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30년 만기 국채 금리가 2007년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일본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3% 턱밑까지 올라왔다. 글로벌 경제가 고금리 시대로의 본격적인 진입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17일(현지시간)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5bp(베이시스포인트, 1bp=0.01%포인트) 올라 5.31%가 됐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직전인 2007년 이후 약 1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 연방정부가 2조 달러(약 2835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대규모로 국채를 발행한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에 더해 AI 투자 붐으로 인해 빅테크들이 인프라 투자를 위해 회사채 발행을 늘리면서 장기채 시장에서 미 국채와 경쟁이 일어나는 영향도 미친 것으로 통신은 짚었다. 이에 따라 장기채 가격 경쟁이 장기채 금리 인상으로 이어진 모습이다.
좀처럼 잡히지 않는 인플레이션 상황 역시 장기채 금리를 밀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눈에 띄는 요인은 최근 미국에서 발표되는 지표가 금리 인하를 가리키고 있음에도 장기채 움직임은 반대를 보인다는 점이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의 7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 대비 0.2%, 전년 동월 대비로는 2.5% 올랐다.
7월 미국의 비농업 부문 일자리는 2만3000개 감소했고 실업률은 4.1%로 별다른 변동이 없었다. 고용이 개선된다는 신호도, 물가가 불안정하다는 신호도 나타나지 않아 긴축 정책의 필요성도 그만큼 약해졌다.
결국 시장이 단기적인 경기 둔화 위험보다 장기적인 재정 위험과 물가 상승 위험을 더 크게 본 결과가 장기채 금리 인상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을 비롯한 다른 주요국 기준금리도 오르는 모양새다.
17일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날 일본의 신규 발행 10년물 국채 금리는 2.930%까지 상승해 1996년 9월 이후 약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때 제로금리 시대를 달리던 일본의 장기채 금리가 3%를 목전에 둘 정도로 치솟았다.
금리 정책에 큰 영향을 받는 신규 발행 2년물 국채 금리도 전 거래일보다 4bp 올라 1.690%까지 상승했다. 이는 1995년 5월 이후 약 31년 만에 최고치다.
일본은행은 지속적인 금리 인상 방침을 밝히고 있다. 우에다 가즈오 일은 총재는 금리 결정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상 속도를 더 높일 방침을 밝혔다. <로이터>는 일은이 9월에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으며, 연내 한 차례 이상 추가 상승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했다.
물가 상승 압력이 이어지는 데다 엔화 약세, 불안정한 글로벌 정세가 모두 금리 인상 압력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써 막대한 규모의 재정정책을 예고한 일본 정부와 일은의 정책 엇박자는 더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유럽 주요국의 금리도 일제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프랑스의 30년물 국채 금리는 4.8558%까지 치솟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9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프랑스의 10년물 금리도 4.0516%로 올라 2009년 6월 이후 최고치였다.
독일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3.2138%까지 올라 2011년 이후 최고치였다. 캐나다의 30년물 금리는 2010년 이후 최고치였다. 영국의 30년물 금리는 1998년 이후 약 28년 만에 최고치다.
국제 경제가 가깝게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지속된 장기간의 저금리 시대를 끝내고, 이후 막대하게 발생한 유동성을 회수하는 고금리 사이클로 진입하는 모습이다.
한국의 기준금리 역시 추가 인상이 불가피한 모습이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는 지난 11일 간담회에서 "특별한 충격 요인이 없다면 (금리의) 추가 인상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씨티은행은 한은이 오는 27일 열릴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는 0.25%포인트 올려 연 3.00%로 만드는 '백투백 인상(두 차례 연속 인상)'에 나서고, 10월에 추가 인상을 단행한 후 내년 2월 또 인상해 최종 금리 수준을 3.75%까지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4년 넘게 이어진 초유의 한미 금리 역전 현상을 해소해 환율을 방어하고, 치솟는 국내 물가를 다잡기 위해서는 빠른 속도의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특히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잡히지 않는 레버리지 투자가 한국 경제 최대 뇌관으로 부상하면서 이를 방어하기 위해서도 금리 인상 필요성은 커지고 있다.
'영끌'과 '빚투'가 올해 내내 이어지면서 가계빚은 사상 처음으로 2000조 원을 돌파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오는 19일 한은이 올 2분기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 잠정치를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1분기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993조1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 중이다. 2000조 까지 불과 6조9000억 원 남았다.
가계 여유자금이 온통 부동산과 주식으로 인해 빚의 소용돌이에 빨려들어가면서 내수 침체를 더 가속화하고, 신용 위험을 키우는 상황을 반전하기 위해서라도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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