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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 소비 대신 '보복 예금'…中 7월 소비자물가 마이너스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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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 소비 대신 '보복 예금'…中 7월 소비자물가 마이너스 전환

코로나 봉쇄 장기화로 가계·기업 지출 여력 바닥…디플레이션 공포·일본식 장기 침체 우려도

세계 대부분 국가들이 인플레이션을 걱정하는 가운데 중국에선 내수 부진 탓에 7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년 5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하며 디플레이션 공포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일본식 장기 침체에 대한 우려까지 제기된다.

9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기 대비 0.3% 하락했다고 밝혔다. 시장 전망치(-0.4%)보다는 높았지만 2021년 2월(-0.2%)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품목별로 보면 돼지고기 가격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6%나 빠지며 하락을 이끌었다. 교통수단용 연료 가격도 13.2%나 하락했다.

이날 함께 발표된 7월 생산자물가지수(PPI) 또한 전년 동기 대비 4.4% 하락해 지난해 10월(-1.3%) 이후 열 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미국 CNBC 방송은 핀포인트자산운용의 장즈웨이 수석 경제학자가 "CPI와 PPI 모두 디플레이션 영역"이라며 "내수 부진 탓에 경기 회복 탄력성이 약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고 전했다.

중국은 지난해 말 코로나19 봉쇄를 푼 뒤 경기 회복을 기대했지만 긴 봉쇄 기간의 후유증이 여전히 소비를 잠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봉쇄 기간이 길었던 중국의 가계와 기업이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은 탓에 봉쇄 직후 다른 나라에서 일어났던 '보복 소비' 양상이 나타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실내 마스크 의무 규정이 풀린 뒤 미국 상업은행에선 예치금이 줄어든 데 반해 중국 상업은행 예치금은 계속해서 상승했다고 짚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홍콩 자산운용사 인테크투자홀딩스 수석 경제학자 샤춘은 "코로나 봉쇄 해제 뒤 다른 나라에선 보복 소비가 보이지만 중국에선 반대로 보복 예금이 나타나고 있다"며 "디플레이션이 6~12달 가량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투자 및 소비 심리가 더욱 억제된 데다 청년실업률은 6월 21.3%로 집계 이래 최고 수준이다. 여기에 디플레이션 전망이 더해지면 향후 가격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생각해 소비자가 지출을 유예하게 돼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물가 하락이 고착되면 소비자는 지출을 유예하고 기업 이익은 줄어들며 결국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이자율을 낮춰 대출 및 투자를 활성화를 기대하는 통화 완화 정책에 대한 기대가 나오지만 가계, 기업, 지방정부 모두 더 이상 빚을 낼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정책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가계 부채가 이미 소득의 1.5배 수준으로 치솟아 가계가 빚을 늘릴 여력이 없고 오히려 경제 전망과 미래 소득에 대한 걱정으로 주택 모기지 대출 상환을 앞당기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생산 능력이 약화된 서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을 확대한 기업 또한 과잉 생산 및 낮은 수요에 직면해 있는 터라 추가로 빚을 내기 어렵다. 장기간의 '코로나 제로' 정책으로 대량 검사와 격리 비용, 관련 추가 인건비를 지출한 지방 정부 또한 여력이 없다.

여기에 수출 하락까지 겹치며 근심이 더욱 커진다. 전날 발표된 중국의 7월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4.5%나 감소해 2020년 2월 이후 월간 수출 증가율이 가장 낮았다. 7월 수입액 또한 전년 동기 대비 12.4% 감소했다.

7월 한국 수출도 전년 동기 대비 16.5%나 빠지는 등 무역 거래 위축은 아시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어 중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과 다른 아시아 지역의 수출 부진이 글로벌 성장 둔화가 더 심해지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매체는 경제학자들이 경기 침체 위협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부분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에 기인하는 미국과 유럽의 성장 둔화 우려가 올해 남은 기간 동안 소비자 지출과 기업 차입을 계속해서 억제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중 관계 악화도 중국의 서방과의 무역 거래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과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 간의 지정학적 긴장이 악화되며 일부 서방 제조업체들이 중국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있으며 이는 결국 양쪽 무역 관계를 약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고 짚었다. 7월 중국의 미국(-23.1%), 유럽연합(-20.6%)으로의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크게 줄었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옥스포드이코노믹스의 수석 경제학자 애덤 슬래터는 <워싱턴포스트>에 "더 적대적이고 대립적 입장을 취하는 양쪽 정부의 행동이 민간 부문에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이것이 위험 양상을 바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일본식 장기 침체에 다가서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1990년대 부동산 거품이 꺼지며 기업과 가계가 부채 상환을 위해 지출을 크게 줄여 침체기에 접어든 것과 현재 중국의 모습이 닮아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다만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이 중국 경제가 여전히 성장하고 있고 정부가 다양한 부양책을 내놓고 있기 때문에 중국이 디플레이션의 늪에 오래 빠져 있진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당국도 코로나19 이후 회복에 시간이 걸리는 것일 뿐 물가 하락은 단기적 현상이며 하반기에 디플레이션 위험은 없다고 보고 있다.

▲9일 중국 베이징에서 촬영된 100위안 지폐 여러 장의 모습.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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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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