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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 특히 비행기 안에서 읽으면 매우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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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 특히 비행기 안에서 읽으면 매우 좋은 책

[최재천의 책갈피] <궤도> 서맨사 하비

"지구 전체는 하나의 점에 불과하고, 우리가 사는 곳은 그 점의 한구석에 지나지 않는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그 옛날 어떻게 알았을까. 정말로 알았을까. 아니면 철학적 언술이었을까. 1990년 2월 태양계 외곽에 도달한 보이저 2호가 지구의 모습을 포착했다. 이름하여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

칼 세이건이 천문학을 "겸손과 인격수양의 학문"이라고 부르는 이유일게다.

어린 시절 교과서에 안톤 슈나크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라는 수필이 실려 있었다. 슬펐고 아름다웠던 느낌이 살아있다. 이를 변주하여 '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을 떠올릴 때가 있다. 그 중 맨 먼저로 꼽을 수 있는게 지금 태양계 경계를 넘어 성간 공간에 진입한 최초의 인류 탐사선 보이저 1호와 2호다. 마치 '은하철도999'처럼 얼마나 외로울까. 슬플까.

2024년 부커상 수상작인 서맨사 하비의 <궤도Orbital>라는 소설이다. 우주정거장에 머무는 우주인 이야기. 시간은 10월 첫 화요일 지구로는 24시간 우주정거장에서도 하루로 친다. 그 시간동안 16번의 궤도를 돌고 그래서 16번의 일출과 16번의 일몰을 바라다본다. 우주인들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글을 쓰다보면 소설이나 시의 한 대목을 발췌해내기가 쉽진 않다. 그럼에도 이 소설은 특별한 과학서이자 철학서이기에 모험을 건다.

"유치한 생각일 수 있지만 그는 이렇게 생각한다. 지구에서 아주 멀리 떨어지고 나면 그제야 비로소 그 세상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고. 지구를 하나의 물체로, 작고 푸른 점으로, 동시에 장대하고 불가사의한 존재로 직접 보게 될 것이다. 지구의 미스터리를 이해하는 게 아니라 지구가 곧 미스터리임을 이해하고, 하나의 수학적 군집으로 지구를 바라보게 된다."

"애초에 이들은 힘을 얻으려고 우주에 온 게 아니다. 모든 걸 더 많이 얻고 더 많이 알고 더 겸허해지려고 왔다. 속도와 정지. 거리와 친밀. 덜해지고 더해지는 것. 이들은 자신들이 작은 존재임을, 아니, 아무것도 아닌 존재임을 깨닫는다."

"모니터 화면에도 읽지 않은 메시지가 와 있다. 트램펄린에서 뛰는 염소 영상을 딸이 보내왔다. 다른 설명 없이 사랑해! 라고만 쓰여 있다."

이토록 슬프면서도 근원적인,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를 건드리는 소설이 있을까. 널리 추천하고 싶은 아름다운 소설. 휴가철 이동수단에서 읽었으면 좋을 법하다. 특히 비행편에서.

▲<궤도> 서맨사 하비 글, 송예슬 번역 ⓒ서해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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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예나 지금이나 독서인을 자처하는 전직 정치인, 현직 변호사(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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