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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 반달가슴곰이 사라진 것은 욕심 때문이다"

[함께 사는 길] 발달가슴곰 복원·방사 20년, 이제 야생을 선언할 때

한반도 숲에서 반달가슴곰이 사라진 원인은 인간의 욕심이다. 일제강점기는 인간만이 아니라 야생동물에게는 암흑기였다. 당시 일본인들은 야생동물이 인간이나 가축에게 피해를 준다며 호랑이, 표범, 곰, 늑대 등을 계획적으로 포획하였는데, 조선총독부의 자료에 의하면 곰은 1200여 마리가 죽임을 당했다.

반달가슴곰(반달곰)은 일제강점기를 지나 한국전쟁과 산업화과정을 거치며 한편으로는 주요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생존 기반을 잃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무자비한 포획에 내몰렸다. 한국전쟁 이후 1972년 사냥이 금지된 시기까지 160여 마리의 반달곰이 지리산에서 포획됐다.

1980년대는 전국적으로 보신 풍조가 만연하면서 밀렵이 기승을 부리던 시기이다. 당시 지리산에는 전국의 밀렵꾼들이 몰려들어 총포, 스프링 올가미, 감자 폭탄, 청산가리 등의 도구를 이용해 반달곰을 잡아냈다. 1980년대 30마리 이상이던 지리산 반달곰은 불법을 방치한 결과 1990년대는 5~6마리로 감소했다.

▲ 장군이(2001년부터 진행된 반달곰 시험 방사에 참여한 반달곰, 2003년) ⓒ한상훈

반달가슴곰 복원사업, 야생동물과의 대화를 시도하다

1996년 3월 환경부는 '지리산 야생동물 서식 실태와 이동통로 설치 현지조사'를 실시하여 먹이, 발자국, 동면굴 등의 반달곰 흔적과 함께 올무, 덫, 감자 폭탄 등 밀렵도구를 다수 발견했다. 반달곰은 살아있으나 밀렵도구가 도처에 산재해 목숨을 위협하는 상황이었다. 반달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보전 요구로 이어지며 1996년 11월 2일 김영삼 대통령은 지리산 반달곰 보호를 직접 지시했다.

이후 2000년 11월 진주MBC는 지리산 야생 반달곰을 촬영하고, 국립환경연구원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물 복원기술개발'을 위한 반달곰 시험 방사를 하고, 전문가들이 지리산 야생 반달곰 개체군 존속가능성 연구 등을 진행하며 환경부는 2020년까지 최소 존속개체군 50마리 이상을 목표로 한 '반달곰 복원사업'을 시작했다.

2004년 러시아에서 들여온 반달곰 6마리를 방사하며 시작된 반달곰 복원사업의 결과, 2023년 12월 말 현재 지리산 등지에 80~90마리의 반달곰이 사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반달곰 중에는 자연에서 태어난 '4세대' 새끼곰도 있으니, 반달곰은 자연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 2023년 6월 13일 포획 과정에서 죽은 반달곰 KM-53. ⓒ반달곰친구들

반달곰 복원사업 20년, 제대로 평가해야

2024년은 반달곰 복원사업이 20년이 되는 해이다. 환경부는 반달곰 복원사업의 목표는 반달곰의 멸종 예방, 반달곰(야생동물)의 서식환경 보호와 관리, 생물다양성 증진을 통한 생태계 균형 유지, 사람과 야생동물이 공존하는 환경 조성 등이라고 했다. 20년이 지난 오늘, 환경부의 목표는 적절했는지, 환경부가 정한 목표는 어느 정도 이행되었는지 등이 제대로 평가되었으면 한다.

환경부는 2018년 3월 현재 지리산 등에는 58마리의 반달곰이 산다며 2020년 50마리 목표는 조기 달성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개체 수 증가보다 더 중요하다고 논의되는 유전적 다양성 확보, 복원 효과성 확대 등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좋지 못한 상황이다.

또한 복원사업을 하며 시급한 과제였던 지리산국립공원 내 서식지 안정화와 지리산 일대의 서식지 보호는 후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리산국립공원의 지난 20년은 탐방로의 길이 확장, 탐방객 수의 증가로 표현되며, 케이블카, 산악열차, 케이블카, 도로 등 지리산을 겨냥한 개발사업은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환경부는 반달곰 보호를 위해 국립공원공단이 설정한 곰관리경계선, 반달곰광역보호구역 등에 대해 법·제도적 보완 없이 시간만 보내고 있다.

반달곰의 서식환경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지리산을 떠난 반달곰들은 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하고, 올무에 걸려 죽고, 발신기 배터리 교체를 위한 포획 도중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가 날 때마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은 정책 전환을 말했지만,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

지리산을 지키는 반달곰

'사단법인 반달곰친구들(반달곰친구들)'은 2020년 7월 지리산 형제봉 인근에 설치한 무인센스카메라에 반달곰 한 쌍이 찍혔다는 기자회견을 했다. 반달곰이 촬영된 지점은 기획재정부와 하동군이 추진한 지리산 산악열차 예정지에서 413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국립공원야생생물보전원은 한 마리는 '반달곰 KM-61'이고, 나머지 한 마리는 암컷 반달곰이라는 것 외에 다른 정보가 없다고 했다. 나머지 한 마리를 암컷으로 추정한 것은, 반달곰이 단독 생활을 하며, 같은 장소를 짧은 시간(20여 분)에 다른 수컷이 접근했을 가능성은 없기 때문이다. 영상이 찍힌 7월은 반달곰들이 짝짓기를 하는 시기에 속한다. 반달곰은 6월에서 8월 사이에 짝짓기를 한다. 암수 두 마리가 야생 반달곰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였다. 영상의 반달곰들은 환경부가 형제봉 일대에서 '반달곰 서식 실태 정밀조사'가 실시되는 계기가 됐다. 또 기획재정부가 지리산 산악열차에서 손을 떼도록 만들었고, 사업투자협약을 했던 대기업의 MOU 연장 포기도 불러왔다.

2022년 6월 3일 환경부는 구례군이 제출한 지리산 케이블카 계획이 '지리산권 지자체들과의 협의 없이 단독으로 신청'했기 때문에 검토 조건에 맞지 않고, '반달가슴곰 서식 지역과 케이블카 종착역이 너무 가깝다'는 점을 들어 반려했다.

남원시가 추진하고 있는 지리산 산악열차(육모정~고기삼거리~정령치 13.22km)를 반대하는 주민들과 단체들은 이 길이 '반달곰 KM-53', '반달곰 KM-86' 등 수도산, 덕유산 등으로 분산했던 반달곰들이 다시 지리산으로 들어올 때 이용하는 야생동물의 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남원시 추진 지리산 산악열차가 야생동물의 길을 단절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이다.

이처럼 '지리산지키기연석회의', '반달곰친구들', '지리산사람들', 해당 사안별 대책위 등은 국가프로젝트로 진행되는 반달곰 복원사업, 천연기념물이며 멸종위기야생동물 1급이고 멸종위기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를 규제하는 협약부속서Ⅰ등급 등에 속하는 반달곰이 사는 곳에 케이블카는, 산악열차는, 골프장은, 도로는 안 된다고 말한다.

▲ 2020년 7월 경남 하동군이 추진했던 지리산 산악열차 예정지에서 찍힌 반달가슴곰. ⓒ반달곰친구들

반달곰과 함께하는 인간 친구들이 늘어나고 있다

1996년은 지리산에서 반달곰 보전활동을 시작한 해이다. 1996년 7월 말 전남 구례에 '지리산자연환경생태보존회'가, 경남 산청에 '지리산생태계보존실천운동산청군협의회'가 결성되었다.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환경단체들은 심포지엄, 토론회, 올무 수거활동 등을 진행하며 반달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했다. 2004년 반달곰 복원사업이 본격화되면서는 국내의 여러 환경단체, 동물보호단체, 지리산권 지역단체들이 반달곰 보전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2017년에는 1996년 이후 반달곰 보호활동 앞장섰던 지역활동가와 국립공원 보전 환경활동가, 야생동물 전문가, 보호지역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반달곰친구들'이 창립되었다.

'반달곰친구들'은 반달곰 보전활동에 중심에 서서 주민, 전문가, 국회 등과 협력하는 한편 정책 변화를 위한 간담회, 토론회 등을 진행하고, 반달곰 이동 예상 지역에 무인센서카메라를 설치하고, 분석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반달곰친구들'은 '반달곰 KM-55'가 올무에 의해 희생되자 전국의 단체들과 함께 '올무 없는 지리산, 더 나아가 올무 없는 한반도' 논의를 조직하고, 매월 마지막 월요일을 '올무수거의 날'로 정하여 지리산, 장수 등에서 불법 엽구 수거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반달곰 KM-53'이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난 걸 계기로 지리산권에 설치된 생태통로를 전수 조사하여 문제점을 지적하고, 반달곰 이동에 따라 생태통로가 필요한 지역을 제안하고 있다.

반달곰은 활동가들만이 아니라 곰깸축제, 반달곰마을학교, '반달곰을 사랑하는 1%'(반달곰1%) 등을 통해 활동가와 주민, 주민과 외지인 등의 연결하고 있다. '곰깸축제'는 반달곰친구들이 반달곰과 주민과의 공존을 위해 기획한 행사인데, 겨울잠에서 깨어나 지리산과 만나는 반달곰을 환영하면서 지리산에서 일하거나 걸을 때 반달곰과의 만날 수 있는 시기가 왔음을 알리고, 산촌의 전통을 중시하며 살아가는 주민의 이야기를 듣고, 반달곰과의 공존을 받아들이는 지리산자락 마을을 홍보하고 있다. 한편, 2021년부터 진행되는 '반달곰1%'는 반달곰과 함께 살아야한다는 가게들이 순이익의 1%를 반달곰 보전 활동에 기부하는 프로젝트이다. '반달곰1%'는 전남 구례에 있는 아홉 개 가게들이 모여서 만들었는데, '반달곰1%'에 속한 가게는 손님들이 가게에 와서 차를 마시고, 밥과 빵을 먹고, 필요한 물품을 사는 동안, 자연스럽게 반달곰을 만나고, 보전 활동에 참여하도록 안내한다.

복원과 방사 넘어 야생을 선언하자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이 반달곰 복원사업 20년이 되는 2024년 다양한 사업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나는 그 모든 사업에 우선하여 자연에서 살아가는 반달곰들이 더 이상 '복원', '방사' 반달곰이 아니라 '야생 반달곰'임을 선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반달곰을 '관리'할 수 있다는 인간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포획과 회수, 배터리 교체 등과 같은 추적 방식도 재고되길 바란다. 반달곰과의 공존은 반달곰을 숲으로 내쫓는 방식이 아니라, 반달곰이 움직이는 그곳이 원래 그들이 땅이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 2018년 5월 22일 생물다양성의 날에 대통고속도로(대전-통영 고속도로) 생초나들목 근처에서 반달곰 이동권을 촉구하는 현수박 시위. ⓒ반달곰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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