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전체주의'라는 말은 '공산주의'와 '전체주의'의 합성어일 것이다. 이 말을 쓴 윤석열 대통령이 개념 정립을 해 주지 않았기 때문에 나름의 추론을 할 수밖에 없다. 말이 나온김에 전체주의에 대해 생각해 보자. 언어는 생물이다. 사회의 변화에 따라 언어의 쓰임새도 변화해 왔다. 과거 전체주의는 히틀러나 무솔리니의 나치즘, 파시즘, 스탈린주의 체제의 주요 특성으로 연구됐다. 이후 정치학에서는 민주주의 체제나 권위주의 체제 등 체제 특성을 구별짓는 방법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요즈음에는 (특히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발달한 체제에서는) '전체주의'란 '전체주의적 행태'를 보이는 세력에 대한 비유적 의미로 많이 쓰인다.
즉 '공산전체주의'는 진짜 스탈린주의자와 같은, 공산당원이면서 전체주의자가 현존하고 이를 제거해야 한다는 의미로 쓰인 말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 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 세력들이 여전히 활개 치고 있다"는 말은 너무 섬뜩하고, "공산전체주의 세력은 늘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로 위장하고 허위 선동 및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을 일삼아 왔다"는 말은 '음모론'처럼 들린다. 반국가 세력, 즉 국가 전복 세력이 위장침투해 대한민국을 뒤엎으려는 모종의 '진지전'을 수행하고 있다는 걸로 읽힌다.
'전체주의'라는 말을 '자유'롭게 해석해 활용하는 건 '표현의 자유' 영역이겠지만, 너무나 자유분방한 해석은 어떤 임계점을 건드린다.
반대파를 '전체주의자'로 몰고 숙청했던 이야기는 70년 전 냉전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50년대 매카시즘의 광풍이 불 때 반공주의자들은 반공 이외의 모든 것을 '전체주의'로 규정하며 '전체주의'라는 말을 남용했는데, 역사학자 월터 라퀘르는 "공산주의 및 국민의 복리증진을 요구하고 달성하려는 사상을 유럽에서 발생한 '야만의 정치' 파시즘(전체주의)과 억지로 엮어 이 두 사상을 등치하려는 우익 권위주의자들의 고질적인 선동 방식"이라고 했다. 적대 세력을 '전체주의자'라고 규정하는 역사는 꽤 오래됐다.
공산 전체주의에서 '공산'은 북한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이는데, 북한 김정은을 '공산전체주의 지도자'라고 평하는 건 자연스러울 수 있지만 남한에 있는 '민주주의 운동가'나 '인권 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 등을 싸잡아 '공산전체주의자'로 규정하는 것은 매카시즘 광풍을 닮았다. 6.25 전쟁은 '공산전체주의 세력'에 맞선 전쟁일 수 있겠지만, 70년 후 세계 10위 안팎의 경제대국에서 '공산전체주의 세력'이 위장 암약하며 국가를 전복시키려 한다는 건 '음모론' 수준에서 더 나갈 수 없다. 이를테면 박정희 같은 전체주의자가 운동권 학생들을 '전체주의자'라고 규정하거나 조선총독부가 독립운동가를 '전체주의자'라고 규정하는 것도 넌센스에 가깝다. 하긴 독립운동이 '자유민주주의 건국'을 위한 운동이었다는 주장도 나오는 판국에 이런 '커먼 센스'를 논하는 게 다 무슨 의미랴.
'공산전체주의'라는 신조어가 '표현의 자유'와 '해석의 자유'를 업고 등장하니까 내친김에 '용산전체주의'에 대해서도 자유로운 해석을 가미해 고찰해 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유의 의미로 전체주의를 강조했다고 하면, '용산전체주의'도 비유의 의미라는 걸 전제해 둔다.
하나의 유령이 한국을 떠돌고 있다. 용산전체주의[Yongsan totalitarianism, 龍山全體主義]라는 유령. 용산전체주의의 핵심은 '자유'다. 다만 '자유'를 부정하는 자는 '자유'를 가질 수 없다. 즉 여기에서 자유는 어떤 '가치'가 아니라 특수한 이념이 된다. 물론 공산전체주의자들도 그들만의 의미를 부여한 '자유'를 자신들의 핵심으로 여긴다. 용산전체주의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둘 다 '자유'의 해석을 소유하고자 한다. 내가 규정한 '자유' 이외에는 '자유'를 위장한 '체제 전복 이념 무기'가 돼 버리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 '자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사상의 자유를 제한한다. 허락된 자유만 자유가 된다.
용산전체주의 세력은 자유주의 운동가로 종종 위장한다. '공산주의 세력이 대한민국 체제를 전복하려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하는 한 목사와 같은 경우는 집권 여당 공천권을 대놓고 차지하려 한다.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목사가 요구한 공천권이) 십 수개보다 훨씬 많다. 말도 안 되는 요구에 같이 할 수 없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이 목사는 "윤석열 대통령을 대통령 만들어서 정권교체를 이룩한 것이 그동안 우리가 해온 모든 일의 가장 큰 일이 이뤄진 것"이라며 정권 수립의 지분이 있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국민의힘 당원 가입 운동을 통해 공천권을 폐지하자는 주장까지 했다. '자유주의 운동가'로 위장한 용산전체주의 세력은 집권 여당의 공천과 정책 수립에 집요하게 관여하려 해 온 것이다.
용산전체주의 세력도 '가짜뉴스'를 양산하고 패륜적인 공작을 시도한다. '교육자'로 알려진 한 유튜버는 윤석열 정부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원장이 됐는데, 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코로나가 극성이던 2021년 8월4일 청와대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에서 (문 전 대통령이) 군인들의 마스크를 벗게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며 "군 통수권자가 군인을 생체 실험의 대상으로 사용하라는 지시를 내린 셈"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또 그는 노무현의 죽음은 공작의 의혹이 있으며 좌파 세력이 그의 죽음을 '교사'했다는 괴담을 퍼트리기도 했다. 이 유튜버 기용과 관련해 용산 대통령실은 "소통에 능한 분"이라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기무사령부 참모장을 지낸 누군가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단행한 사면의 수혜를 입었다. 그는 군인 신분임에도 세월호 유가족을 사찰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인물이다. 민간인 사찰은 자유의 무수한 반댓말 중 하나다. 그는 박근혜 탄핵 정국에서 기무사의 계엄령 검토 사실을 숨기기 위해 허위공문서를 작성했다는 혐의로 벌금형을 받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언급한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 세력"이라는 공산전체주의 세력처럼, 마찬가지로 민간인 사찰하고 계엄령을 검토한 자를 사면해 준 용산전체주의 세력에도 같은 말이 돌아갈 수 있겠다.
용산전체주의 세력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방송 장악'을 '방송 정상화'로 위장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공산당 기관지 같은 언론'이 존재한다고 믿으면서 "합리적이고 일반적인, 상식적인 사람이 (방송통신위원장으로) 가면 오히려 어렵다(이용호 국민의힘 의원)"는 논리로 누군가를 방송통신위원장에 내정했다. 그리고 KBS 이사들과 MBC 대주주 방문진 이사장을 해임하고 있다. 언론을 탄압하는 것은 '공산전체주의 세력' 뿐 아니라 '용산전체주의 세력'도 마찬가지다.
국민통합위원회 2기 출범식에서 "자유, 평화, 번영 그리고 인권과 법치를 지향하는 사회로서 한 사람의 낙오자 없이 완벽한 자유인이 될 수 있도록 함께 애쓰고 고민하는 위원회가 되기를 바라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말은 거꾸로 '완벽한 자유인'이 될 수 없는 사람은 제거해야 한다는 '전체주의적' 자유론으로 읽힌다. 섬뜩한 말이다. 그는 "시대착오적인 투쟁과 혁명과 그런 사기적 이념에 우리가 굴복하거나 거기에 휩쓸리는 것은 결코 진보가 아니고 우리 한쪽의 날개가 될 수 없다"고 했다. 그런 날개는 떼어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국익(국가 전체의 이익)을 저해하는 자들은 전체의 이익에 반하기 때문에 제거 대상이다. 용산전체주의 세력은 늘 '자유주의 운동가', '우파 운동가', '보수주의 행동가'로 위장하고 허위 선동 및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을 일삼아 왔다. 용산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 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 세력들이 여전히 활개 치고 있다. 용산전체주의 세력이 실제로 있느냐고? 글쎄, 그건 국민들이 판단하시고 본인들이 잘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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