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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직 대신 '1인 기업' 창업해 보라구요?

[MB 고용 전략 되짚어보기①] "개인 창업, 10명 중 1~2명 성공"

청년실업을 비롯해 고용문제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해법은 한결같다. 영업활동을 저해하는 규제를 없애면 기업들이 투자를 늘려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이 대통령은 동시에 일자리를 찾는 구직자들에게도 강조한다. "눈을 낮춰" 지방에 있는 중소기업에 취직하거나 개인 창업에 도전하라는 것이다.

지난 16일 제28차 대통령 라디오 연설에서도 이 대통령은 이런 생각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청년 취업은 아무리 토론하고 고민해도 우리 청년들이 패기를 가지고 벤처기업을 창업하고, 중소기업과 해외 일자리에 더 많이 도전하는 것이 해법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청년 취업 문제는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가 어렵습니다. 정부도 다양한 정책을 고민하고 있지만 청년 자신 스스로도, 학교도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이 대통령은 청년 실업의 원인을 청년들이 일부 대기업의 취업이나 국가고시·공무원 시험들에 몰리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청을 통해 1인 창업을 지원하는 등 새로운 고용형태를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제위기를 맞아 도입한 청년인턴제와 희망근로가 고용 문제의 직접적인 해법이 될 수 없듯이, 청년들에게 기업가 정신을 고취시키고 창업을 독려하는 것이 곧바로 고용에 직결되지 않는다. 설사 청년들이 '눈을 낮춰' 중소기업으로 향한다 해도 시장에서 열악한 위치에 처한 중소기업의 장래가 밝아진다는 보장도 없다.

이 대통령이 청년층에게 제안하는 일자리의 현실을 짚어봤다. 편집자.


일감은 주는데 1인 기업만 늘어나

#1 2002년까지 전자 분야 대기업에 근무하다 그만둔 K씨(40, 여)는 2명의 동업자와 함께 디자인 분야의 사업을 시작했다. 2년 뒤 어느 정도 경험이 쌓였다고 생각한 그는 서적 표지나 행사 전단 등을 기획해 인쇄물을 제작하는 1인 기업을 세우기로 결심했다. 지금은 사업이 어느 정도 안정궤도에 올랐지만 그 과정이 그리 순탄하지는 않았다.

▲ 디자인 관련 1인 기업을 운영하는 K씨는 최근 경기 불황에 1인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프레시안
우선 초기 자본금이 문제였다. 사무실을 임대하고 디자인 프로그램을 구입하는데만 1000만 원 가량이 들어갔다. K씨는 중소기업청에서 여성창업자금을 대출해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연이율 3%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 당시 시중 이자를 감안하면 유리한 조건이었다.

막상 1인 기업을 세워 기획에서 홍보, 디자인 업무를 혼자서 처리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직원을 따로 고용해 홍보나 영업을 전담하게 하는 방법도 생각해 봤지만 생기는 여유만큼 일감이 늘어난다는 보장이 없었다. K씨는 대신 확보해 놓았던 인맥과 거래처를 통해 단골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디자인업의 특성상 한 번 정해진 거래처에 익숙해지면 잘 바꾸지 않는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일감이 들어오는 대로 가리지 않고 일하다 보니 거래처도 늘고 생활도 안정적으로 변해갔다.

하지만 요새 K씨는 위기를 맞고 있다. 경기에 민감한 디자인업의 특성 때문에 경제위기를 맞아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1년 중 가장 호황이라는 겨울과 봄이 기다리고 있지만 속속들이 문을 닫은 업체가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경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단가 인하를 요청하는 업체도 많다. 그런 요구는 단호하게 거절하지만 수도권의 대형 기획사들이 지방에서 싼 가격을 내세워 일감을 싹쓸이하는 경우를 보면 마음이 편치 않다.

중소기업청은 올해 K씨가 다시 신청한 대출 신청을 거부했다. 대출 조건이 까다로워졌을뿐더러 무엇보다 예산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반면에 정부는 1인 기업을 육성한다고 발표하면서 주위에는 1인 기업이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다. K씨의 회사 주변에만 5~6개의 디자인 회사가 생겼다. 주어진 일감은 그대로인데 경쟁자만 늘어나니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격 후려치기'에 들어가 공멸할 수 있다는 불안감도 들고 있다.

#2 Y씨(27, 남)는 올해 상반기 자신이 운영하던 온라인 쇼핑몰을 청산하고 기업에 입사했다. 이윤이 나지 않는 구조에서 더 이상 사업을 이어나갈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Y씨는 2005년 도매상가에서 옷을 떼어 동대문의 점포에 공급하는 일을 시작했다.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이자 그는 직접 옷을 팔기로 하고 옥션·G마켓 등의 온라인 쇼핑몰에서 운영하는 오픈 마켓에 점포를 개설했다. 2007년부터는 새로 도메인을 만들고 자신의 이름을 건 쇼핑몰을 운영했다.

Y씨는 오픈 마켓을 운영하며 확보한 고객 리스트로 단골을 유치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점포 이름보다는 가격비교를 통해 상품을 선택하는 온라인 쇼핑의 특성상 충성도 높은 고객을 찾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미 온라인 쇼핑몰 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러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여기에는 대규모 도매상으로부터 일괄적으로 옷을 떼어 판매하는 까닭에 처음부터 일정부분 가격이 정해져 있는 구조도 한몫했다.

반면에 자본으로 저렴하게 창업할 수 있다는 세간의 인식과는 달리 온라인 쇼핑몰에 소요되는 비용은 만만치 않았다. 홈페이지 관리와 샘플 작성에 필요한 장비 대여, 온라인 포털 등에 홈페이지 주소를 연결하는 과정 모두에 지속적으로 비용이 들었기 때문이다. Y씨뿐 아니라 특정한 스타일의 옷을 취급해 유명해진 쇼핑몰도 이윤이 남는 경우는 소수에 그쳤다.


개인 창업의 성공률이 낮은 이유는 간단하다. 시장이 포화상태이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등록된 1인 기업의 수는 약 120만 개로 전체 기업의 40%에 육박한다. 이 중 70% 가량이 도소매업과 요식업·제조업 등에 몰려 있다. 지난해 대비 20만 명 넘게 줄어든 자영업자의 비율이 보여주듯 이들의 경영 상태가 악화일로를 겪고 있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창조 기업' 언급하며 고용의 대안으로 급부상

중소기업청이 1인 기업 지원 방향을 지식서비스 등 한정된 분야로 맞춘 것도 이러한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중기청은 이미 지난 11월 '1인 지식서비스 기업 육성 방안'에서 유통업과 금융업·사회서비스·교육서비스업 분야의 1인 기업을 지원해 5년간 18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발표한 바 있었다.

중소기업청은 구체적인 지원 방안으로 아이디어 비즈 뱅크를 만들어 아웃소싱으로 일감을 발주하고자 하는 중소기업과 1인 사업자를 연결하고 지식서비스 바우처 제도를 통해 계약금의 10%까지 지원하고 계약 불이행 시에도 지급 보증을 서기로 했다. 또 1인 창조기업비즈니스센터를 설립해 통해 사무 공간과 법률 자문을 제공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중소기업청 중소서비스기업과의 이형철 사무관은 "중기청의 정책은 디자인과 번역·IT 분야에서 1인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수주와 발주를 받을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이라며 "정보 부족 등으로 중소기업에서는 일감을 맡길 수 있는 하청업체를 찾지 못하고 1인 기업 측에서는 일감을 구하지 못하는 '미스 매칭'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정부에서 1인 기업을 고용 문제 해결책의 하나로 자리매김한 것처럼 홍보에 나선 데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사에서 고용 문제의 해법 중 하나로 '창조기업'을 언급했다. 청년층이 구직 활동에 그치지 않고 개인의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스스로를 고용하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청은 '1인 지식서비스기업 육성 방안'을 '1인 창조기업'으로 이름을 고쳤다. 지원 대상에서 사회·교육서비스가 제외되고 요식업·가공업 등 일부 제조업이 포함되었다. 육성 기업수도 '향후 5년간 18만 개'에서 '2012년까지 3만 개'로 줄었다. 언론에서 잇따라 1인 기업가들의 성공신화를 보도하면서 1인 기업은 적은 자본으로도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블루 오션'으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자리잡는데 최소 3년…실패하면 고스란히 자기 부담으로"

하지만 K씨와 Y씨의 사례에서 보이듯 1인 창업에는 무수한 위험이 따르고 성공 가능성도 낮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대안으로 1인 기업을 내세우는 것은 청년층에 더 많은 부담을 지울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영문 계명대 교수(창업학)은 "굳이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지원하지 않아도 1인 기업과 SOHO는 늘어날 수밖에 없는 추세"라며 "이미 한국에 1인 기업이 120만 개가 넘어가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육성이 어떤 효과가 있는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2009년 정부에서 1인 기업에 책정한 예산이 280억 원 정도인데 한 기업에 3000만 원 정도가 들어간다고 가정하면 800~900개를 지원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실직자 등 예비창업자의 수를 생각하면 너무 적은 수의 기업에만 혜택이 들어가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자기계발 상담분야에서 입지를 다진 1인 기업가 백기락 크레벤 대표도 "1인 기업이 하나의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을 뿐 고용에 영향을 준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백 대표는 "1인 기업이 화두가 되면 최근 창업 상담을 하는 사람 중에는 6개월 안에 끝장을 본다는 식의 이들이 있다"며 "1인 기업으로 일단 정착하는 데만 최소한 3년이 걸리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고 실제로도 1인 기업으로 성공하는 사람들은 소수"라고 말했다.

그는 "아무리 소자본으로 창업이 가능하다고 해도 초기 단계에서 1~2년 동안 매출 없이 2000~3000만 원이 들어갈 각오를 해야 하는 것이 1인 기업"이라며 "이 분야의 통계가 아직 잡히지 않아 그렇지 얼마나 많은 1인 기업이 자리를 잡았는가를 따지면 금방 알 수 있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창업 전문가도 정부가 1인 기업의 본질보다는 고용 효과를 내세우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신이 꿈꾸는 목표를 실천하는 수단으로 창업을 고려해 보는 것이 좋다는 것이지 현실에서 마주칠 수 있는 위험을 알려주기보다 일자리가 새로 생겨나는 것처럼 분위기를 조장한다면 뭐 피하려다 뭐 잡는 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중기청이 계약금 일부를 지급보증 한다는 것이 마치 자금을 대주는 것 같지만 사실은 대출을 해주는 것이고 사업이 실패하면 고스란히 본인의 부채로 남는 것"이라며 "현장의 느낌으로 10명 중 1~2명만이 살아남는 시장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단지 '돈 벌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뛰어든다면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청년 창업, 많이 지원한다고 많이 성공하지 않아"

▲ 19일 열린 '소호·1인 기업포럼'에서 팀 케인 카우프만재단 수석연구원(왼쪽)이 청중에 소개되고 있다. ⓒ프레시안

글로벌청년기업가정신 주간 한국(GEW Korea)은 19일 서울 대치동 서울무역종합전시장(SETEC) 컨벤션센터에서 '2009 소호(SOHO)·1인 기업 포럼'을 주최했다. 청년창업 아이디어 공모 수상작을 선정하고 1인 기업 창업을 위한 세미나를 열린 자리였다.

포럼에서는 재래상권 살리기 아이디어에서부터 건강음료, 이미 생산계획을 세운 휴대형 보트까지 젊은 창업희망자들의 아이디어가 선보였다. 수상작 중 자본 조달과 행정적인 등록절차까지 계획하고 있는 상품도 있었지만 아이디어 제공 차원에 그친 기획안 역시 많았다.

행사를 주관한 사단법인 소호진흥협회의 임성수 이사는 "청년들이 낸 목표나 기획안이 설익을 수밖에 없다"며 "도전의식보다는 취업을 통해 안주하려고 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열정을 일깨울 수 있는 차원의 행사"라고 설명했다.

임 이사는 "MS 같은 대기업들도 젊고 창의력 있는 대학생들이 학창시절 창고 하나 빌려 시작한 경우였다"며 "창업으로 직접 시장을 경험해봄으로써 생리를 알고 돈을 버는 것이 쓰기보다 훨씬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면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의 창조기업 육성 방안에도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창조기업비즈니스센터를 세워 사무공간을 지원해주는 등의 방식은 이미 1997년 금융위기 이후 벤처 붐이 일 때부터 시행했을 뿐더러 1인 기업의 특성을 고려해봤을 때 실효성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백기락 대표는 "우리나라 고객들의 특성상 다닥다닥 붙어 있는 사무실에 입주한 기업들에 대해 신뢰하지 않은 경향이 있다"며 "인터넷이 보급돼 무선 장비만 있으면 사실상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지식서비스 1인 기업은 그런 지원이 더더욱 필요 없다"고 말했다.

백 대표는 1인 기업의 성공사례로 전문직이나 일부 전공 출신만이 할 수 있는 제조업 등을 부각시키는 것도 문제로 꼽았다. 그는 "대학생들의 과외 아르바이트도 일종의 1인 기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것처럼 현실적인 아이디어는 많이 있다"며 "아직 관계법령의 개정도 되어 있지 않은 요식업이나 미술계열 전공자나 가능한 공예품 등을 홍보한다고 해서 사람들의 관심을 쉽게 끌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영문 교수 역시 "정부가 지원하는 창업 교육을 보면 이론에 치우진 감이 있는데 실무교육과 현장중심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창업자금을 많이 지원한다고 창업 성공률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므로 물고기를 잘 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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