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오는 24일부터 45일간 대통령실 일부와 행정안전부·경찰청 등을 대상으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실시하는 방안에 최종 합의했다. 다만 국민의힘의 제안에 따라, 내년도 예산안을 먼저 처리한 후에 국정조사 주요 절차를 시작하기로 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23일 오후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이같은 내용의 합의문을 공동 발표했다.
여야는 오는 24일 본회의에서 국정조사 계획서가 통과되면 자료 제출 등 준비 기간을 거쳐 2023년도 예산안을 처리한 직후에 기관보고, 현장검증, 청문회 등을 실시하도록 했다.
국정조사 기간은 본회의 의결 당일부터 45일간이며, 본희의 의결로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당초 민주당은 국정조사 기간으로 60일을 제시했으나 국민의힘의 반대에 따라 45일로 조율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조사 기간 부분에 대해 "자료 제출·검증에 열흘에서 2주가량 시간이 걸린다”며 “그 기간이 끝나는 시점과 예산안 처리 시점이 비슷하지 않겠느냐고 서로 생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은 다음달 2일이다.
주 원내대표는 '연장 가능' 부분에 대해 "국회법 조항 그대로"라며 "연장은 예외적이고 필요성이 있을 때 인정할 수 있다. 합리적으로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으면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조사 대상 기관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 국가안보실 국가위기관리센터,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대검찰청, 경찰청 및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 소방청 및 서울소방재난본부와 용산소방서, 서울시 및 용산구 등이 포함됐다. 민주당이 조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대통령실 경호처와 법무부는 국민의힘의 반대 끝에 빠졌다.
특위 구성은 더불어민주당 9인, 국민의힘 7인, 비교섭단체 2인으로 구성하고, 위원장은 민주당이 맡기로 했다.
민주당에서는 이미 우상호·김교흥·진선미·권칠승·조응천·천준호·이해식·신현영·윤건영 의원 등으로 명단을 확정해놓은 상태다. 정의당과 기본소득당에서는 장혜영·용혜인 의원이 각각 참여하기로 했다.
그간 국민의힘은 특별수사본부의 수사 결과가 미진할 경우 국정조사를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국정조사가 필요하다는 국민 여론이 높아짐에 따라 주 원내대표가 '선(先) 예산안 처리, 후(後) 국정조사' 방안을 제안했고, 이를 민주당이 수용하면서 여야 간 협상에 물꼬가 트였다. 이후 국민의힘이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 '예산안 처리 후 국정조사 실시'로 중지를 모으면서 여야 원내대표가 최종 협상에 나섰다.
여야 원내대표는 협상 과정에서 △국조 기간 △국조 대상에 경호처 포함 여부 △사생활 또는 수사·재판 관여 금지 배제 △정기국회 운영 전반에 대한 협의 등 4가지 사안을 두고 이견을 보였으나 조율 끝에 결국 최종 합의에 이르렀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합의문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 경호처가 국정조사 대상에서 빠진 것에 대해 "민주당에서는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이전해 사고가 난 거 아니냐'는 이유에서 대통령 경호처를 국정조사 대상으로 하자고 했는데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며 "실질적인 진상규명, 사고 원인을 밝히는 국정조사를 하자고 요구했고 서로 정리가 됐다"고 말했다. 야당이 요구하는 경호처를 조사 대상에서 제외한 것을 협상 성과로 내세운 셈이다.
반대로 박홍근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예상대로 몇 가지 대상에 대해 제외시키는 것을 요청했지만, 저희는 '법무부는 빠져도 대검찰청은 반드시 넣어야 한다'고 해서 그 부분이 반영됐다"며 조사 대상에 검찰을 포함시킨 점을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대통령실 이전에 따른 경찰 인력 배치 문제, 마약 수사와 관련해 경찰 인력 배치 문제가 어떻게 되는지 분명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며 "전자는 경찰청을 통해 확인하고, 후자는 대검이 실질적으로 수사 지휘를 하고 있기 때문에 대검을 통해 (파악해) 보겠다"고 했다.
양당 원내대표는 국정조사 합의의 의의를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상상할 수 없는 국가적 대참사 앞에서 국회가 나서서 낱낱이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을 밝히고 나아가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는 것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었다"며 "그런 취지를 여야가 함께 받아안아서 논의한 끝에 국정조사를 실시하기로 뜻을 모았고 그 외 사안에 대해서도 국회가 정기국회 때 성과를 내기 위한 노력을 같이 하겠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도 "참으로 안타까운 사고이고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제대로 국정조사를 해서 사고 원인이 무엇인지, 재발을 방지하려면 어떻게 할지를 밝힐 필요가 있다"며 "저희는 수사 이후에 국정조사를 하겠다는 의사를 갖고 있었지만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내일 혼자서라도 의결하겠다'고 해서 여야가 같이 국정조사를 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닌가 생각해서 예산안 처리되면 여야가 국정조사를 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주 원내대표는 "정쟁으로 흐르지 않고 재발방지 대책을 꼼꼼히 짜는 모범적인 국정조사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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