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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정치인은 왜 맨날 싸우기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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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정치인은 왜 맨날 싸우기만 할까?

[국회 다니는 변호사] '법안 공동발의제' 국회법 개정안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이번 주에 다룰 내용은 '또' 국회법 개정안입니다. 맨 첫 회도 국회법을 다뤘는데 왜 국회법을 다시 다루냐고요? 국회법이 가진, '규칙'으로서의 중요성 때문입니다. 어떤 게임이든 룰이 달라지면 협력과 대립, 갈등과 해결의 방안이 모두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6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대안반영 처리된 국회법 개정안(민주당 박홍근 의원안)과 지난 4일 발의된 같은 취지 법안(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안)의 의미는 사뭇 큽니다.

법안의 발의는 어떻게 이루어질까요? 법안은 국회의원 10인 이상의 동의(의원발의) 또는 정부의 발의로만 이루어집니다. 정부안은 각 소관부처의 제안에 복잡한 절차를 거쳐 발의가 됩니다.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사, 법제처의 체계·자구심사, 차관회의, 국무회의 등 여러 절차를 거쳐 검토되고, 최종적으로는 대통령이 속한 국무회의의 의결을 거쳐 국회로 법안을 이송하게 되는 것이지요. 처리는 물론 국회의 몫입니다.

반면 국회의원 발의안은 비교적 간단합니다. 10인 이상의 동의만 있으면 됩니다. 의원입법안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발의가 되지요. 2020년 21대 국회임기 개시 이후 현재까지 1민4382건의 법안이 발의되었으니 연간 발의 건수는 거의 4000여 건, 300명 국회의원 1인당 13건 정도로 볼 수 있습니다. 국회의 '주인'은 어쨌든 국민을 대변하는 국회의원이니, 의원발의 건수가 정부발의 건수보다 많은 것은 너무나 당연하지요.

의원입법의 발의는 어떻게 이루어질까요? 제가 국회의원 비서관으로 근무하던 시절에는 통상 법안의 원문을 국회의원실의 5급 비서관(최근들어서 '선임비서관'이라고 용어가 바뀌었습니다)이 많이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이 법안을 각 의원실에 팩스로 보내기도 하고, 친분관계가 있는 의원실에 전화를 해서 국회사무처에 등록된 의안발의용 도장을 찍어달라고 요청합니다. (최근에는 전자공동발의제도가 도입되어 전자시스템으로 입법발의를 할 수 있게 되어 더욱 간편해진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해서 발의 요건인 10명을 채우는 것이죠.

어떤 사회적 의미가 있는 법들은 발의 의원 수가 10인을 훨씬 넘어가기도 합니다. 당이 당론을 정해 당론발의를 해야 한다고 판단하는 경우는, 당의 원내대표실에서 나서서 당 소속 의원 전원의 공동 발의를 받기도 하지요. 하지만 대부분의 법안은 10인을 구성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법안 내용에 대해 다른 의원실에서 동의를 해줘야 하기도 하거니와, 그 내용을 또 압축적으로 설명해야 하기도 합니다.

법안 내용이 어떤 특정한 집단의 이익을 관철시킨다든지, 이해관계를 조정한다든지, 내지는 특정한 산업영역에 대해서 규제로 작용하는 법안이라면 다른 의원실을 설득하기 훨씬 어렵습니다. 이 모든 영역이 바로 국회의원 '보좌진'의 역량인 것이지만요.

그나마 같은 당 소속 의원실에 문의하기는 쉬운 면이 있습니다. 얼굴을 맞대고 반대편에서 싸우는 다른 당 소속 의원실에 법안 도장을 받으러가는 게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지요. 의원도 설득해야 하고, 보좌진도 설득하는 게 얼마나 어렵겠습니까? 하지만, 이런 일이 왕왕 가능하기도 한데, 이것 역시 의원 및 보좌진의 역량입니다.

의원과 보좌진들이 TV 화면에 비치는 것처럼 매일매일 목소리를 높여 싸우는 것만은 아닙니다. 여하한 형태로든, 예를 들면 같은 학교 동문일 수도 있고, 어떤 연구단체 또는 사회단체에서 만난 사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느슨한 형태의 네트워크 조직이 국회의원실 300개인 만큼, 아마 국회 입법 발의 관련 에피소드로 토크쇼를 한다고 하면 날밤을 샐 것입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국회 앞에 포장마차가 많았는데 (최근에 많이 없어진 것이 아쉽습니다) 포장마차에서 당을 달리하는 의원과 보좌진이 서로 만나 사회 현안에 대해 목소리 높여 열띤 토론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국회 입법발의 실적은 의원과 보좌진의 역량의 정량적 지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의원과 보좌진들은 좋고 참신한 입법에 목이 말라 있지요. 국회의원 비서관을 하던 때 저 역시 무수히 많은 정보, 데이터, 자료를 읽고 좋은 법안을 발의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수제 맥주산업의 판도를 바꾼 중소맥주회사들의 세율을 절반으로 깎는 '주세법' 개정안 통과는 아직도 제 인생의 자랑거리로 가지고 있습니다. 의원님이 하신 일지만, 그것을 '서포트'한 보좌진으로서는 최고의 영광인 것이지요.

그런 아이디어가 법안이 되고, 의원 대표발의를 하고, 상임위-법사위-본회의를 거쳐 법안이 처리될 때 그 짜릿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그 대표발의자가 누구인가가 곧 그 법안의 성격을 규정하기도 합니다. 의원에게 붙는 일종의 상표, 꼬리표 같은 것이죠. 의원실이 국민에 내놓는 일종의 '상품'입니다. 그렇기에 대표발의자가 누가 되느냐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이 대표발의 제도는 현재까지 의원 1인만을 대표발의자로 내세울 수 있었습니다. 어떠한 사회 현안에 대한 생각은 누구나 대동소이하기도 하고, 또 그 해결방안 또한 비슷할 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그리고, 서로 다른 당이기는 하지만, 의원 연구모임이나, 상임위를 통해 친해지고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데 현재의 '1인 대표발의' 제도는 그 경계를 지우는 면이 있었습니다.

미국의 경우를 보면, 1927년 대공황의 반성으로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구분하게 한 '글래스 스티걸법(Glss-Steagall Act)'의 경우, 상원의원 카터 글래스와 하원의원 헨리 B.스티걸 둘 모두의 이름을 딴 법입니다. 미국은 상하원을 두고 있는 제도 성격상 대표발의 상-하원의원 1명씩의 이름을 따 법안명을 붙입니다. 민주당-공화당이 사이좋게 명단을 올리기도 합니다.

박홍근 원내대표와 유상범 의원은 이러한 점에 착안한 것 같습니다. 서로 다른 교섭단체에 속하는 의원이 공동으로 발의하더라도, 다른 교섭단체에 속하는 의원을 3명 이내의 범위에서 대표발의 의원으로 명시할 수 있게 하자는 아이디어를 이들은 냈고, 그것이 이번 4월 6일 국회운영위원회에서 대안의결 처리되었다는 것은 몹시 반가운 일입니다.

이런 작은 시도가 사생결단의 국회가 아닌, 상생과 협력의 국회의 장을 여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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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웅

박지웅 변호사는 현재 법무법인(유) 율촌의 변호사로 재직중입니다. 국회의원 비서관, 국회교섭단체 정책연구위원, 기획재정부 장관정책보좌관,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실 행정관을 역임하며 국회 입법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연구하며 오랫동안 여러 입법 경험을 쌓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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