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4선 이상 중진 의원들이 26일 장동혁 대표에게 6.3 지방선거 '위기감'을 전달하고,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다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 필요성을 비롯해 장 대표 체제에 대한 생각이 중진 의원들 안에서도 각자 다른 만큼, 요구 사항의 수위는 제각각이었다. 장 대표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원론적인 견해만 밝혔다.
장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당내 중진 의원들과 만났다. 그동안 당 내홍이 거듭되는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나서기보다 방관하는 태도를 유지해 온 다수 중진 의원들이 안팎으로 비판이 커지자 지난 24일 장 대표에게 면담을 요청한 바 있다.
이날 2시간가량 진행된 면담에는 조경태·주호영(6선), 권영세·김기현·나경원·윤상현·조배숙(5선), 김도읍·김상훈·김태호·박대출·박덕흠·윤영석·윤재옥·이종배·이헌승·한기호(4선) 의원 등이 참석했다.
장 대표는 이 자리에서 대체로 말을 아끼며 중진 의원들의 의견을 들었다고 한다. 장 대표는 이후 "중진 의원들이 얘기한 지방선거의 어려움에 대해 인식을 같이하고,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깊이 고민하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말했다고 이종배 의원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장 대표는 "중진 의원들만이 아니라 다른 국회의원들, 다른 채널들 다 동원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의사도 전했다고 한다.
아울러 이 의원은 "중진 의원들은 지방선거나 대여투쟁에 역할을 더 강화하고, 앞으로 당 대표가 주최하는 '최고·중진 (연석) 회의'도 요구했다"며 "당 대표는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당에서 사라진 최고위원과 중진 의원 간 정례 회의를 부활해 소통 창구 기능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장 대표 취임 이후 국민의힘 지지율이 최저치인 17%를 기록했다는 한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된 데 관해서는 "대책을 강구해 나가자"는 인식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중진 의원들은 장 대표에게 명확한 '절윤 선언' 등 노선 변화를 단일한 목소리로 요구하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면담에 배석한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노선 변화'라는 용어가 중진 회의에서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현재 당 상황을 두고 중진 의원들이 제시하는 해법은 제각각이다. 조경태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장 대표에게 '윤석열과 절연하자고 하는 세력과 절연하겠다'고 한 표현은 발언을 철회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에 장 대표는 "태세 전환에 대한 부분은 심사숙고하겠다. 다양한 목소리를 듣겠다"고 반응했다고 한다.
윤상현 의원은 "서로 과거 입장 차를 불문하고 용서하자. 그다음 국민으로부터 용서받자. 확실하게 속죄하는 세리머니를 통해 국민에게 뭔가 의식을 보여준 다음, 빨리 선거 체제로 가자"는 의견을 냈다. 장 대표의 노선 변경보다 "모두의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취지다. 윤 의원은 당권파와 비당권파 간 '윤리위 제소' 경쟁도 멈춰야 한다며 "제소와 맞제소 모두 즉시 철회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헌승 의원은 면담 참석 뒤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의 당은 여전히 사분오열된 혼돈 속에서 국민에게 실망만 안겨드리고 있다. 중진 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일련의 과정과 결과에 대해 처절하게 반성하며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며 "이제라도 당내에서 서로를 향해 겨누는 소모적 갈등에서 벗어나 모두와 함께하는 책임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국민의힘이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해서는 계엄과 탄핵에 대한 진정한 사과가 필요하다"고 했다.
갈등의 화살을 정부에게 돌리는 목소리도 나왔다. 나경원 의원은 "지금 대한민국 삼권분립 체계가 무너지고 있다"며 "그 이슈에 모든 것이 집중돼야 하는데 그들의 이간계에 넘어가서 대구·경북 통합 문제로 당내가 시끌시끌하고, 일부는 가서 세 규합이나 하고 있다. 당내 이슈로 계속해서 문제가 되는 게 너무 안타깝다"고 밝혔다. 윤영석 의원은 "이재명 정권의 독재에 맞설 수 있는 범국민적인 걸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민의힘 일부 재선 의원들도 별도의 모임을 갖고 당 노선 정리 필요성에 관한 의견을 공유했다. 엄태영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의원총회를 열어 끝장 토론을 해 당 내 여러 가지 노선과 현안 문제를 마무리 짓자는 데 재선 의원들의 뜻을 모았다"며 "끝장 토론을 하더라도 빨리 정리하고, 그 다음으로 나아가자는 것이 재선 의원들의 일관된 생각"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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