한국감정원이 감정평가3방식과 시산조정과정을 거쳐야 하는 고도의 감정평가활동인 택지비 산정 절차의 적정성을 검토할 능력이 있는지도 의문이지만, 더 심각한 사항은 국토부가 표준지공시지가와 현저하게 차이가 나는 경우를 부당한 평가로 보고 이에 대한 제재를 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는 데 있다.

국토부도 스스로 인정하는 것처럼 현실적으로 공시지가가 시세보다 현저히 낮게 산정돼 오랜 기간 사회적 문제가 되어 왔다. 이러한 현실에서 감정평가한 택지비와 표준지 공시지가가 차이가 나는 경우를 부당하다고 전제하는 것은 모순이다. 재건축, 재개발사업에서 자신의 부동산을 현물로 내놓는 조합원들이 자신들의 토지가치를 표준지공시지가 기준으로 산정되는 택지비로 인정할 수 있을까? 대번에 재산권 침해, 위헌성 논란이 불거질 것이 뻔하다.

그리고 오랜 기간 문제로 지적되어왔다시피 공시지가의 현실화율이 지역별로 차이가 큰 부분은 어떻게 할 것인지, 공동주택부지의 표준지 공시지가가 택지로서의 용적률, 건폐율, 임대주택비율, 세대구성이나 특성, 설계의 용이성 같은 항목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이 전혀 없어 보인다.

또한 국토부는 현실화, 구체화되지 않은 개발이익을 반영하여서는 안 된다는 규정을 두겠다고 하는데, '현실화, 구체화되지 아니한 개발이익'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재개발, 재건축 사업이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개발의 ㄱ자만 나와도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즉각적으로 시장과 가격에 반영되고, 많은 국민이 부동산업자가 제공하는 정보를 따라 부나방처럼 몰려다니며 불확실성을 떠안고 거래하는 것이 현실이다. 시장에서는 개발이익이 부풀려지거나 과도하게 반영되어 실거래가로 나타나고 있는데, 현실화, 구체화되지 아니한 개발 이익을 어떤 방법으로 배제하겠다는 것인가?

민간택지 개발 시 사업지구 내에 부동산을 소유하였으나 분양권 취득 자격이 없거나, 원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소유 부동산의 가치를 평가하여 현금청산을 해주게 된다. 재건축사업의 경우 현금청산자들에게 개발이익을 포함하여 청산금액을 산정하라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입장이다. 현금청산자는 개발이익을 포함하여 부동산 가치를 환가하는데, 조합원 지분에 대해서는 개발이익을 배제하고 토지가치를 평가하여 인정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번에 정부에서 발표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는 부동산을 잡겠다는 정책 의지가 있는 것처럼 포장하기 위함일 뿐, 부동산 소유자의 재산권 보호와 부동산의 공공성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이 없고, 부동산 가격 형성의 원리와 국민의 심리를 전혀 고려하지 않아 알맹이가 빠진 맹탕 정책으로 보인다. 곧 위헌성 논란과 이런저런 반발에 부딪쳐 흐지부지 되고, 결국은 한국감정원의 주머니를 채워주는 ‘감정평가 검토’만 남을 것이다.

분양가상한제는 공공택지부터 내실 있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이미 분양가상한제를 시행중인 공공 택지의 경우에도 일부 건설사가 공공택지를 독점하여 수조 원에 달하는 분양수익을 챙기고 있다고 한다. (경실련 2019.8.7.일자 보도자료 '5개 건설사 '로또택지' 당첨으로 6조3천억 분양수익 챙겨', 경실련 2019.7.9.일자 보도자료 '과천지식정보타운 조성사업 특혜 고발') 공공택지야말로 객관적인 조성원가를 알 수 있는 토지다. 재산권을 강제로 빼앗아 택지를 조성한 후, 민간에 택지비 감정평가를 통하여 시세를 기준으로 매각하면서 LH공사가 한번 폭리를 취하고, 매각된 공공택지를 이용하여 다시 한 번 민간 건설사가 폭리를 취하는 게 현실이다.

공공택지로 조성된 판교의 10년 분양 전환 임대아파트 입주민들은 10년 전 입주당시의 시세대비 2∼3배 폭등한 현재의 시세를 기준으로 분양전환하겠다는 LH공사 및 민간건설업자들과 충돌을 빚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중에서 가장 반시장적 정책이 바로 강제 수용권을 발동하여 개인의 토지를 강제로 빼앗는 것이 아닐까 싶다. 개인의 사유재산권을 침탈하여 공공택지를 조성한 후, 공기업이나 민간업자들이 폭리를 취하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반헌법적이고 반시장적인 행위다.

공공택지에서 분양가상한제는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가? 분양가상한제에 적용되는 기본형건축비, 가산비용은 적정한가? 분양원가는 충분히 검증 가능한 항목으로 구분되어 제대로 공개되고 있는가? 분양가 심사위원회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가?

현장에서는 80억 원 공사비의 작은 공사 현장에서 시공비용이 1억 원 남짓하는 임시가설물 비계 설치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를 두고 시공사와 발주자는 5권의 책자를 준비하여 수년 동안 싸우고 있으며, 감정평가사와 기술사, 건설 적산업체 대표, 건축사, 현장소장, 건축설계사, 변호사, 건축감리, 관리부장이 모여서 누가 부담하는 것이 더 타당한지 살펴보고 있다. 많은 사람이 들여다보고 당사자와 관계인들의 진술을 이리저리 퍼즐을 맞춰보다 보면, 합리적 결론에 다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공공택지에 건설되는 모든 부동산에는 분양원가, 택지비조성원가 등의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을 하나하나 들여다보고 따져볼 수 있는 시스템을 준비해야 한다. 공공택지에서의 허울뿐인 분양가상한제, 분양가심사제도, 분양원가공개제도 등을 실효성 있게 손질하여 민간택지에도 확대 적용하되, 민간택지의 개별성과 특성을 반영하고, 시장 원리를 뛰어넘는 공공을 위한 정책이 나오기를 바란다.

정부는 시장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지만, 정책은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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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흔

2004년부터 감정평가사로 활동하면서 많은 부동산 현장과 시민들을 만났습니다. 부동산시장에서 나타나는 가격은 현상이지만, 가격에는 적절한 자원의 배분과 사회의 가치의 문제를 담고 있습니다. 현상을 관찰하고, 기록하고, 나누고, 소통하고 싶어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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