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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이 우리 사회 '진보'와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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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이 우리 사회 '진보'와 만날 수 있을까

[프레시안 books] <부자 은행, 가난한 사회>

금융의 가장 큰 특징은 이중성을 갖는다는 점이다. 금융이 생산적인 부문과 연계를 맺을 때는 산업 발전, 고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이 부동산 담보대출과 같은 비생산적인 부문과 연계를 맺을 때는 사회적인 금융자원의 낭비, 부동산 투기, 자산 불평등의 확대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당연히 금융자원이 생산적인 부문을 지원하는 데 활용되어야 한다.

<부자 은행, 가난한 사회>는 '진보금융'이라는 다소 생소한 영역을 다룬다. 진보금융이란 다른 게 아니라 금융이 생산적인 부문을 지원하는 활동을 나타낸다. 비생산적인 부문을 지원하는 금융 활동을 규제하는 것도 진보금융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금융은 외환위기 이후 주택담보대출과 같은 비생산적인 부문과 연계를 맺으면서 크게 성장했다. 이러한 사실은 진보금융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일깨운다.

진보금융이라는 개념이 명확하게 규정된 것은 아니지만 이 책에서는 대체로 금융자본이나 부유층보다 노동자나 서민에게 유리한 금융정책을 진보금융으로 간주했다. 이는 금융이 어떻게 기능하느냐에 따라 특정 계층에 유리할 수도 불리할 수도 있음을 전제한다.

기존 주류의 시각은 금융의 순기능을 강조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금융은 이중적인 속성을 가지며 순기능뿐만 아니라 역기능도 갖는다. 이 책은 금융의 역기능과 그 역기능을 줄이는 정책적 과제에 대해 주로 관심을 둔다.

이 책의 핵심 메시지는 금융이 중립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금융의 성장은 모든 사람들과 모든 분야에 골고루 혜택을 가져다 주지 않는다. 금융의 성장이 특정한 계층에게는 유리하지만 다른 계층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금융의 과도한 성장은 금융부문에 이익을 가져다주겠지만 산업부문의 발전에 걸림돌 역할을 할 수도 있고 기타 여러 문제를 낳을 수도 있다.

이는 금융이 정치적이라는 명제와 연결된다. 금융이 중립적이지 않고 계층별로 다르게 영향을 주므로 금융 분야에서 이해관계자들의 이해는 날카롭게 대립한다. 이러한 이해관계의 대립은 정치의 영역에서 조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금융은 정치의 영역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다수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금융제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금융이 정치의 영역에서 더 활발하게 다뤄져야 한다. 특히 진보를 지향하는 활동가, 정치인들은 금융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금융 이슈나 금융정책이 전문가들의 전유물이 되는 순간 금융은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아니라 불평등을 확대재생산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이 책은 저자가 <프레시안>에 연재한 '임수강의 진보금융 찾기'를 엮어 쓰여졌다. 저자는 정치경제학을 전공한 독립 연구자다. 증권사에서 채권 트레이더로 일했고은행 경제연구소와 금융경제연구소 등에서 연구 활동을 했다. 경기연구원 재직 시절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기본 시리즈'의 하나인 기본금융 연구 책임자였다.

<부자은행, 가난한 사회>는 좀 더 진보적이고 평등한 사회를 바라는 활동가, 노동조합 간부, 정치인, 시민이 읽어야 하는 책이다. 금융을 전문가 영역으로 생각하여 그들에게만 맡겨 놓으면 안 된다. 그들은 금융을 대자본, 부유층의 이익을 불리는 데 활용할 것이다. 더 나은 사회를 바라는 이들이 금융 문제에 정치적으로 개입할 수 있을 때 진보금융이 달성될 수 있을 것이다.

▲<부자 은행, 가난한 사회>(임수강 지음) ⓒ더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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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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