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은 그간 윤석열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더라도 '정권'을 공격하지는 않았다. 덜 투쟁적이고 덜 선명하게 보이더라도 참으며 질기게 버텼다. 그러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다."
광양 '곤봉폭행' 사태로 노정갈등이 심화된 가운데, 한국노총이 "개별 정책에 대한 투쟁을 넘어 정권심판 운동으로 투쟁방향을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연이은 반노동 행보에 따라 민주노총에 이어 한국노총까지 '대정부투쟁'을 선언하면서 노정관계는 파국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한국노총은 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노총 최대 산별 위원장 및 사무처장에 대한 폭력 진압과 구속은 한국노총을 사회적 대화의 주체이자 상대로 인정한다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폭거"라며 폭력진압 사태의 책임자인 △윤희근 경찰청장의 사퇴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의 사퇴 △윤석열 대통령의 진정성 있는 태도 변화 등을 촉구했다.
이들은 특히 "노동계를 향해 막말을 서슴지 않는 인물을 경사노위 수장으로 앉힐 때도, 한국노총의 회계를 문제 삼아 과태료를 때리고 국고보조금을 중단했을 때도, '답정너'식 일방통행 노동정책을 추진했을 때도 참고 또 참았다"라며 "그러나 노동계를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철저히 배제하는 정부를 향해 (더는) 대화를 구걸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한국노총은 소위 '건폭몰이' 기조에 대응해 일찌감치 정부와 각을 세워온 민주노총과 달리 정부를 향한 전면투쟁 움직임까지는 보이지 않아왔지만, 광양사태를 계기로 앞으로는 '한국노총 또한 대정부전면투쟁 노선을 확실히 하겠다'라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앞서 지난달 30일과 31일 광양시 광양제철소 포스코 농성현장에선 김만재 한국노총 금속노련 위원장에 대한 폭력진압(30일)과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에 대한 곤봉폭행(31일)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찰의 노조 과잉진압 문제가 불거진 바 있다. (관련기사 ☞ '곤봉폭행' 부메랑? '경사노위 불참' 한국노총 "尹 퇴진 운동 나설 것")
당시 현장에서 사태를 목격한 박용락 금속노련 상임부위원장은 이날 "경찰은 단 한 번의 농성중지 요청도 없이 (김준영 사무처장이) 철탑에 올라간 지 하루 반나절 만에 기습작전을 벌였다"라며 "경찰이 (김 사무처장이 휘둘렀다고 주장하는) 쇠파이프는 길이 120㎝, 두께 2.2㎝에 불과한 얇디얇은 지지대였고 정글도로 경찰에 위해를 가한 사실도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노조가 제공한 현장 영상을 확인해 보면, 당시 농성자인 김 사무처장이 정글도를 이용해 경찰을 적극적으로 위협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대신 철탑 구조물에서 빼낸 쇠막대기(지지대)를 몇 차례 휘두르는 모습이 확인됐다. (관련기사 ☞ [단독] 경찰, 진압 과정서 곤봉으로 노동자 머리 내려쳐 병원 이송)
한편 노조는 앞서 지난 7일에도 대통령 직속 노사정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에 전면 불참할 것을 밝힌 상태다.
다만 당일 열린 노조 긴급 중앙집행위원회에선 경사노위 '탈퇴'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는데,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8일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경사노위를 최종 탈퇴하든 참여 중단에 머물든 정권심판 운동의 강도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사회적 대화 복귀 혹은 노정 화해의 조건에 대해서는 "하나하나의 사안이 문제가 아니"라며 "그 동안 쌓여온 정부의 반노동, 노조혐오에 대한 분노가 폭발한 것이니 만큼 정부가 노동자를 진심으로 존중하고 노동자의 삶을 돌보겠다는, 이러한 진정성이 우러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 교체설'에 대해서도 "김문수 위원장의 노동폄하 발언 등이 이어질 때에도 우리는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려 했다. 이번 광양사태로 지금까지 쌓여온 게 한꺼번에 폭발한 것 뿐"이라며 "김문수 위원장 하나 때문에 중단한 것이 아니고, 그래서 위원장의 교체가 중단에 어떤 영향을 주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 위원장은 포스코 하청노동 문제 해결 및 폭력진압 문제 사후처리 등 '광양사태 해결' 또한 "해결돼야 하겠지만 이 사안 하나를 해결하는 것이 대화 재개의 조건은 아니"라고 일축했다. 광양사태 해결 등 당면과제를 포함해, 그간 쌓여온 노동문제에 대한 정부의 '전면적인 기조전환'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구체적으로는 "사용자성을 명확히 하는 것, 하청노동자의 직접교섭권 확보 등을 위한 노조법 2·3조 개정을 지금 정부여당은 반대하고 있지 않나, 이런 부분에서도 지속적인 변화와 진정성을 (정부가) 보여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노조는 경사노위 불참과 별개로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최저임금위원회 등 "노동 약자를 위한 사회적 대화 자리"에는 참여 의사를 밝혔다. 김 위원장은 "하청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기 위해서는 주어진 역할을 계속할 것"이라며 "최저임금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 등은 노동약자를 대변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아직 이를 중단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앞으로의 활동계획에 대해서는 "한국노총은 윤 정부 정책에는 반대해왔지만 운동의 수위는 나름 조절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정책 반대가 아닌 정권 심판으로 넘어간 것"이라며 "지금까지는 노동문제를 주로 대응해왔지만, 정권투쟁에 맞춰 언론탄압 문제 등 우리사회 전반의 문제로까지 활동 범위도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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