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에서 일하던 여성이 입사 동기였던 남성 직원에 의해 숨진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4주기가 되어간다. 비극의 반복을 막고, 젠더폭력과 괴롭힘 없는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해야 할 일을 담아 공공운수노조가 보내온 글을 싣는다.
2022년 9월 14일 발생한 신당역 여성노동자 직장 내 살인사건이 어느덧 4주기를 맞는다. 나는 서울교통공사에서 30년 넘게 일했다. 노동조합 활동도 오래 했고, 지금은 서울교통공사노조 명예산업안전감독관으로 현장의 안전 문제를 살펴보고 있다.
오랫동안 지하철 현장에서 일하면서 사고 뒤에 벌어지는 일들을 여러 번 봤다. 큰 사고가 나면 대책이 나온다. 회의를 열고, 매뉴얼을 고치고, 장비를 지급하고, 교육을 한다. 다시는 이런 비극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어김없이 인력 문제에 부딪힌다. 사람이 없다. 예산이 부족하다.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한다. 그러는 사이 사고의 기억은 조금씩 흐려지고 현장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다.
신당역 사건은 스토킹 피해를 당하던 여성 노동자가 자신이 일하던 일터에서 업무 중 살해당한 사건이다. 스토킹 범죄와 젠더폭력의 문제이며, 피해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 제도와 조직의 책임을 물어야 하는 사건이다. 그러나 지하철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로서, 그리고 명예산업안전감독관으로서 나는 4주기를 맞으며 또 하나의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날, 왜 우리 동료는 혼자 순찰하고 있었는가.
역무원의 일은 역무실에 앉아 승객을 안내하는 것만이 아니다. 넓은 역사를 순찰하고 화장실과 취약개소를 확인한다. 취객과 소란을 피우는 승객을 상대하고, 싸움이 벌어지면 현장으로 간다. 응급환자가 발생해도 뛰어나가야 한다. 폭언과 폭행을 당하는 일도 있다. 어떤 상황이 벌어져 있을지 알 수 없는 곳으로 가야 하는 것이 역무원의 일이다. 그리고 그 일을 혼자 해야 할 때가 있다.
신당역 사건 이후 공사는 '2인 1조 순찰 강화대책'을 내놓았다. CCTV와 비상호출장치, 안전장비 등 여러 대책도 나왔다. 하지만 현장에서 2인 1조가 실제로 작동하려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이 있다. 사람이다. 역에 2명이 근무한다고 해서 두 사람이 함께 순찰을 나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역무실에는 승객이 찾아오고 전화가 걸려 온다. 각종 돌발 상황도 처리해야 한다. 역무실을 비운 채 두 사람이 함께 순찰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결국 2인 근무조에서는 2인 1조 순찰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어렵고 단독순찰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노동조합의 요구와 투쟁 끝에 2024년 역무원 232명을 새롭게 채용했고, 2026년 4월 정원에 반영됐다. 그러나 현장의 인력 부족을 해소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2026년 7월 기준 전체 근무조의 약 20%에 해당하는 214개 조가 아직도 '2인 근무조'로 편성돼 있다. 나는 이 숫자 앞에서 10년 전 구의역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2016년 구의역에서 열아홉 살 청년 노동자가 승강장 안전문을 정비하다 들어오는 열차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그때도 '2인 1조' 원칙은 있었다. 그러나 경찰 수사 결과, 당시 정비작업의 약 70%가 1인 작업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혼자 작업하고도 작업일지에는 두 사람이 함께 일한 것처럼 기록한 사실도 확인됐다.
'규정에는 두 사람이 있었다. 현장에는 한 사람 뿐이었다.'
구의역 사고가 우리에게 남긴 가장 뼈아픈 교훈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것이었다.
규정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노동자를 지킬 수 없다. 그 규정을 지킬 사람이 있어야 한다. 구의역 이후 우리는 2인 1조를 말했다. 6년 뒤 신당역에서도 다시 2인 1조를 말했다. 그리고 신당역 사건으로부터 다시 4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같은 말을 하고 있다. 사람이 죽은 뒤에야 같은 대책을 반복해서 내놓는다면 무엇인가 근본부터 잘못된 것이다. 이제 2인 1조를 사고가 난 뒤 회사가 발표하는 재발방지 대책으로만 남겨두어서는 안 된다. 법과 제도로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고 모든 업무를 무조건 두 사람이 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현장에서 위험성평가를 제대로 하면 혼자 해서는 안 되는 일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다.
야간 순찰은 어떤가. 취객이나 소란자 대응은 어떤가. 폭력 발생 가능성이 높은 업무는 어떤가. 외진 장소나 화장실 등 취약개소를 확인하는 업무는 어떤가. 사고가 발생했을 때 한 사람이 신고와 구조, 현장 통제를 동시에 해야 하는 업무는 어떤가. 이런 위험을 책상에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 그 일을 하는 노동자와 노동조합,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이 참여해 찾아내야 한다. 위험성 평가를 통해 단독 작업이 중대한 위험을 높이는 업무를 정하고, 그런 업무에는 2인 이상이 실제로 근무할 수 있도록 사업주에게 필요한 인력을 확보할 책임을 지워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2인 1조'라는 문구 자체가 아니다.
구의역 사고가 이미 그것을 보여줬다. 규정에 2인 1조라고 써 있어도 사람이 없으면 지켜지지 않는다. '가급적 2인 1조로 한다', '필요한 경우 2인 1조로 한다'는 식의 지침을 만들어 놓고 필요한 인력 확보를 사업장의 판단에 맡긴다면 현장에서는 다시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 누가 2인 1조가 필요한 업무를 정할 것인가. 인력이 부족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두 사람이 해야 안전한 업무를 사람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한 사람에게 맡기면 어떻게 할 것인가. 2인 1조 법제화를 이야기한다면 여기까지 가야 한다.
나는 30년 넘게 지하철에서 일하면서 안전과 인력은 결코 따로 갈 수 없다는 것을 몸으로 배웠다. 업무는 그대로인데 사람이 줄어들면 누군가는 혼자 일하게 된다. 휴가자가 생기고 병가자가 생기고 교육이나 휴직자가 생기면 남은 사람이 그 자리를 메운다. 그러다 보면 원래 두 사람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일도 한 사람이 하게 된다. 그날 아무 사고가 없으면 다음 날도 그렇게 한다. 또 아무 일이 없으면 그것이 어느 순간 '원래 혼자 해도 되는 일'처럼 굳어진다. 그러다가 사고가 난다. 그래서 2인 1조 요구를 단순히 인력을 더 달라는 요구라고 봐서는 안 된다.
사람이 있어야 안전수칙을 지킬 수 있다. 인력은 비용이기 전에 안전이다. 구의역의 청년 노동자도 그날 자기 일을 하러 출근했다. 신당역의 우리 동료도 자기 일을 하러 출근했다. 한 사람은 승강장 안전문을 고치러 갔고, 한 사람은 역사를 순찰하러 갔다. 두 사건의 원인은 분명 다르다. 구의역은 승강장 안전문 정비 중 발생한 산업재해였고, 신당역은 스토킹 가해자에 의한 살인사건이다. 두 사건 다 작업장 내에서 발생한 산업재해지만, 둘을 같은 사고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노동안전의 관점에서 우리가 반드시 물어야 할 공통된 질문은 있다. 왜 위험한 일을 하는 노동자를 혼자 보냈는가.
둘 다 혼자였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10년 전 구의역에서 우리는 배웠다. 2인 1조라는 규정이 있어도 그것을 지킬 인력이 없으면 노동자는 결국 혼자 일한다는 것을. 4년 전 신당역에서 우리는 다시 배웠다. 지하철 노동자가 마주하는 위험은 열차와 기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 세 번째 죽음을 기다리면서 같은 대책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사고가 난 뒤의 2인 1조가 아니라 사고가 나기 전의 2인 1조가 필요하다. 위험한 일을 혼자 하지 않아도 될 권리. 두 사람이 해야 안전한 일이라면 실제 두 사람이 일할 수 있도록 사람을 배치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기관장의 의지나 회사 내부의 매뉴얼에만 맡겨두지 않는 것. 위험성 평가를 통해 2인 1조가 필요한 업무를 정하고, 노동자와 노동조합,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이 그 과정에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정해진 업무에는 사업주가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도록 법과 제도로 책임을 지워야 한다. 30년 넘게 지하철에서 일한 노동자로서, 노동조합 활동을 해온 사람으로서, 지금 현장의 위험을 살피는 명예산업안전감독관으로서 내가 요구하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일하러 간 노동자가 자기 일을 마치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는 것. 그 당연한 일상을 이제는 법과 제도로 보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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