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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했었다' 남기고 '머스크의 트위터' 떠나는 직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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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했었다' 남기고 '머스크의 트위터' 떠나는 직원들

'고강도 장시간 근무' 요구에 퇴사 물결…혐오표현 감시 포함 핵심 기능 '위기'

트위터 직원들이 지난달 트위터를 인수한 일론 머스크 트위터 최고경영자(CEO)의 '장시간 노동 서약'을 거부하고 대량 이탈하며 혐오 표현을 거르는 기능은 물론 핵심 서비스 운영이 위기에 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 미 CNN 방송, <뉴욕타임스>(NYT)를 보면 17일(현지시각) 수백 명 규모의 트위터 직원들은 전날 머스크가 직원들에게 보낸 '고강도로 장시간 일할 것'을 요구하는 '최후통첩' 서약서에 서명하는 것을 거부하고 회사를 떠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날 머스크는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경쟁이 심화되는 세계에서 성공하려면 "극도로 열정적이 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는 장시간 고강도로 일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하고 "새로운 트위터의 일부가 되길 원한다고 확신한다면" 17일 오후 5시까지 첨부된 온라인 양식을 통해 동의 의사를 밝힐 것을 요구했다. 동의 의사를 밝히지 않는 경우 위로금을 받고 회사를 떠나게 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이날 트위터엔 "일터를 사랑했었다(#LoveWhereYouWorked)"는 해시태그(#)를 단 트위터 직원들의 공개 퇴사 선언이 이어졌다. 이는 트위터의 비공식 사훈인 '당신의 일터를 사랑하라(Love where you work)'를 과거형으로 인용한 문구로 보인다. 이들 중 많은 이들은 트위터에 사원증과 업무용 노트북으로 추정되는 사진을 올리며 트위터에서 일한 기간과 소회를 남겼다. 이들 중 한 명은 트위터에 "지난 2주간 내 영혼이 완전히 으스러졌다고 생각했다. 아니었다. 오늘은 힘든 날이었다"며 "우리가 가졌던 것보다 더 좋은 (직장) 문화는 없을 것이다. 우린 안다. 모든 다른 기술 기업들이 알고 있다"고 썼다. 또 다른 이도 트위터에 "나는 (머스크가 요구한 온라인 양식에서 동의의 표시인) '예'를 누르지 않았다"며 "트위터는 최고의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짧은 시간이나마 경험할 수 있어서 기쁘다"는 내용의 게시글을 올렸다.

CNN은 두 명의 트위터 직원이 매체에 머스크가 가져 온 근무 환경 악화를 언급하며 '최후 통첩'을 거부하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트위터에서 최근 해고된 직원도 매체에 자신의 이전 동료들이 퇴사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사람들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남성을 더 부유하게 만들기 위해 자신의 정신 건강과 가족 생활을 희생하고자 하지 않는다"며 이들이 "다른 직원들에 대한 해고를 못 본 체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머스크는 이미 취임 직후 트위터 직원 7500명 중 절반 가량을 해고했다.

대량 해고 및 사직의 여파로 한 달도 안 되는 기간 동안 직원 수가 3분의 1로 급감할 것으로 추정되며 트위터의 핵심 서비스도 원활히 운영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미 절반이 해고돼 직원이 3500~3700명 가량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대량 사직으로 트위터에 남는 인원은 2000~2500명에 그칠 것이라는 직원들의 추정을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5일 사안을 잘 아는 세 명의 인물을 인용해 머스크가 자신을 비판한 트위터 직원 20명 이상을 해고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트위터에 근무했던 직원은 <워싱턴포스트>에 "나는 더 이상 기술자가 없는 6개의 핵심 시스템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매체는 직원들이 대량 이탈이 이미 트위터 서비스에 타격을 입히고 있다며 "파손은 이미 천천히 발생하고 있고 누적되고 있다"며 "만일 트위터에 게시글을 발행하고자 한다면 지금 당장 하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당장 트위터상 혐오 표현이나 거짓, 선동 정보를 걸러내는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해당 부문을 담당하는 신뢰 및 안전팀 절반이 머스크의 '최후 통첩'에 서명하기를 거부했다고 트위터 직원 취재를 통해 설명했다.

핵심 인력까지 이탈할 조짐이 보이자 경영진 사이에서 이들을 붙잡아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이 촉발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전현직 직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매체는 복수의 핵심 시스템을 담당하는 기술자의 수가 "0~2명"으로 줄었다는 상황을 잘 아는 이에 의한 증언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CNN도 트위터 직원을 인용해 경영진이 인력 이탈을 막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주 주 40시간 이상 사무실로 출근해 근무해야 한다고 못박으며 사실상 재택근무를 금지했던 머스크는 17일 해당 직원이 "뛰어난 기여"를 하고 있다는 관리자의 승인이 있을 경우 원격 근무가 허용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직원 대량 이탈을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CNN은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격리 및 봉쇄 등으로 시민들의 집에 머물며 호황을 누렸던 기술 기업들이 코로나19 유행이 회복기에 접어들고 경기 침체에 대한 전망이 나오며 대량 감원과 채용 동결을 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퇴사 결정이 쉽지는 않다고 짚었다. 최근 페이스북의 모기업 메타가 1만1000명 이상을 해고하기로 한 데 이어 16일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도 직원 1만 명을 해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 노동자의 경우 직장을 그만두면 체류 비자를 잃을 위험도 있다.

트위터에 남는 쪽을 고민하는 직원들도 불안에 떨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트위터 내부 메신저에 만일 "새 트위터에 합류"한다면 일자리가 "보장"되는 것인지 묻는 질문들이 올라오고 있다고 전했다. CNN은 머스크가 '최후 통첩'에서 직원들에게 "새 트위터"가 "훨씬 더 기술 중심적"이 될 것이라고 밝힘에 따라 비기술직 직원들이 트위터에 남게 되더라도 일자리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걱정에 빠져 있다고 전했다.

트위터가 혼란에 빠지며 제너럴모터스(GM), 폭스바겐 등 광고주들은 트위터에서 물러나고 있다. 테슬라 주식을 담보로 한 인수자금조달 과정부터 직접 임시 CEO로 취임해 머스크가 트위터에 집중하는 모습이 테슬라 주주들을 자극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 칼럼니스트 사이먼 쿠퍼는 이 매체에 "1인 독재 국가와 1인 독재 기업이 세상을 망치고 있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머스크 등을 예로 들기도 했다.

한편 <로이터> 통신은 17일 엘리자베스 워런 의원을 포함한 7명의 민주당 상원의원이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에 트위터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의원들은 리나 칸 FTC 위원장에 보낸 서한에서 "최근 몇 주간 트위터의 새 CEO 일론 머스크는 플랫폼의 안전과 통합을 해치는 위험한 조치를 취했으며 사기, 사칭이 난무할 것이라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새 기능을 발표했다"고 비판했다. 이는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뒤 새롭게 개시한 첫 서비스인 '트위터 블루'에 대한 지적으로 보인다. 당초 인증 받은 유명인이나 기업 계정에 부여하던 '블루 체크'를 월 7.99달러를 내면 누구나 달 수 있게 한 이 서비스는 사칭 계정 난무로 일주일만에 서비스가 잠정 중단됐다. 트위터의 보안 정보보안 및 개인정보 관련 임원들이 줄줄이 사퇴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한은 트위터의 "내부 검토 및 데이터 보안 관행에 대한 변경"이 소비자를 "위험에 빠뜨렸다"고도 지적했다.  지난주 FTC는 "깊은 우려를 가지고 트위터의 최근 행보를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소셜미디어(SNS) 트위터 로고와 일론 머스크 트위터 CEO 사진을 합성한 이미지.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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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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