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관련 도널드 트럼프 정부 내에서 마찰을 빚어 온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올해 1분기 테슬라 수익 급감에 직면하며 정부 활동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테슬라는 머스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서 정부 인력 감축 주도 전면에 나서며 불매 운동 대상이 됐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을 해임할 생각이 없다고 강조하고 중국 관세가 낮아질 것이라고 밝히며 시장에 안도감을 주려 시도했다.
22일(현지시간) 테슬라가 발표한 1분기 실적 보고서를 보면 매출은 193억3500만 달러(약 27조5500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 감소했다. 매출 감소를 이끈 건 자동차 부문으로 1분기 매출이 139억6700만 달러(19조9000억 원)에 그치며 전년 동기 대비 20% 급락했다.
테슬라의 1분기 순이익은 4억900만 달러(5830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13억9000만 달러) 대비 71%나 급감했다.
테슬라는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과 머스크의 정부 활동으로 인한 대중의 반감의 부진 요인 중 하나임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이 회사는 보고서에서 "급변하는 무역 정책이 테슬라 등의 비용 구조와 글로벌 공급망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면서 자동차와 에너지 시장이 불확실성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역동성과 더불어 정치적 정서 변화가 단기적으로 우리 제품 수요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머스크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DOGE)를 이끌며 정부 인력 감축의 첨병으로 나서 비판을 한몸에 받았다. 소유한 소셜미디어(SNS) 엑스(X)를 통해 유럽 정부를 공격하고 극우 정당 및 인사를 지지하며 국외에선 내정에 간섭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 과정에서 미국에선 머스크 반대 시위 및 테슬라 불매 운동과 더불어 테슬라 매장 및 차량 훼손까지 일어날 정도로 심한 반감이 일었고 유럽에선 테슬라 판매가 급감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뒤 가파르게 상승했던 테슬라 주가도 폭락해 지난해 말에 비해 반토막 난 상태다.
때문에 테슬라 주주들은 머스크가 트럼프 정부 활동에서 손을 떼고 회사에 집중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테슬라가 1분기 실적 관련 온라인을 통해 받은 주주 대상 질문에선 "머스크의 정치 활동으로 인한 브랜드 손상을 완화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했나", "이사회는 머스크가 테슬라에 전념하고 정부는 선출된 정치인에게 맡기는 것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가", "머스크의 활동으로 인한 북미, 유럽,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의 평판 훼손을 어떻게 처리할 건가" 등 머스크의 정부 활동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머스크가 회사를 계속 운영하도록 해야 하나" 등 최고경영자를 교체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22일 머스크는 실적 관련 증권분석가 대상 설명을 통해 정부효율부 작업이 "거의 완료"됐다며 "5월부터 정부효율부에 할애하는 시간을 상당히 축소"하고 "다음 달부터 테슬라에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정부 업무에서 완전히 빠지는 것은 아니며 트럼프 대통령 임기 동안 "낭비와 사기"를 막기 위해 "주 1~2일"가량 정부 활동에 시간을 소요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머스크 설명 뒤 테슬라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5%가량 상승했다. 그러나 <로이터> 통신은 테슬라 주주이자 캐멀손인베스트먼츠의 고문인 숀 캠벨이 "테슬라에 대한 머스크의 더 많은 관심은 주식에 긍정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주가가 의미 있게 움직이려면 '머스크가 테슬라에 다시 집중하기 위해 정부효율부를 떠난다' 정도의 소식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머스크가 정부 업무에 시간을 덜 쓰더라도 스페이스엑스, 엑스 등 관여하고 있는 회사가 많아 테슬라에만 집중할 순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머스크는 트럼프 정부 내에서 낮은 관세를 옹호하며 갈등을 빚기도 했다. 머스크는 이달 초 관세 부과를 지지하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을 "멍청이"라고 부르는 등 나바로와 노골적 비난을 주고 받았다.
머스크는 22일 설명에서도 "나는 더 낮은 관세가 번영을 위한 좋은 생각이라고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말해 왔다"며 "나는 관세를 높이는 것보다 낮추는 것을 계속해서 옹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라며 "관세 결정은 전적으로 미국 대통령에게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는 테슬라가 캘리포니아와 텍사스에서 미국에서 판매하는 모든 차량을 생산하기 때문에 트럼프 관세에 상대적으로 "덜 취약"하지만 부품을 멕시코와 중국에서 들여오기 때문에 결국 관세에 노출되며, 따라서 가격을 올리거나 수익을 낮추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파월 해임 의도 없어·중국 관세 내려갈 것"…시장 안정 시도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 의장 해임 우려로 시장이 출렁이자 파월 의장을 해임하진 않을 것이라며 수습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에게 "그(파월 의장)가 금리 인하 관련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보고 싶다"며 금리 인하 압박은 계속하면서도 "그를 해임할 의도는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나오며 전날 급락했던 미국 증시는 반등하고 달러 가치도 상승했다. 22일 뉴욕증시에서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지수는 2.51%,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2.66%,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2.71% 상승했다. 전날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던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도 이날 0.65% 상승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일부 측근들이 파월 의장 공격이 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지저분한 법적 싸움을 유발하게 될 것이라고 대통령에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이러한 우려를 제기한 인사 중 하나였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정부는 중국 관세 인하 가능성을 내비치며 시장에 안도감을 주려 시도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집무실에서 중국에 대한 145% 관세가 "매우 높다"고 평가하고 향후 "상당히 내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관세가 "그렇게 높게" 유지되지 않을 것이지만 "무관세(0)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AP>,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날 베선트 장관도 미 투자은행 JP모건이 비공개로 주최한 투자자 행사에서 미국이 중국에 145%, 중국이 보복으로 미국에 125% 관세를 부과 중인 현 상황이 "지속 불가능"하다고 강조하며 "아주 가까운 미래에" 이러한 상황이 "완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는 시장에 "안도의 한숨"을 부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선트 장관은 다만 중국과의 협상이 시작된 것은 아니며 협상 과정이 "힘들 것"으로 전망해 기대를 제한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