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정상회담을 가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희토류 수출 통제, 미국산 대두 구매, 펜타닐 관세 등 주요 쟁점에서 합의를 이루고 관세 휴전을 1년 연장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4월 중국을 방문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8분께부터 1시간40분가량 한국 부산 김해공항 공군기지 내 접견장인 나래마루에서 가진 회담을 끝으로 아시아 순방을 마무리하며 미국으로 돌아가는 전용기(에어포스원)에서 취재진에 시 주석과 "놀라운 만남"을 가졌다며 만남을 점수로 평가하면 "10점 만점에 12점"이라고 말했다. 두 정상의 대면 회담은 2019년 6월 이후 6년 4개월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에서 중국이 희토류 수출 제한을 유예하고 미국산 대두를 구매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은 대중 펜타닐 관세를 기존 20%에서 10%로 즉시 인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근 양국의 긴장을 높였던 주요 쟁점들에서 합의가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희토류는 전부 해결됐다"며 "걸림돌이 사라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희토류 수출 제한이 1년 유예됐고 그 뒤 "정기적"으로 연장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중국이 "엄청난 양의 대두와 다른 농산물을 즉시 구매하기로 했다"고 했다. 전날 <로이터> 통신은 무역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국영기업이 미국산 대두 수입을 재개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올해 수확한 미국 대두를 중국이 처음으로 구매한 사례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펜타닐의 미국 유입을 막기 위해 "정말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부과한 관세를 10% 인하해 대중 관세가 57%에서 47%로 낮아졌다고 밝혔다. 이달 초 희토류 통제에 맞서 11월1일부터 부과를 위협했던 대중 추가 100% 관세는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무역협정에 "매우 곧" 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큰 걸림돌이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제 우린 협상을 체결했고 매년 재협상할 것"이지만 "협정이 해를 넘겨 꽤 오래 지속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중국 방문 계획 또한 밝혔다. 그는 "나는 4월에 중국에 갈 것이고 그(시 주석)은 그 뒤 미 플로리다주 팜비치나 워싱턴DC에 올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김정은 만나러 "다시 올 것"…대만 문제·중국의 러 원유 수입은 논의 안 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지 못한 데 대해선 "내가 너무 바빴다"며 김 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다시 오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에서 시 주석과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장시간" 논의했다며 "협력해 뭔가를 이룰 수 있을지 알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에 대해선 "논의하지 않았다"고 했다.
대만 문제는 회담 내용에 포함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 문제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고 논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국 쪽에서 중국이 요구할 것으로 우려했던 최신 인공지능(AI) 칩 수출 관련해서도 큰 변화는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칩 관련 논의를 했지만 최첨단 기술이 담긴 미 엔비디아의 "블랙웰에 관한 것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시진핑 "미중 공감대 형성·보복 악순환 말아야"…중 상무부, 상호관세 유예 1년 연장·희토류 수출 통제 1년 유예 확인
시 주석도 트럼프 대통령과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 <신화> 통신을 보면 시 주석은 이날 회담을 통해 "양국 경제무역팀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눠 문제 해결을 위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평가했다. 시 주석은 미중 양국이 "보복의 악순환에 빠지지 않고 협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장기적 이익에 집중"해 "평등·존중·호혜 원칙에 따라 문제 목록은 줄이고 협력 목록은 확대해 나갈 것"을 촉구했다.
<신화>를 보면 이날 중 상무부는 지난 주말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 결과를 공개하며 미국이 대중 펜타닐 관세 10%로 인하하고 24% 상호관세 유예를 1년 더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국도 관련한 대응 조치를 조정하기로 했다. 지난 9일 발표한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 조치 1년 유예도 확인했다.
상무부는 중국 해운, 물류, 조선업을 겨냥한 미국의 무역법 301조 조사도 1년 간 유예될 예정이며 중국 또한 관련 보복 조치를 1년 중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틱톡 관련 문제를 적절히 해결하기 위해 미국과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시진핑, 정말 오랜 친구·매우 강한 협상가"…시진핑 "두 주요 경제가 때로 마찰 겪는 건 정상·미중, 친구 돼야"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호의와 협력 의지를 강조하며 만남을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전 11시를 약간 넘겨 회담장 앞에서 시 주석과 첫 대면해 악수를 나누고 "우린 매우 좋은 회담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우린 서로를 잘 안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시 주석)는 매우 강한 협상가다. 그건 좋지 않다"며 견제성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선 대체로 침묵을 지켰다.
곧바로 회담장으로 이동 뒤 공개된 모두 발언에서 먼저 말문을 연 트럼프 대통령은 "우린 이미 많은 것을 합의했고 지금 더 많은 합의를 할 것"이라고 낙관적 전망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말 오랜 친구와 함께 하게 돼 큰 영광"이라며 호의를 표시했다.
시 주석은 "우린 항상 의견이 일치하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세계의 두 주요 경제권이 때때로 마찰을 겪는 것은 정상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두 나라는 서로의 성공과 번영을 함께 이룰 수 있다"며 "중국과 미국은 파트너이자 친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지구 휴전 협상에 "큰 공헌"을 한 것에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전문가 "단기적 안정화…미중, 더 깊은 경쟁 속 필요한 만큼의 협력만 조율"
이날 두 경제대국 간 정상회담에서 주요 쟁점이 합의되고 관세 휴전이 연장된 것은 전세계에 안도감을 줬다. 다만 <AP> 통신은 제조업 장악, 첨단기술 개발, 우크라이나 전쟁을 포함한 세계 정세 관련 문제에서 미중 양국의 충돌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짚었다. 통신은 "미중은 각자 서로에게 압력을 가할 수단이 있다고 믿고 있으며 한 해 동안 잠정적 진전이 오래가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 왔다"고 설명했다.
통신을 보면 미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 중국 담당 선임국장 크레이그 싱글톤은 "이번 협상 테이블에서 제안된 안은 우리가 올해 내내 봐 온 양상, 단기적 안정화를 전략적 진전으로 포장하는 것과 일치한다"며 "양쪽은 변동성을 관리하며 더 깊은 경쟁이 지속되는 동안 위기를 피하기 위해 필요한 만큼의 협력만 조율 중"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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