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서울시장 예비후보의 성동구청장 재임 시절 공무 국외 출장 의혹을 당 차원에서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의혹을 전제로 정 후보와 출장에 동행한 여성 공무원과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추궁하면서, 각계 비판에도 이를 쟁점화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2일 국민의힘에서는 공식 석상에서 이 의혹을 매개로 "서울(시장 선거)부터 반드시 이기겠다"는 발언이 나왔다. 나아가 의원들은 "칸쿤 한번 가자"는 농담도 했다. 무분별한 추측 퍼뜨리기에 이어 여성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문제 제기를 조직 내 웃음 소재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서 공개 발언자로 김재섭 의원을 내세웠다. 김 의원은 정 후보 의혹을 처음 제기한 인사다.
김 의원이 발언대에 오르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들뜬 분위기였다. 김 의원은 "제가 요새 '미스터 칸쿤' 정원오 선생 때문에 고생이 많다"며 "의혹 제기 이후 정 후보 측도 저를 고발하고, 민주당 대표 측도 저를 고발하겠다고 한다. 국회 윤리위원회에까지 제소해서 제가 오늘부로 트리플 크라운, 3관왕을 달성했다"고 으스대듯 말했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축하해요"라고 호응했다.
김 의원은 "민주당이 광역으로 왜 이렇게 급발진하는지 잘 생각해 보니, 민주당이 갖고 있는 DNA 깊숙한 곳에 어느 불편한 부분들을 제대로 건드린 것"이라며 정 후보 관련 의혹 제기를 이어갔다. 그는 첫 의혹 제기 때와 마찬가지로 '여성과 간 출장', '대표적인 휴양지', '파격 승진', '공문서 조작' 등 단어를 부각해 말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민주당을 향해 "달달하게 칸쿤 한 번 갔다 온 사람 지키겠다고 저렇게 노력하는 것 보면 한편으로 짠하기도 하다"며 "여성혐오 낙인찍기라든가, (출장을) 여러 명이 갔다고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여성 공무원에 대한 성차별'이라는 비판을 김 의원은 "여성혐오라는 식으로 문제 제기 자체를 못 하게 하는 '입틀막'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정 후보를 향해 "이거 대응하셔야 할 거다. 안 그러면 서울시청으로 가는 게 아니라 서울구치소로 가실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장내에 앉아 있던 의원들 사이에선 웃음이 터져 나왔다. 김 의원은 "의원들이 조금 관심 가져주고 화력을 지원해 주면 서울부터 반드시 이겨서 지방선거 전국에서 다 이기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의 발언이 끝나자마자 큰 박수가 쏟아졌다. 남성 의원들 사이에서 "잘했다", "파이팅" 등 격려가 이어졌고, "칸쿤 한번 가자", "서울구치소 이야기하니 귀에 쏙쏙 들어온다" 등 호응도 뒤따랐다.
'시원하게 공개하라'는 지도부…"여성 공무원 인권, 누가 책임지나"
이날 정 후보 출장 의혹을 공식 석상에 올린 건 김 의원만이 아니다. 우재준 최고위원도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정 후보를 향해 "시원하게 공개하면 된다"며 "여직원이랑 둘이 휴양지를 간 게 아니면, 칸쿤에서 누구랑 무슨 일을 했는지 설명하면 된다"고 발언했다.
우 최고위원의 말에 장동혁 대표, 송언석 원내대표, 김민수·신동욱 최고위원 등이 웃음을 터뜨리는 장면이 포착됐다.
한 여성단체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두 명의 공직자가 업무 수행을 하는데, 그중 한 사람이 여성이라고 해서 문제 삼을 거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앞으로 어떤 여성과도 일을 못 한다. 여성을 노동자, 그 직업의 전문가로 보지 않고 대상화해서 보는 것"이라며 "본인들이 말하는 것이 정치인으로, 사회적으로 적절한지 판단하지 않고 있다. 네거티브 수준을 넘어섰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여성단체 관계자도 통화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해외 출장 자체를 외유로 생각하고 있는 게 심각한 문제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는 말이 생각난다"며 "윤리적인 기준 자체, 근거 없는 의혹을 던져 정치의 한 방식으로 소모하는 것 자체가 저열하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의 명예훼손성 의혹 제기가 이어지는 동안, 의원들이 "호기심 대상으로 전락시킨" 여성 공무원은 극우 성향 유튜브 채널 등에서 공격 대상으로 내몰렸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울지역본부는 이날 성명을 내 "여성 공무원의 인권과 2차 피해는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며 김 의원의 사과를 촉구했다.
이들은 "'남성 상사와 함께 일하면 스캔들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퍼지면 여성 공무원들은 스스로 업무 범위를 좁히고, 할 수 있는 일도 피하게 된다. 공무원 조직 전체의 성차별을 더 깊게 만들고, 여성이 역량을 발휘할 기회를 빼앗아 간다"며 "정치권은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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