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자회사인 한전KPS가 발전소 정비 노동자를 파견고용한 것은 불법이라는 법원의 1심 판단이 나왔다. 한전KPS는 지난 6월 홀로 일하다 공작기계에 끼어 숨진 고 김충현 씨가 소속된 파견업체의 원청사였다. 노동계는 판결에 따라 한전KPS가 발전소 정비 노동자를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재판장 정회일)는 28일 한전KPS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1심에서 "원고들은 피고와 형식적으로 도급계약을 맺었지만, 실제로는 피고의 지휘·명령에 따라 업무에 종사한 것으로 보인다"며 "파견법이 정한 파견근로에 해당하며 피고가 직접고용 의무를 진다"고 판결했다.
판결 직후 '고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는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죽음을 외주화해 온 공기업 한전KPS의 구조적 범죄가 법의 심판을 받았다"며 "이번 판결은 고 김충현 노동자의 죽음과 같은 비극을 끝내야 한다는 절박한 외침에 사회가 응답한 결과"라고 이번 판결의 의미를 짚었다.
대책위는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8월 국무회의에서 '위험의 외주화, 위험한 작업을 하청에 떠넘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책임은 지지 않고 이익만 보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며 "대통령이 말한 바로 그 '위험의 외주화'야말로 김충현의 목숨을 앗아간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전KPS는 판결을 즉각 이행해야 한다. 불법파견이 확인된 이상 항소하지 말고 직접고용과 정규직화를 지체없이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공운수노조 한전KPS 비정규직지회도 "이 판결을 발판으로 모든 노동자가 차별 없는 일터에서 당당히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우리는 즉각적인 정규직 전환을 요구한다. 회사는 더 이상 법의 판결을 회피하거나 시간을 끌며 책임을 미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 직접고용과 관련해서는 현재 국무조정실·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가 참여한 민관 합동 협의체가 '고 김충현 사망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발전산업 고용·안전 협의체'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이다.
김충현 씨 사망사고를 계기로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해 출범한 이 협의체의 지난 14일 출범식에서 김선수 김충현협의체 위원장은 "위험의 외주화로 하청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지 않고, 발전 노동자들이 고용불안 걱정 없이 근무할 수 있는 직장을 만들기 위한 여건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