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동력 감소로 인해 '빈손 해산' 수순을 밟는 모양새다. 당 지도부인 최고위원회의는 혁신위의 '당 주류 희생' 6호 혁신안을 보고조차 받지 않았고, 자신을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추천해달라는 인요한 혁신위원장의 요구도 거부했다. 혁신위의 '당 주류 희생' 요구에 호응하던 현역 의원과 당 지도부 인사들도 '속도 조절'을 강조하며 혁신위와 갈등 중인 김 대표에게 힘을 실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4일 최고위원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당 주류 희생 혁신안이 보고됐나'라는 질문에 "보고 안 됐다"고 답했다. 그는 '당 지도부가 혁신안을 하나하나 보고하지 말고 한번에 가져오라고 했다는 보도가 사실인가'라는 질문에는 "(혁신위에서) 보고 요청 자체가 없었다"고 부인했다.
반면 오신환 혁신위원은 "어제 당 기획조정국에 월요일 최고위에 '안건 상정이 되나, 누가 보고해야 하나' 의논하니 향후 혁신위 안건 모두를 모아 상정하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전달받았다"며 "혁신위가 최고위에 안건 상정 요청이 없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다시 목요일 최고위에 상정 요청하겠다"고 박 대변인의 말을 정면 반박했다.
지난달 30일 인 위원장이 스스로를 공관위원장으로 자천한 이후 혁신위와 지도부 간 갈등은 다시 격화 양상이다. 박 대변인은 '인 위원장을 공관위원장으로 추천할 가능성이 없나'라는 질문에 "딱히 말씀 안 드려도 될 것 같다"며 사실상 거부 입장을 밝혔다. 앞서 김기현 대표는 '혁신위 활동이 인 위원장이 공관위원장을 하기 위해서 한 것이냐'며 즉각 부정적 반응을 보인 바 있다.
박 수석대변인은 혁신위의 '당 주류 희생' 혁신안에 대해 "혁신위의 역할과 공천관리위원회, 총선기획단에서 해야 할 일은 엄연히 다르다"며 "(혁신위가) 결정할 수 없는 내용을 결정해달라고 하는 것은 본연의 역할, 범주, 성격을 벗어난다"고 날을 세웠다.
지도부가 이처럼 혁신위에 대해 거부 입장을 분명히 함에 따라, 향후 혁신위 화상회의 등에서 '조기 해산론'이 다시 고개를 들 가능성이 제기된다.
혁신위에 대한 당내 여론도 인 위원장의 '공관위원장 자천' 발언을 기점으로 악화되고 있다. 혁신위에 우호적 태도를 보여온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4일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혁신위가 원하는 대로 지도부가 의결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혁신안을 좌초시키는 것이라는 흑백논리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혁신위도 배를 띄웠으니 이 배가 순항하는 것을 좀 지켜보고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당 주류 희생' 혁신안과 관련 '속도 조절'을 강조했다.
장 최고위원은 인 위원장의 공관위원장 자청에 대해서도 "혁신위를 많이 응원했던 소위 말하는 젊은 최고위원도 거기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운신의 폭이 오히려 좁아진 면이 있다"며 "지금 상황에서 혁신위 편을 무조건 들면 인 위원장의 공관위원장 선언까지도 동의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고 거리를 뒀다.
장 최고위원은 '김기현 지도부가 총선까지 갈 것인가'라는 질문에도 "저는 당연히 그럴 것이라고 믿고 있다"며 "호사가들이 말하는 것처럼 현 상황에서 지도부를 흔들거나 다른 체제로 간다거나 하는 것은 아직까지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양지'로 꼽히는 서울 강남갑을 떠나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겠다며 희생 요구에 호응한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도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기현 지도부에 혁신위, 총선기획단, 인재영입위 3개 위원회가 가동하고 있다"며 "어느 위원회도 당 지도부와의 관계에서 점령군 행세를 하면 안 된다"고 김기현 지도부를 엄호했다.
태 의원은 비상대책위원회 전환론에 대해서도 "지금 김기현 체제를 허물고 비대위라는 야전 천막을 또 친다? 그렇다고 전투에서 이길까"라며 "이제 전투에 들어갈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 그렇기 때문에 김기현 체제라는 빅텐트 안에서 각자 자기 역할을 하면서 질서 있는 전투 진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만은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대표의 빠른 험지 출마 결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혁신의 타이밍을 실기하면 언론의 관심이 김 대표보다는 혁신을 추동하는 다른 정치인으로 쏠릴 수 있다"며 "이번 주가 개각 기간이다. 부처 장관으로 있다 여의도로 돌아오는 사람 중에 수도권 중심으로 쇄신과 혁신에 나서 나를 희생하고 불사르겠다는 사람에게 국민의 관심과 마음은 동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혁신도 결국 선점 효과가 중요하게 될 텐데 저는 김 대표를 비롯한 많은 우리 지도부의 책임 있는 일원들이 혁신과 쇄신에 대한 선점 효과를 놓치지 않으면 좋겠다는 충정으로 계속 말씀드리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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