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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지학순 주교 조카 등 재심청구 배제한 형소법에 '헌법불합치'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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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지학순 주교 조카 등 재심청구 배제한 형소법에 '헌법불합치' 결정

직계친족·배우자·형제자매에만 재심청구 자격 부여한 법조항에 "국가 방해 등 사정 고려돼야"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집단 희생 등 과거사 사건으로 유죄 선고를 받고 사망한 경우 배우자와 직계친족, 형제자매만 재심을 청구할 수 있도록 정한 법규정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판단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24일 형사소송법 제424조 제4호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 3건을 병합해 해당 조항의 '과거사정리기본법 제2조 제1항 제3·4호에 규정된 사건'에 적용되는 부분에 대해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불합치 결정이란 법률의 위헌성을 인정하면서도 법적 안정성을 위해 한시적으로 놔두는 것이다. 헌재는 2027년 12월 31일까지 기존 조항의 효력을 인정했다.

청구인들은 1948년 여수·순천 사건(여순사건)에 연루돼 징역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 법적 절차 없이 방첩부대·헌병대·경찰 등에 의하여 대전 산내 골령골에서 살해된 피해자들의 조카와 제수이다.

또 1974년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으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이후 사망한 고(故) 지학순 주교의 조카 등이 청구한 사건도 있다.

이들은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으나 재심 청구권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 역시 기각되자 직접 헌법소원을 냈다.

형사소송법 제424조 제4호는 유죄의 선고를 받은 자가 사망하거나 심신장애가 있는 경우 그 배우자, 직계친족 또는 형제자매만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한다.

헌재는 심리 끝에 청구인들과 같이 '한국전쟁 전후 시기 불법적으로 이뤄진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과거사정리기본법 2조 1항 3호), '권위주의 통치기 중대한 인권침해·조작의혹 사건'(같은 법 2조 1항 4호)에서도 직계친족 등에 대해서만 재심을 청구하도록 하는 것은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고 밝혔다.

헌재는 일반 형사사건과 달리 "국가가 주체가 돼 조직적으로 불법행위가 이뤄졌을 뿐 아니라, 이후에도 오랜 기간 국가의 방해로 인해 재심청구 등 권리행사를 하는 것이 사실상 쉽지 않았다는 사정이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피해자가 혼인도 하지 않은 채 사망하거나, 온 가족이 희생된 탓에 적법한 재심청구권자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수십 년의 세월이 지나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면서 이미 유족은 물론 그 배우자나 직계친족 등이 사망한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국가가 판결이라는 형식을 빌려 국민에 대하여 불법행위를 저지른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에서까지 그 유죄의 확정판결을 유지해 달성하고자 하는 법적 안정성이, 재판청구권 보장의 필요성을 희생시킬 정도로 중대한 것은 아니다"고 부연했다.

헌재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면서 재심청구권자의 범위를 확장할 것인지, 범위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 과거사정리법이나 관련 특별법에 규정을 둘 것인지 등도 입법자의 재량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은 "망인과의 관계를 고려해 재심청구권자를 한정한 것은 구체적 정의나 재판의 적정성과 법적 안정성을 조화시키고 사법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서 자의적 입법으로 보기 어렵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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