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이 헌정질서를 파괴한 인물의 기념사업을 제한하는 법안을 발의하면서 대구 지역이 술렁이고 있다.
대구참여연대 등은 법안 발의를 환영하면서도 박정희 전 대통령까지 적용 대상을 넓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보수 지지층은 “산업화의 주역을 깎아내리는 시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추진했던 동대구역 광장 ‘박정희 동상’ 논란과 다가온 지방선거와 맞물리며, ‘역사적 인물 평가’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최고조로 치닫는 모습이다.
“헌정 파괴자 세금 지원 안 돼”…차규근 법안의 파장
지난달 31일 조국혁신당 대구시당위원장인 차규근 의원은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1979년 12·12 군사반란과 1980년 5·18 민주화운동 전후에 발생한 헌정질서 파괴 범죄, 반인도적 범죄에 해당하는 인물을 기념하는 공원·동상·도로명 등 사업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핵심은 ‘헌정질서 파괴범죄 또는 반인도적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한 기념사업 예산 지원을 금지하고, 이미 집행된 예산에 대해서는 환수 근거를 마련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것이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지자체가 공공예산으로 조성·운영해 온 일부 기념시설은 예산 집행의 정당성을 다시 따져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대구참여연대와 ‘박정희우상화사업반대범시민운동본부’는 즉각 성명을 내고 법안 발의를 환영했다. 다만 이들은 법안의 적용 범위가 제한적이라며 논의의 확장을 요구하고 나섰다.
“박정희, 규제 대상에서 빠져… 적용 확대해야”
대구참여연대는 “전두환, 노태우는 사법적 단죄를 받아 전직 대통령 예우가 박탈되었지만, 박정희는 살아생전 법의 심판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여전히 동상이 건립되고 우상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현행 법안의 적용 시점이 1979년 이후로 한정되어 있어, 5·16 군사정변과 유신 독재를 이끈 박정희 전 대통령은 규제 대상에서 빠져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4.19 혁명을 총칼로 짓밟고 인권을 유린한 인물이 단지 ‘경제 성장’이라는 명분으로 공공의 장소에서 기념되는 것은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며 “전직대통령예우법 등을 개정해 헌정 질서 파괴가 역사적으로 확인된 모든 인물에 대한 기념사업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법부재 판결 부재’…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반대·우려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일각에서는 “역사 평가는 학계와 사회가 토론할 일이지, 특정 인물 기념을 법으로 금지하는 건 과도하다”고 주장한다. 대구 동대구역 박정희 동상 제막 논의 당시에도 찬성 단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산업화의 상징’으로 평가하며 ‘부국강병 정신’을 강조했고, 기념물을 지역 정체성 확립과 관광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시각도 여전하다.
또한, 이번 특별법 개정안이 ‘이미 집행된 예산’까지 환수 대상으로 삼을 경우, 법적 안정성 침해와 소급 적용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명확한 기준 없이 정권이나 의회 다수당의 성향에 따라 ‘기념할 사람’과 ‘기념하지 말아야 할 사람’을 가를 경우, 사회적 갈등만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다.
보수 진영에서도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들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독재자’로만 규정하는 것은 편협한 역사 인식이며, 대한민국을 세계 10대 경제 대국으로 이끈 공로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반박한다.
대구에 거주하는 김 모(71) 씨는 “박정희 대통령은 전후 폐허 속에서 ‘보릿고개’를 해결하고 산업화의 기틀을 닦은 인물”이라며 “과(過)가 있다고 해서 공(功)까지 모두 지우고 동상 하나 세우지 못하게 하는 것은 정치적 보복이자 역사 지우기”라고 비판했다.
‘역사 논쟁’ 비화 전망… 여야 충돌 예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페이스북 등을 통해 “박정희 대통령의 산업화 정신은 대구의 자존심이자 미래 번영의 토대”라고 주장하며, 동대구역 광장의 ‘박정희 광장’ 명명과 동상 건립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보수 단체들은 “민주화 세력이라는 이름으로 자신들의 역사관을 강요하는 것 또한 또 다른 독재”라고 주장했다.
차규근 의원의 법안 발의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여야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조국혁신당 등은 ‘역사 바로 세우기’ 차원에서 입법을 추진할 태세지만, 국민의힘은 이를 ‘보수 진영을 겨냥한 공격’으로 보고 반대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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