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8.28 전당대회에 '청년 정치인' 2명이 추가로 출마를 선언했다. n번방 사건을 파헤친 독립언론인 출신으로 최근에는 당적 보유 기간 문제로 당직선거 출마 자격을 놓고 당 지도부와 입씨름을 벌여온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1996년생)과, 2015년 '김상곤 혁신위' 또는 '조국 혁신위'라고도 불린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에 참여했던 이동학 전 청년최고위원(1982년생)이다. 나이로 보면 이 전 최고위원은 밀레니얼 세대에, 박 전 위원장은 Z세대에 해당된다. 단 박 전 위원장의 출마 선언은 실제로 접수되지는 않을 예정이어서, 그가 당 대표 후보로 등록돼 선거전을 치르지는 못한다.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은 15일 오전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2번 출구 앞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강행했다. 박 전 위원장은 대선 기간인 지난 2월 14일 민주당에 입당해 '당비를 납부하는 권리당원 자격을 6개월 이상 보유해야 한다'는 당직선거 출마 요건을 채우지 못한 상태다. 출마 회견 장소가 국회 담장 바깥 지하철역 출구 앞이었던 것도, 그를 위해 국회 기자회견장이나 경내 장소를 대신 빌려줄 현역 국회의원이 한 명도 없어서였다.
박 전 위원장은 출마선언에서 "민주당은 청년과 서민, 중산층의 고통에 귀를 닫으면서 3번의 선거에서 연달아 지고 말았다. 그런데도 우리 민주당은 위선과 내로남불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당을 망친 강성 팬덤과 작별할 준비도 하지 않고 있다"고 민주당의 현 상태를 직격했다. 그는 "민주당이 변하지 않는다면 국민이 불행해진다"며 앞서 자신이 내세운 5대 혁신안, 즉 △더 젊은 민주당 △더 엄격한 민주당 △약속을 지키는 민주당 △폭력적 팬덤과 결별한 민주당 △미래를 준비하는 민주당 등을 출마선언에서 재강조했다.
박 전 위원장은 그러면서 "역량 있는 청년들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회의 장을 만들겠다. 아름다운 용퇴로 미래 정치를 만드는 데 기여해 달라고 정치 선배들을 설득하겠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정당이 동료의 잘못과 범죄를 감싸 주면 사회정의가 무너지고 정당에 대한 신뢰도 떨어진다"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당원은 윤리위 징계뿐만 아니라 형사 고발도 병행하겠다"고도 했다.
특히 그는 n번방 사건 보도 경력을 부각시키듯 "민주당의 몰락은 성범죄 때문"이라며 "성범죄는 무관용 원칙으로 신속하게 처리하는 시스템을 갖춰서 민주당에 다시는 성폭력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주52시간제를 주40시간으로 하는 노동시간 단축, 국가고용책임제, 성차별 개선 인센티브와 성평등 공공조달법 등 노동정책 관련 구상도 밝혔다.
박 전 위원장은 "우리는 아직도 조국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있다. 어느새 우리 모두 기득권이 되었기 때문"이라며 "조국을 넘지 않고서는 진정한 반성도 쇄신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그릇된 팬심은 국민이 외면하고, 당을 망치고, 협치도 망치고, 결국 지지하는 정치인도 망친다"며 "팬덤이 장악하지 못하도록 당내 민주주의를 강화하겠다. 연 1회 지역당원총회 개최를 의무화하고, 공직과 당직 선출에 민심을 더 많이 반영하기 위해 국민 여론 비율을 예비경선 50%, 본 경선 70%로 높이겠다"고 주장했다.
다만 박 전 위원장의 '출마 선언'은 정말 '선언'에만 그칠 전망이다. 입당 6개월이 되지 않았다는 자격 논란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이고, 당도 박 전 위원장 본인도 이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 노력은 하지 않았다. 박 전 위원장은 출마선언문에서 "청춘은 빗물 위에서도 탁탁 튀어오르는 불꽃과 같다. 제가 누군가에겐 매우 불편할 수 있은 낯선 도전을 계속하는 이유"라고 했지만, 그 '빗물 위의 불꽃'은 최소한 이번에는 오래 타는 장작불이나 들판을 뒤덮은 들불로 옮겨붙기는 어려워 보인다. 박 전 위원장은 출마선언 회견 후 기자들에게 "후보등록이 반려된다면 (이후 행보는) 그 후에 생각해 보겠다"며 "(출마가) 좌절된다면 당 내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심도 깊게 고민해 보지 않았지만, 마무리하고 청년들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논의하겠다"고 했다.
박 전 위원장이 자신의 출마 자격을 인정해 달라는 근거로 들고 있는 당규 조항은 당규 4호 당직선거 규정 10조의 '당 대표 및 최고위원 피선거권은 권리당원에게 있다. 단 당무위원회의 의결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단서 부분이다. 그러나 당 지도부인 우상호 비대위는 '예외를 인정할 사유가 없다'며 당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한 그가 당규 규정 때문에 전대 출마를 할 수 없다는 경직된 자세를 보였다. 박 전 위원정 또한 당무위 의결을 현 지도부에 요구했을 뿐 당무위원들을 만나 의안 제출이나 당무위 소집 요구를 해달라는 실질적 설득 작업을 진행하지 않았고, 정치적 주장을 펴는 여론전에서도 당 지도부의 경직성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이미 출마 자격이 있다는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거나 공직선거 후보자 영입 사례와 자신의 당직선거 출마 자격을 동일선상에 놓는 등의 오류를 범하면서 설득력을 잃게 됐다.
이동학 전 청년최고위원도 같은날 당 대표 선거 도전을 선언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김한규 의원의 소개로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출마선언 회견을 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지난 대선에서 당원들과 국민들의 성원에도 불구하고 패배한 것에 대해 당시 최고위원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또한 지방선거에서 송영길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를 요청하며 결과적으로 큰 패배로 귀착된 것에도 저의 책임이 있다"는 반성으로 출마선언을 시작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지방선거 당시의 판단에 대해 "민심은 민주당에 처절한 반성을 명령했는데 이를 받들지 못했다. 상대당이 먼저 보였다"며 "이기기 위한 선거만을 생각한 오판이었다. 부끄럽고, 통렬하게 반성한다"고 했다. 그는 다만 "이 부끄러움과 직면하기 위해 당 대표에 도전하고자 한다"며 "민주당이 통렬히 반성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에 헌신하는 것으로 제 소명을 다하고자 한다"고 출마 이유를 밝혔다.
이 전 최고위원은 "민주당, 이대로 괜찮은가? 대화와 토론의 힘을 믿었던 민주주의자들의 정당, 그 민주당은 어디로 사라졌느냐"며 "우리 안에 흐르는 날카로움을 가라앉히고 원칙과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 누구도 배제와 소외를 당하지 않는, 그 누군가의 목소리가 틀림으로 매도당하지 않고,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민주주의자들이 모인 정당으로 우리 당의 정치를 회복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또 "언제까지 청년이 '잠재력 있는 다음 세대'여야 하느냐"라고 했다. 그는 "많은 분들이 저를 '586 용퇴론의 원조'쯤으로 생각하지만 저는 세대교체론자가 아니라 세대 공존론자"라며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문제로 대두되는 의제들은 기성의 해법으로 해결되지 못한 것들이고 새로운 관점과 해법을 적용해야 한다. 세대가 공존하기 위해 문제 해결의 주체를 전환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대선을 앞둔 올해 1월말 "시대적 과제 해결과 당장의 위기에 대응할 정치체계 구축을 완료하지 못한다면, 모두 집에 가실 각오를 하셔야 할 것이다. 이것이 86세대의 소임"이라고 해 당시 주목을 받았다.
이 전 최고위원은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이재명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대선 패배의 책임보다도 한국 정치에 대한 책임을 크게 져야 한다"며 "기후위기, 고령화 사회와 그에 따른 연금개혁 등 몇 년 전부터 해야 하는데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분노에 따라 복수극 정치를 하고 있다. 이 정치를 어떻게 바꿀지 계획을 전당대회를 통해 내야 한다"고 말했다.
'용 눈동자' 이재명, 출마로 1보 전진…"책임은 회피 아니라 문제 해결"
박지현·이동학 두 사람의 출마선언에 따라 민주당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이는 모두 7명이 됐다. 이 가운데 박 전 비대위원장을 제외하고 강병원·박용진·강훈식·김민석·박주민(출마 시간순) 의원과 이 전 최고위원이 실제로 예비경선을 치를 후보들이다. 이밖에 설훈 의원도 이재명 의원의 출마선언 직후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힐 예정으로 알려졌다. 설 의원까지 가세할 경우 예비경선 주자는 모두 8명이 된다.
'어대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세론을 형성하고 있는 이재명 의원의 출마선언은 지난 7일 <프레시안> 보도대로 오는 17일이 될 예정이다. (☞관련 기사 : 이재명, 오는 17일 전당대회 출마 선언)
이 의원 측은 이날 오후 기자들에게 보낸 공지에서 오는 17일 오후 2시 이 의원이 전당대회 출마 기자회견을 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신에 대해 대선 패배 책임론 등을 이유로 불출마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있는 데 대해 "책임은 회피가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더 중점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는 출마에 대한 의지를 최근 들어 가장 직접적으로 밝힌 발언이다. 이 의원은 또 '출마를 결심한 계기가 뭐냐'는 질문에 "그 말씀은 출마선언을 할 때 말씀드리는 게 적절할 것 같다"고 말해, 출마선언을 할 계획임은 부인하지 않았다.
이 의원 측근인 정성호 의원도 이날 아침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누가 규정하고 어떻게 져야 되느냐"며 "패배 책임이 어떻게 이재명한테만 있겠느냐? 또 출마하지 않는 것이 책임지는 건 아니지 않겠느냐"고 '책임은 회피가 아니다'라는 이 의원의 말과 같은 취지의 주장을 폈다.
정 의원은 "이 의원은 대통령 선거에서 1600만 표를 얻었던 현재 가장 유력한 차기 주자이고 가장 강한 민주당의 지도자"라며 "민주당이 닥치고 있는 현재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그것을 회피하고 쉬는 게 책임지는 건 아니지 않느냐? 오히려 정면으로 맞서서 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는 게 책임 있는 정치인의 모습"이라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97그룹 일각에서 '선동열이 매번 등판하느냐'며 이 의원에게 일시적 2선 후퇴를 권고하고 있는 데 대해서는 "마지막 게임에서 최고의 투수가 등판하지 않으면 패배하는데 어떻게 등판하지 않을 수 있겠나? 등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받아쳤다.
97그룹 박용진 의원이나 박지현 전 위원장 등이 '사법 리스크'를 언급하며 이 의원을 공격하는 데 대해서는 "같은 당 내에서 정권이 정치보복적 또는 정치 탄압적 수사를 하는데 그걸 갖고 당 내에서 비판한 적이 없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박지원 전 국정원장 등 많은 당 지도자들이 정권의 정치보복적, 정치 탄압적 수사를 당했을 때 당 구성원들인 의원들이 함께 싸워줬지 오히려 집권 세력이 정치보복적 수사를 하는데 거기 당에 있는 분들이 같이 함께 '사법 리스크가 있다'고 공격하는 건 저는 굉장히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그런 분들이 어떻게 우리 당원들을 통합시키고 당을 보호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그는 강하게 반박했다.
정 의원은 97그룹에 대해서는 "당내 97그룹이 86과 구분되는 무슨 실체가 있는지 상당히 의심스럽다. 새롭기는 뭐가 새롭나?"라며 "86그룹들과 같이 정치를 해 왔고 그들과 정치행보를 같이 해 왔는데 과연 86그룹과 다른 정치적 비전과 가치를 제시해 왔는지 묻고 싶다. 사실 나이 차이 아니냐"고 직격했다.
박 전 위원장에 대해서도 "어느 날 갑자기 자다 일어나서 제1야당의 대표가 된 것 아니겠느냐? 그런 당 대표의 역할과 책임, 권한을 (어떻게) 행사하는 건지 잘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고 비난했다. 그는 "정상적인 절차에 의해서 전당대회를 거쳐서 당대표를 뽑는 과정에 자격이 없다고 규정됐으면 그건 따라야 되는 것"이라며 "본인을 만들어 줬던 민주당과 등지면서 가는 길이 본인의 정치적 미래를 위해서, 향후 정치를 할지 안 할지 모르겠지만, 저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견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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