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이 8.28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했다. 당내 97그룹(90년대 학번, 70년대 출생) 가운데 강병원·박용진 의원에 이어 3번째 출마다.
강 의원은 3일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한 출마선언에서 "저는 요즘 언급되는 70년대생이지만 단순히 세대교체를 위해 이 자리에 서지만은 않았다"며 "기본과 상식, 쓸모있는 정치로 다시, 민주당의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기존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의 노선에 대한 자기 비판으로 눈길을 끌었다. 그는 "검찰개혁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국민께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급하게 추진하는 잘못을 범했다"며 '검수완박법' 추진 과정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또 "코로나 속에서 신음하는 영세상인과 서민의 삶을 개선하기는커녕, 현실과 동떨어진 부동산 정책을 고집하고, 관료 주도의 민생대책에 떠밀려 '유능한 민생정당'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경제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불확실성과 불공정, 불평등에 맞서 발버둥 치는 청년세대들의 고민을 방치했다. 정치적으로 필요할때만 이들을 찾으려한 것은 아닌가 반성한다"면서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가장 나쁜 방식의 혐오와 갈라치기에 대해서도 표 계산을 하며 유불리를 먼저 따졌다"고 지난 대선 시기 민주당의 선거전략에 대해서도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다만 강 의원은 이같은 기존 민주당·문재인정부에 대한 반성 위에서 어떤 방향을 지향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다른 '97그룹' 주자들과 차이점을 보였다.
강 의원은 "명확하게 준거집단을 상실했다"며 민주당이 전통적으로 '서민과 중산층의 정당'이라고 불리는 점에 빗대어 "지금 '중산층'이 누구인지 국민들은 저희에게 묻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는 서민·중산층은 월급 300만 원 받는 분들이었고, 300만 원을 받으면 10년 있으면 집 사고 안정적인 가정을 꾸렸다. (그러면) 지금은 과연 얼마를 받아야 중산층이 되는 것이냐"고 했다.
그는 "연봉 1억이면 중산층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이냐. 내 집 마련의 가능성이 있느냐"며 "소득의 불평등이 자산 불평등으로 이어진 시대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청년세대가) 주식·코인에 올인한 것"이라고 했다.
이는 전반적으로 민주당이 전통적으로 대표해온 계층보다 소득·자산 분포에서 더 많이 가진 이들로 핵심 타깃 지지층을 옮겨야 한다는 취지로 보인다.
앞서 97그룹 주자들 가운데 박용진 의원은 "기업의 이익보다 노동자의 일상에 더 함께할 수 있는 민주당"을 주장하며 "선진국 대한민국에 초대받지 못한 사람들,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아래에 위치해 있는 많은 노동자, 노동자로 분류되지 않는 새로운 노동자들과 젊은 청년들의 정당을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었다. 강 의원이나 박 의원이나 같은 '97그룹'으로 묶이기는 하지만 변별점은 명확하다.
강 의원은 또 "지키지 못할 약속은 과감하게 폐기하고 유불리를 떠나 민주당의 원칙과 가치를 지키겠다"며 "하나의 예를 든다면, 선거 때마다 우리 당 당헌당규 내용 중 '재보궐 유인을 만들면 후보를 출마시키지 않겠다'고 했는데 상대 당은 전혀 그런 도덕적 기준을 갖고 있지 않은데 도덕적 기준(을 제시했다가 그것)으로 평가받고 실망시켰던 과거가 있었다. 그렇다면 차라리 과감하게 폐지하고 신뢰받는 일을 찾는게 옳다"고 했다.
앞서 출마선언을 한 강병원 의원은 지난 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 당이 지금껏 보였던 태도에 대한 얼마나 많은 비판이 있느냐. 약속한 것을 정말 손바닥 뒤집듯이 뒤집지 않았느냐"며 "권력형 성비위에 대해서 사과한다 그러면서 사과하고 2차 가해하고, 그곳에 공천 안 하겠다고 해 놓고 공천해 버리고 이런 여러 가지 일들이 있지 않았느냐"고 자성했다. 이어 "그런 부분들 모두가 국민들에게는 정말 심각한 신뢰 불신으로 가지 않았나. 그런 의미에서 우리 당이 스스로 염치가 있어야 된다. 내가 했던 약속을 지키고 정말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 정당으로 거듭나는 것이 꼭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했다. 이 역시 97그룹 내의 변별점이다.
물론 97그룹, 나아가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까지 이재명 의원 본인을 제외한 모든 당권주자들은 이 의원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갖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강 의원은 "제가 모든 걸 걸었던 대선후보는 연고도, 명분도 없는 지역의 보궐선거에 출마했다. 인천에서 단체장을 지낸 5선의 당대표는 서울 시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았다"며 6.4 지방선거 및 보궐선거에서 '이재명·송영길 출마' 선택이 잘못이었다고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97그룹의 '반 이재명 단일화' 전망에 대해 묻자 "국가적인 차원에서는 남녀갈등, 지역갈등, 세대갈등 극복할 수 있어야 하고, 당 안에서는 세력과 세력의 갈등을 통합해 내고, 170석 야당을 끌고갈 수 있는 운영 능력과 전략적 판단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분들이라면 나와서 경쟁하고 (그) 경쟁 속에서 나머지 문제들을 논의하면 된다고 본다"면서 "그런 분들이라면 누구도 그 테이블에서 이야기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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