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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만에 "기적의 소녀" 구조…"주검 회수라도" 현장 지키는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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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만에 "기적의 소녀" 구조…"주검 회수라도" 현장 지키는 가족

물 한 모금 못 마시고 버틴 17살 청소년 건강히 귀환…생존자에 임대료 2배 '얌체짓' 도마에

튀르키예(터키) 강진 뒤 열흘이 지난 시점에서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고 버틴 17살 청소년이 건강하게 구조되는 등 "기적"이 이어지고 있다. 주검이라도 돌려 받고자 매몰 현장을 떠나지 못하는 가족들의 애달픈 사연이 들려오는 가운데 대피한 생존자들에게 임대료를 2배로 불려 받는 집주인들의 행태가 도마에 올랐다.

미 CNN 방송은 16일(현지시각) 튀르키예 남동부 카라만마라슈에서 매몰 248시간 만에 알레이나 욀메즈(17)가 구조돼 "기적의 소녀"로 불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담당 의사가 현지 매체에 욀메즈가 매몰된 열흘 간 아무 것도 먹지 못하고 아무 것도 마시지 못했음에도 "상태가 좋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구조 당시에도 의사소통이 가능한 상태였던 욀메즈는 병원 이송 때도 의식이 있었고 의사와 대화를 나누는 것도 가능했다고 한다. 혈액 검사 등 필수 검사 결과 저체온증도 없었고 신장 기능도 양호했다. 담당의는 "매몰 당시 움직이지 못해 활동할 수 없었던 것이 약간 도움이 됐겠지만 그것으로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6일 시리아 북서부와 접한 튀르키예 남동부에서 규모 7.8과 7.5의 강진 및 여진이 이어지며 4만3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튀르키예 국영 <아나돌루> 통신은 17일 새벽 튀르키예 재난관리국(AFAD)이 이번 지진으로 3만8044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유엔(UN)은 북서부 반군 통제 지역과 정부 통제 지역을 포함해 시리아에서 5800명 이상 목숨을 잃었다고 보고 있다.

16일 남동부 카라만마라슈에서 매몰 258시간 만에 30살 여성 킬릭도 구조됐다. CNN은 그러나 킬릭의 배우자와 2살, 5살 두 아이는 여전히 잔해 밑에 있다고 설명했다. 구조를 거의 포기한 채 이미 킬릭의 무덤을 마련해 놓은 그의 친척은 구조 소식에 감동을 이기지 못하고 눈물을 터뜨렸다고 방송은 전했다. 킬릭은 구조 당시 구조대에 이름을 말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상태였다고 한다. 남부 하타이주 안타키아에선 매몰 260시간 만에 12살 소년 오스만이 구조됐다. CNN은 오스만이 잔해로 둘러싸여 앉아 있는 상태로 구조됐으며 발견 당시 건강이 양호한 상태였다고 전했다. 오스만이 구조대에게 같은 장소에 자신 말고 다른 이도 매몰돼 있다고 알려 추가 생존자를 찾기 위해 수색견이 동원된 상태다.

전문가들이 말한 골든타임 72시간을 훌쩍 넘기며 일일 구조 소식이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게 들려오고 있지만 애끊는 가족들은 매몰 현장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통신은 15일 안타키아에서 매몰 현장 근처에서 압둘리자크 다글리와 그의 배우자가 아들 부부와 손자녀의 생환을 기다리며 이슬람 경전(쿠란)을 읽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들의 한 살배기 손녀는 지진 5일 만에 구조됐다.

가족이 사망한 것을 알지만 주검이라도 돌려 받고 싶은 마음에 현장을 떠나지 못하는 이들도 있었다. <AP>는 안타키아에서 은퇴한 요리사 하미드 야키시클리와 그의 두 형제들이 어머니의 주검이 회수되길 기다리며 지진으로 무너진 집 근처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들은 지진 뒤 잔해 속에서 어머니가 이미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지만 자신들의 힘으로 끌어낼 수 없어 구조대의 인양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근처 학교에서 천막을 친 채 물도 전기도 없이 버티며 구조 작업을 벌이는 굴착기 소리가 꺼질 때만 잠을 잔다는 야키시클리는 통신에 "어머니를 묻어드리지 못하면 마음의 평온을 찾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통신은 이들이 230시간의 기다림 끝에 어머니의 주검을 돌려 받았다고 덧붙였다. 

<AP>는 재난 지역에서 약탈 소식이 들려 오며 재산을 지키기 위해 무너진 집 근처를 떠나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거액의 차용증이 매몰돼 이를 찾을 때까지 자리를 뜰 수 없는 이도 있었고 판매용 물품이 묻혀 잔해를 일일이 뒤져 찾고 있는 이들도 있었다.

삶터가 파괴돼 다른 지역으로 피신한 이들에게도 가혹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었다. 런던에 기반을 둔 중동 전문 매체 <미들이스트아이>(MEE)는 150만 명 가량의 생존자들이 피난하며 튀르키예 서부와 남부 주택 임대료가 많게는 2배나 뛰었다고 16일 보도했다. 매체는 현지 언론을 인용해 수도 앙카라의 부동산협회장인 하칸 아캄이 임대료가 25~57% 급등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남동부 가지안테프 출신 생존자 후세인 오르한은 앙카라에서 집을 찾으려 했지만 "기회주의자들이 임대료를 두 배로 올렸다"며 "건물 다섯 군데를 방문했는데 모두 천문학적으로 값이 올랐다"고 현지 매체에 말했다. <미들이스트아이>는 남부 메르신에서도 임대료가 두 배로 뛴 사례가 보도됐다며 당국이 생존자들에게 빈 집을 빌려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전했다.

16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UN) 사무총장은 튀르키예 지진 피해자들을 위한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 규모의 인도주의 기금 모금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구테흐스 총장은 기금으로 향후 3달 간 520만 명의 사람들을 도울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튀르키예가 시리아 난민을 비롯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난민을 받아들인 곳"이라며 "튀르키예가 그간 도움을 구하는 사람들에게 연대를 보여줬듯 이제 세계가 튀르키예를 도울 때"라고 강조했다. 유엔은 지난 14일부터 시리아 지진 피해자를 돕기 위한 3억9700만달러(약 5160억원) 모금도 진행 중이다.

▲16일(현지시간) 강진 피해를 본 튀르키예 남동부 카라만마라슈에서 주민들이 구호식량을 배급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지난 6일 시리아 북서부와 인접한 튀르키예 남동부에서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해 양국 사망자가 4만3천 명을 넘어선 가운데 구조 작업은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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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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