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초연씨(가명·31)의 시간은 이달 4일 오전 0시30분에 멈춰 있다. 그날 그 시각 이후로 세상은 멈춘 듯 조용했고, 망연자실한 시간이 어떻게, 얼마나 흘러갔는지 가늠조차 되지 않고 있다.
때로는 아이의 울음소리가 환청으로 들리고 곁에 있는 것만 같아 방문을 열어보아도 텅 빈 공허함만이 김씨를 맞이할 뿐이었다.
그날, 김씨는 생후 6개월도 채 안 된 아들과 ‘생이별 아닌 이별’을 해야 했다. 전주지방법원으로부터 받은 ‘임시조치결정’에 따른 것이었다.
의료진 “갈비뼈 8곳 골절” 신고에 시작된 악몽
법원으로부터 임시조치 결정을 받기 하루 전인 8월 3일 오전. 김씨는 남편 강모씨와 함께 전주시내 한 소아과를 찾았다. 미리 예약해둔 ‘영유아 발달정밀검사’를 받기 위해서였다.
아이를 진찰하던 의료진은 아이의 갈비뼈 부위에서 8개의 골절이 확인됐다며 이같은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다는 이야기를 김씨에게 전했다.
의료진으로부터 이같은 이야기를 들은 김씨는 처음에 그 뜻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한다. 의료진이 말한 ‘아동학대 의심’이라는 말이 김씨의 세상과는 전혀 다른 세상의 언어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내가 내 아이를 학대해서 아이의 갈비뼈가 부러졌다는 것인가?’라는 생각조차도 못했다는 것이다.
“분리 조치”에 남편 격분… 법원, 접근금지 명령
정밀진단을 위해 아이는 전북대학교병원으로 이원됐다. 1차 의료기관의 신고를 받고 전북대병원으로 온 전주시청 여성아동과 공무원과 경찰은 김씨 부부에게 앞으로 진행될 상황을 설명했다. 행위자와 아동의 분리, 즉 아동학대 의심정황에 따라 엄마와 아이를 분리하겠다는 말에 김씨의 남편은 격분했다.
경찰은 김씨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하기 위해 압수에 동의해달라고 했고 김씨는 기꺼이 제출하겠다고 했다.
법원은 경찰과 검찰로 이어진 임시조치 필요성에 대해 타당하다고 보고 김씨에 대해 아이와 주거지에 대한 접근금지 명령을 내렸다.
전주지법이 내린 결정문에는 ‘행위자에게 10월3일까지 피해아동과 그 주거 및 보호시설에서 100미터 이내의 접근금지를 명한다’는 내용이 고지됐다. 또한 ‘행위자를 2개월간 전주덕진아동보호전문기관에 상담 및 교육 위탁한다’는 내용도 덧붙여 있었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구류에 처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뒤따랐다.
법원의 결정이 내려진 직후 아이는 전주시청 공무원에 의해 임시보호시설에 맡겨졌다. 4일 이른 새벽시간이었다.
병원 소견 “학대 정황 없다”… 그러나 수사는 20일째 제자리
임시보호시설에 맡겨졌던 아이는 사흘 뒤 아이의 할머니에게 돌아올 수 있었다. 친족에 의한 일시보호조치였다.
그 사이 전북대병원에서 진행한 정밀검사결과도 나왔다. 전북대병원에서는 진단서와 의료소견서를 통해 “늑골골절은 수주 전에 발생한 것으로 보이며 1회 발생한 것으로 반복적인 골절은 없는 것으로 사료된다. 뇌 CT촬영과 전신 X레이 촬영에서 이상 소견은 없으며 아동학대시 발생할 수 있는 안과적 소견은 없었다”고 명시했다.
또 “예방접종력은 모두 제때 이뤄졌으며 과거력상 입원력과 개인의원에서 성장, 발달 검사를 위해 전문 소아청소년과 진찰을 권유 받고 방문한 점으로 보아 의료적 방임은 없었던 것으로 사료된다”는 소견을 밝혔다.
그런데도 김씨는 아이를 품에 안을 수 없었다.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혐의가 없다는 결론이 나야 하지만 신고가 되고 분리가 된 지 20일이 지난 23일 현재까지 경찰의 수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법원, 주거지 접근금지 일부 해제…전북경찰 조사는 여전히 미정
다만 그 사이 법원은 4일 내린 결정에서 ‘주거지에 대한 접근금지가 유지될 경우 다른 자녀들(아이의 형과 누이)을 정상적으로 보호양육하지 못하게 되어 오히려 다른 자녀들에 대한 또 다른 아동학대 범행이 야기될 우려가 있는 점 등을 종합해 원결정 중 주거지에 접근금지를 명한 부분은 부당하다’고 판단해 주거지 접근금지를 풀었다. 열흘만인 14일 이야기다.
경찰도 3일 압수한 김씨의 핸드폰에 대한 포렌식 조사를 마치고 11일 만인 이날 돌려줬으나 언제 대면 조사를 진행할 것인지에 대한 것은 구체적인 일정은 밝히지 않고 있다.
보다못한 김씨의 시아버지는 지난 18일 전북경찰청 청문감사인권담당관에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는 민원을 제기했으나 이마저도 확실한 답변을 받지 못해 속을 태우고 있다.
“매일이 지옥…하루라도 빨리 아이 얼굴 보고 싶다”
김씨의 시아버지는 “아들과 며느리가 양육을 하는 과정에 실수를 했거나 잘못해서 어린 손주의 골절이 일어났다면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게 사실이라면 회피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면서 “다만 이번 일로 인해 아내는 친정으로 가서 90대의 노모와 함께 ‘뜻하지 않은 육아’를 하느라 힘들고 수사가 지연되다보니 가족 전체의 삶이 흐트러져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는 지경”이라고 말했다.
김씨 또한 “아동학대 행위자로 몰려있는 상황이 답답하고 억울하기도 하지만 그것보다 벌써 20여일째 아이의 얼굴을 보지 못한 것과 함께 시부모님을 뵐 낯이 없다”면서 “이미 휴대전화에 대한 포렌식이 끝났고 집안에 있었던 CCTV자료까지 제출한 만큼 하루라도 빨리 경찰의 조사가 이뤄지기를 바랄 뿐”이라며 끝내 고개를 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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