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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부동산대책, 단기 급등은 막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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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부동산대책, 단기 급등은 막겠지만…

[경제뉴스N시선] '똘똘한 한 채' 그냥 두면 집값 못 잡는다

· 주택가격 급등을 막는 대책이다.

이재명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이고 언론에서 '초강력'이라고 불렀던 6·27대책의 효과가 2개월밖에 못 갔다. 그 효과라는 것도 서울 아파트값 급등을 잠시 멈춰 세운 정도. 6월 27일 이후에도 서울 아파트값은 '상승률'이 떨어졌을 뿐이고 상승을 멈춘 적은 없다. 거래량은 줄어들었지만 수요가 몰리는 지역의 아파트값은 계속 상승했다. 최근에는 거래량도 늘어나고 서울 외곽의 일부 지역으로 상승세가 번져 나가던 중이었다. 그런데 지난 15일, 또다시 단편적인 규제를 나열한 대책이 나왔다.

· 서울 전역과 수도권 12개 지역을 지정했다.

추석 전부터 이미 '서울 전역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라는 내용이 포함된 정보지(지라시)가 돌았다. 그런데 10·15대책에서는 서울 전역에 수도권 12개 지역을 추가해서 토지거래허가구역,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다.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었다는 점에서 다행이다. 집값이 이미 많이 오른 지역만, 예를 들어 서울의 7개 구만 핀셋으로 지정했다면 곧바로 ‘다음 똘똘한 지역’으로 수요가 이동하고 가격이 뛰었을 것이다.

투기를 조장하는 법과 제도를 개정해서 더 확실하게 투기를 차단하지 않고 규제 지역 지정과 대출 규제에 의존했다는 점은 아쉽다. 시장은 투기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규제 지역이 언제 해제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 갭투자가 줄어들 것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어둔 지역의 갭투자는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경계는 필요하다. 투자자들은 학습이 많이 되어 있고, 자산 증식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필사적이다. 문재인 정부 때 다방면의 규제와 정책을 28차례에 걸쳐 내놓았는데도 투자자들이 갖가지 수단을 동원해 규제를 피해 갔던 일을 생각해 보라. 주담대가 제한되자 전세자금대출을 활용했고, 양도세를 내지 않으려고 증여를 선택했고, 종부세를 줄이기 위해 세대를 분리했다. 이번에 또 다른 편법이나 새로운 투자 유형이 생겨나지 말라는 법도 없으니 정부에서 모니터링을 잘 해야 한다.

· 세제 개편에 적극적이진 않다.

세제 개편 카드를 꺼낼까 말까 망설이다가, 이번에는 안 하겠다고 했다. 부동산 세제를 '합리화'하겠다고 운을 띄운 정도. 윤석열 정부 시기에 시행령 개정으로 이뤄진 부동산 감세의 '원상회복'도 거론하지 않았다. 투자자들은 내년 지방선거 끝날 때까지 세법 개정은 없겠다고 판단하고 있을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내년 7월 말에 발표되는 세제개편안에 이런저런 내용을 담아보려고 하는 것 같다. 연구를 거듭하며 신중하게 세제개편안을 마련하려는 심산이겠지만, 10·15대책으로 언제까지 브레이크를 걸 수 있을지가 문제다. 또다시 주택가격 급등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미봉책 같은 대책을 발표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

· '똘똘한 한 채' 못 잡으면 서울 집값 못 잡는다.

주택시장에서 수도권 아파트는 자산으로 취급된다. 그중에서도 '똘똘한 한 채'는 수익률 최고의 안전한 투자 자산이다. 단순히 가치가 높아서가 아니라, 1주택자라는 이유로 최고의 수익률을 보장해주는 제도적 장치가 있기 때문이다.

실거주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를 여기에 적용하면 안 된다. 요즘 '똘똘한 한 채'는 실거주도 하면서 자산을 보관하고 불리는 수단이다. 강남에서 잘나가는 어느 의사가 '원베일리에 더 큰 평형이 없어서 너무나 아쉽다. 절세하면서 더 많은 돈을 묻어둘 수 있었는데'라고 아쉬워했다는 풍문이 돌아다닐 정도. 비수도권 자산가들도 요즘에는 꼬마빌딩이나 상가 대신 서울 아파트를 찾는다.

1세대 1주택, 2년 보유 요건만 충족하면 양도차익에 비과세가 적용된다(조정대상지역의 경우 2년 실거주 요건 추가). 고가 아파트로 수십억 양도차익을 남겨도 1주택자라는 이유로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최대 80%(10년 보유, 10년 거주시) 적용해, 다른 어떤 자산보다도 적은 세금을 내게 해준다. 그 외에도 일시적 2주택 비과세, 상생임대인, 주택임대사업자 세제 감면 등의 제도가 투기에 활용된다. 이런 제도를 그대로 두고 매번 '주거 안정화'라는 제목으로 대책을 발표한다. 이번 정부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1주택자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등 투기를 뒷받침하는 제도를 이용한 절세 전략을 소개하는 콘텐츠들. 출처: 유튜브 등에서 캡처 후 채널명 가림

· 보유세 인상으로 집값 잡는다?

보유세로 집값을 잡으려면 선진국 수준인 실효세율 1%에 근접할 때까지 보유세를 인상할 각오가 필요하다. 그런데 현재의 종부세는 공시가격 현실화율과 공정시장가액비율 외에도 각종 공제와 감면이 겹겹이 적용된다. 실효세율을 높이려면 세부담 상한, 고령자 공제 등 손댈 것이 많다. 과정은 복잡하고 저항은 거셀 것이다. 그렇다고 종부세 대신 재산세를 인상해서 문제를 해결하자니 서민과 중산층의 부담도 같이 커진다.

조세 형평성이라는 차원에서, 그리고 윤석열 정부 시기에 이뤄진 부자감세를 되돌린다는 차원에서 보유세가 중요한 의제긴 하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 시기의 종부세 감세는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만 한 것이 아니라 당시 국회 다수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과 함께한 것이다. 따라서 보유세 인상을 바라는 시민들은 여당에 기대할 게 아니라 압력을 가해야 한다.

· 대출 조인다지만… 정책대출 한도는 그대로

윤석열 정부에서 집값 하락기에 일종의 부양책으로 출시한 신생아 특례대출. 신생아가 있고 맞벌이 기준 연소득 2억 원 이하인 부부는 낮은 금리로 최대 4억 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가계부채를 늘리고 혜택도 고소득자에게 집중된다는 비판이 나왔는데도 이재명 정부는 신생아 특례대출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10·15 대책에서 조정대상지역의 주담대 LTV는 40%로 축소했지만 정책대출은 예외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올해 강남3구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해제되었던 3월 서울 아파트 시장의 주요 매수층은 3040이었다. 40대가 전체의 33.8%, 30대가 32.5%를 차지했다. 정책대출이 3040에게 영끌 아파트 매수를 권유하며 시장 부양책으로 작동하는 격이다.

▲2022년 KB경영연구소에서 발간한 보고서 ‘전세자금대출 증가에 따른 시장 변화 점검’에 수록된 그림. 전세자금대출이 전세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주택 보유자의 투자수단으로 이용되는 구조를 보여준다. ⓒKB경영연구소

· 1주택자 전세대출은 왜 허용하나?

이번 10·15대책 발표 전부터 언론과 투자자들은 '전세자금대출 DSR 포함'이 현실화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나온 카드는 그보다도 약했다. 이미 집을 보유하고 있는 1주택자가 다른 집의 임차인으로서 전세자금대출을 받는 경우 DSR에 포함해서 계산하는데, 원금이 아닌 이자만 포함한다.

더 나아가 1주택자 전세자금대출 자체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어야 했다. 현재 정책대로라면 부산 집을 팔고 서울에 갭투자를 해놓은 사람이 부산에서 전세자금대출을 받아 다른 집에 들어가는 데 아무런 장벽이 없다.

과도하게 풀린 전세자금대출이 전세가격과 매매가격 상승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이제는 널리 알려져 있다. 정부가 내세우는 ‘주거 안정화’가 집값 상승을 막겠다는 뜻이라면 전세자금대출 자체를 단계적으로 줄여나갈 필요도 있다.

· 지방 미분양 주택 8000호 매입, 빌라 무제한 매입…

윤석열 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에서도 건설업계 살리기에 조 단위의 세금을 투입한다. LH를 통한 지방 미분양 주택 매입을 기존 3000호에서 8000호로 늘리고, 매입가격 상한액도 감정평가액의 90%로 상향했다. 또 서울에서 신축 빌라를 포함한 비아파트를 무제한으로 매입하는 전 정부의 정책도 계속되고 있다. 이런 결정이 적절한지 검증해봐야 한다. 부동산 경기가 과열되었던 시기에 여기저기 사업을 벌여놓은 건설사들의 미분양 주택을 정부가 왜 사들여야 하는가? 그중 상당수는 분양가가 너무 비싸서 악성 미분양으로 남아 있는 주택이다. 재고가 쌓이면 정부가 나서서 처리해준다니, 건설업계 말고 다른 어떤 업계에 이런 혜택을 제공하는가?

· 오세훈 vs 조국, 누가 옳았나?

오세훈(서울 시장): 10·15 부동산 대책에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요소가 군데군데 들어 있다. 정비사업 속도가 느려지면 서울시가 야심차게 준비한 각고의 노력이 바래진다.

조국(조국혁신당 비상대책위원장): 오세훈 시장의 재건축·재개발 완화 정책이 집값을 자극하고 서울 부동산 시장 과열을 초래한다. 특히 강남 편향 정책은 주거 안정을 해치고 청년·서민을 서울에서 밀어내는 정책이다.

두 정치인의 논쟁에서 이번만큼은 조국이 옳았다. 개발이익 환수 장치가 미비한 지금의 환경에서 재건축·재개발 촉진 정책은 집값을 끌어올린다. 사업을 진행하려면 최소한 재건축·재개발지역 신규 투기수요는 차단해야 한다. 1+1 입주권 혜택부터 폐지하라.

· 대통령이 결심해야 한다.

정책 목표가 집값의 급등만 막는 것인가, 아니면 집값의 하락도 감수하는 것인가? 정부를 못 믿어서 각자도생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전자라고 생각한다. 현 정부를 믿고 싶은 시민들은 후자라고 생각한다. 만약 실제 정책 목표가 전자인데 입으로는 후자를 말한다면 현 정부를 믿는 시민들에게 피해가 갈지도 모른다. 만약 실제 정책 목표가 후자라면 대통령의 굳은 결심이 필요하다. 이번 10·15 대책은 당·정·대(더불어민주당, 국무총리실, 대통령실)가 주도했는데, 이 정도의 대책으로 집값을 진짜로 잡지는 못한다. 집값을 하락시키려면 정부 요인들도 많이 보유하고 있는 '똘똘한 한 채'의 매력을 없애버려야 한다. 그럴 결심도 안 섰는데 대통령이 나서서 '부동산이 너무 과대평가되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일본처럼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면, 그건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20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정부가 발표한 10·15 부동산 대책에 따라 이날부터 서울 전 지역과 과천, 분당 등 경기 12개 지역에서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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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이

안진이 the삶 대표는 '더 나은 일과 삶'을 위해 플랫폼 기업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노동 현장을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김헌동의 부동산 대폭로>, <톡 까놓고 이야기하는 노동>에 공저자로 참여했다. the삶 공식 뉴스레터(33레터) 구독 링크 https://the3together.ghost.io/#/portal/sign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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