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에 현대자동차의 9조 원 투자가 들어온다. 정부는 새만금이 세계 최고의 '피지컬AI 솔루션 거점'이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9조 원 짜리 공장과 연구시설만 들어온다고 새만금이 '대한민국 피지컬AI' 산업의 중심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새만금사업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동북아 경제중심지로 비상할 '글로벌 명품 새만금'을 건설하는 국책사업"으로 소개돼 왔다.
그런데 새만금이 '동북아경제중심지'가 돼서 사람이 들어오고 첨단부품이 오가며 완성품이 세계로 나가고, 기업과 연구기관이 집적하고 국내외 전문인력과 바이어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기 위해서는 그에 필요한 인프라가 함께 조성돼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 핵심이 공항과 항만, 철도와 도로다.
때문에 이제 새만금국제공항을 단순히 '전북에만 필요한 지역공항'이라는 논리로 접근하는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대차 9조 원 투자를 계기로 새만금공항의 성격을 '지역공항'에서 대한민국 피지컬AI 산업을 뒷받침하는 '국가 전략 산업공항'으로 재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북특별자치도 역시 이같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는 <프레시안>의 '새만금에 1000조 담기' 기획과 관련해 현대차의 대규모 투자에 대해 "새만금이 대한민국 피지컬AI 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규정했다.
전북도는 현대차 투자를 마중물로 관련 기업과 연구기관이 새만금에 집중적으로 모여드는 '피지컬AI 산업생태계'로 만들어야 한다는 구상을 밝힌다.
그렇다면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는 현재 어느 단계에 있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피지컬AI와 미래모빌리티 산업은 연구개발과 생산시설만으로 완성되지 않을 것이다. 국내외 연구인력과 기업인의 신속한 이동은 물론 첨단부품과 장비, 제품의 물류까지 완벽하게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전북도는 이런 관점에서 새만금국제공항의 역할 자체를 다시 정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철태 새만금해양수산국 국장은 "새만금국제공항도 단순한 지역의 항공수요를 넘어 피지컬AI와 미래모빌리티 등 국가 첨단산업을 최전선에서 지원하는 '국가 전략 산업공항'으로 그 역할을 전면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새만금공항을 둘러싼 논의가 '전북에 공항이 필요한가', '항공수요는 충분한가'라는 지역공항의 틀에 머물렀다면 현대차 9조 원 투자 이후에는 질문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전북에 공항 하나가 더 필요한가'라는 논란에서 벗어나 '대한민국이 세계 최고의 피지컬AI 산업거점을 만들겠다면서 국제공항 없이 가능한가'를 냉정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 제기에 힘을 싣는 것은 최근 정부와 여당에서 잇따라 나오고 있는 '새만금 피지컬AI' 구상이다.
김민석 당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최근 전북에서 '최고위-예산정책협의회-메가성장특별위원회 후속대응 간담회'를 가졌다.
이와 관련해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김민석 대표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새만금 투자를 위한 과감한 기업 지원과 '속도전'을 천명했다"고 적었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대통령 직속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나온 메시지다.
안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이 의장을 맡고 있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의 이경수 수석부의장이 "새만금이 세계 최고의 피지컬AI 솔루션 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새만금이 이제는 '희망고문'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대한민국의 피지컬AI 거점'을 넘어 '세계 최고의 피지컬AI 솔루션 거점'이라는 구상이 정부 핵심 과학기술 정책라인에서 제시되고 있는 셈이다.
김민석 대표 역시 "이경수 수석부의장을 비롯해 전도민과 언론인,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해 전북과 새만금의 도약을 위한 비전을 논의하는 자리를 특별히 마련해 달라고 당부했다"는 것이 안 의원의 설명이다.
안 의원은 이를 두고 "대통령의 방향과 당대표의 당부가 같은 곳, 전북을 향하고 있다"며 "'메가성장특별위원회 전북 책임위원'으로서 이 막중한 책임을 결과로 증명하겠다"면서 "현대차 투자를 마중물로 협력기업과 연구기관을 전북에 집적시키고, 피지컬AI 핵심 인재 양성까지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정부 핵심 과학기술 정책라인에서는 새만금을 '세계 최고의 피지컬AI 솔루션 거점'으로 만들겠다고 하고, 집권여당 대표는 새만금 투자에 대한 '과감한 기업 지원과 속도전'을 이야기하고 있다면 새만금국제공항을 둘러싼 논쟁 역시 새로운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
그렇다면 "현대차는 이미 9조 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내놓았고 이어 새만금을 세계 최고의 피지컬AI 산업거점을 만들겠다면서 그 첨단산업도시를 세계와 연결할 국제공항 문제는 언제까지 표류하게 둘 것인가?"가 다음 질문이 돼야 한다.
기업만 먼저 들어오라고 하고 공항과 항만, 철도, 도로는 각각의 행정절차와 사업 일정에 맡겨둔다면 '속도전'이라는 말 역시 공허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대차 9조 원 투자와 정부·여당의 피지컬AI 구상을 계기로 새만금국제공항의 정책적 위상을 다시 설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새만금공항을 '전북의 지역공항'이 아니라 대한민국 피지컬AI·로봇·미래모빌리티 산업을 세계와 연결하는 '국가 피지컬AI 산업공항'으로 재설계하는 논의를 당장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새만금은 오랫동안 공항·항만·철도를 연계한 '트라이포트'를 경쟁력으로 내세워 왔다.
그러나 세 기반시설이 각각 다른 부처, 다른 사업계획, 다른 일정에 따라 움직이고 완공 시기마저 엇갈린다면 이름만 트라이포트일 뿐 해당 산업현장에서 하나의 물류망으로 기능하기 어렵다.
실제 새만금개발청에 따르면 철도는 지난 4월에기본실시설계에 착수해서 오는 2033년 개통 예정이며 새만금신공항은 당초에는 2029년에 개항 예정였지만 착수조차 못하고 있고, 새만금신항만 역시 올해 말 두 선석이 완공되지만 2단계 완공은 2040년으로 예정돼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전북도 역시 "인프라가 따로 움직이면 '트라이포트'가 아니다"라는 지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개별 사업으로 추진돼 완공 시기가 엇갈리면 '피지컬AI 산업'이 새만금에서 성장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게 되는 것은 물론 현대차 투자에 따른 산업 집적 효과마저 크게 반감될 수 있다는 것이 전북도의 판단이다.
따라서 새만금국제공항과 새만금신항, 철도와 도로를 개별 SOC 사업이 아닌 '새만금 피지컬AI 국가산업 인프라 패키지'로 묶어 추진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전북도는 거듭 강조한다.
전북도의 요구는 보다 구체적이다. 김철태 새만금해양수산국장은 "공항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투자가 반쪽자리에 불과하다"며 현 정부의 주도적인 결단을 촉구했다.
새만금신항 배후부지 재정 전환과 남북3축도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비롯해 새만금의 핵심 교통·물류 인프라를 범정부 패키지로 묶어 동시에,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프레시안>이 제안하고 있는 '새만금에 1000조 담기'는 단순히 1000조 원이라는 숫자를 채우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현대차의 9조 원을 '마중물'로 로봇과 AI, 수소, 미래모빌리티, 첨단부품 기업과 연구기관의 연쇄 투자를 끌어내 거대한 산업생태계를 만들자는 구상이다.
9조 원을 90조 원으로, 다시 수 백조 원의 산업생태계로 키우려면 사업 초기부터 그 돈과 기업을 담을 '그릇'이 완성돼 있어야 한다.
그 그릇의 기본 바탕이 되는 것이 산업용지이고 전력과 용수이며, 동시에 공항·항만·철도·도로다.
공항 없는 글로벌 산업도시, 항만과 제대로 연결되지 않는 제조기지, 철도가 제때 들어오지 않는 '반쪽 국가산단'으로 세계적인 기업과 연구기관을 불러들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새만금국제공항 문제는 더 이상 '새만금에 공항 하나를 만들어 달라'는 '전북의 요구'로 치부해서는 안된다.
전북도는 "새만금이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피지컬AI 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 및 관계기관과 더욱 긴밀히 협력하고, 새만금국제공항 역시 산업과 물류를 든든하게 뒷받침하는 국가 전략 인프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도 차원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세계 최고의 피지컬AI 솔루션 거점', '과감한 기업 지원과 속도전', '새만금 희망고문을 끝내고 5~10년에 완성'.
정부와 여당에서 나온 이 '세 가지 메시지'가 선언에 그치지 않으려면 이제 새만금공항·신항만·철도·도로를 하나의 '국가 피지컬AI 산업 인프라 패키지'로 묶어 추진하는 결단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필수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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