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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고인물' 진보 경기교육…임태희식 처방은 무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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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고인물' 진보 경기교육…임태희식 처방은 무얼까

직선제 이후 첫 보수 교육감 탄생…대대적 변화 불가피한 ‘경기교육’

경기도교육감 선거의 승자는 보수성향의 임태희 후보였다.

임 당선인은 6·1 지방선거에서 54.79%(308만1100표)의 득표율을 얻으며, 45.20%(254만1863표)의 성기선 후보를 53만9237표 차이(9.29%p)로 따돌리고 경기교육의 수장에 당선됐다.

▲6·1 지방선거에서 당선이 확실시된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후보가 지지자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프레시안(전승표)

그의 당선은 2009년 교육감 선거가 주민직선제로 전환된 이후 13년 만에 처음으로 보수성향의 경기도교육감이 탄생한 것을 의미한다.

김상곤 전 한신대 교수와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 등 진보성향의 교육감들이 바통을 이어갔던 ‘진보교육’이 위기를 맞게 됐다. <프레시안>은 6·1 지방선거를 변곡점으로 변화의 기로에 놓인 경기교육을 전망해본다. 

□ 큰 격차의 인지도

가장 먼저 경기교육의 지형도를 바꾸게 된 원인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인지도’일 것이다.

교육감 선거는 소위 ‘깜깜이 선거’라고 불릴 만큼, 유권자들의 관심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선거이기 때문에 ‘인지도 = 당선’이라는 공식 아닌 공식마저 생겼다.

특히 학부모가 아니라면 더더욱 교육감 선거에 대한 관심이 낮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 지난 1일 본투표 당일에도 경기도내 투표장 곳곳에서는 입구에서 ‘교육감 후보가 누구냐’며 인터넷 검색을 하는 유권자들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경기도교육감 선거에서 맞붙은 성기선 후보(왼쪽)과 임태희 후보의 모습. ⓒ프레시안 DB

이 같은 사정으로 인해 두 후보의 운명을 가른 결정적 차이 중 하나는 단연 ‘인지도’였다는 걸 부인할 수 없다.

임태희 당선인은 관료 출신의 실무형 정책통으로 불리는 자타공인 ‘행정 전문가’이자, 3선 국회의원을 지낸 ‘정치인’이다.

또 고용노동부장관과 이명박 정부 청와대 대통령실장을 역임한 ‘공직자’이자, 지난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중앙선대위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은데 이어 당선 이후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특별고문으로 일한 현 정부의 '중량급' 인물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그의 인지도는 단연 높을 수 밖에 없었다.

반면, 그의 경쟁상대였던 성기선 후보는 1989년 3월 서울 성북구 석관고등학교에서 국어교사로서 처음 교편을 잡은 이후 2000년 가톨릭대학교 교수로 임용되는 등 30여 년간 줄곧 교육계에 몸담아 온 ‘교육전문가’다.

2011년 한국교육연구네트워크 정책연구소 소장을 맡아 교육현안과 정책 대안 모색에 앞장서며 이론과 실천 통합을 위해 노력했고, 2015년 경기도교육청 율곡교육연수원장으로 취임하며 경기교육의 변화에 일조했다. 또 제10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으로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연례 행사인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총괄하는 등 끊임없이 교육자로서의 삶을 살아왔지만, ‘인지도’는 소위 ‘아는 사람만 아는’ 정도에 불과했다.

더욱이 이번 선거를 앞두고 진보성향의 후보들이 난립한 가운데 후보 단일화가 늦어지면서 선거캠프 구성이나 공격적인 유세를 펼치기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실상 처음부터 보수 단일후보였던 임 당선인과의 인지도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경기도교육감 진보진영 후보단일화 경선에 나섰던 예비후보(왼쪽부터 김거성, 송주명, 성기선, 박효진, 이한복 예비후보)들이 경선 결과 발표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기교육혁신연대

성 후보가 ‘진보 후보 단일화’의 효과를 보지 못한 점도 컸다.

일반적으로 같은 성향의 후보가 다수일 경우, 각 후보들은 ‘선거에서 우리 진영이 이겨야 한다’는 마음으로 자의반 타의반의 후보 단일화를 이뤄낸다.

현실적으로 표를 한 곳으로 집중시키는 효과를 노린 선거전략이다.

하지만 성 후보의 경우 총 6명이나 되는 진보성향 후보들이 하나가 되는 과정에서 일부 후보가 단일화에 불참하면서 1차 단일화가 무효화 되고, 어렵사리 모든 후보가 참여한 2차 단일화를 통해 단일 후보로 이름을 올렸음에도 그 혜택을 온전히 누리지 못했다.

단일화 이후 패배한 후보들이 공동선거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거나 유세현장을 함께 다니며 지지를 호소하는 등 단일후보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과 달리, 일부 후보들에 국한해 제한된 도움을 받는데 그쳤다.

선거 당일까지도 빛을 보지 못한 후보 단일화 효과는 성 후보의 낮은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데에도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 ‘진보’지만 ‘보수’였던 ‘진보’

그러나 보수성향 후보의 당선이라는 결과를 그저 ‘인지도’로 한정시키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아무리 ‘깜깜이 선거’라고 하지만, 유권자 모두가 교육감 선거를 외면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 임태희 후보를 당선인으로 만든 결정적 이유는 13년간 이어져 온 진보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피로도’가 작용했다는게 중론이다.

▲‘문화예술교육 활성화’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경기도내 한 혁신학교의 학생들. ⓒ프레시안DB

‘혁신교육’으로 현실화된 경기교육의 진보교육은 처음에는 많은 기대와 환영을 받았던 교육의 패러다임이었다.

’인간 존엄성’이라는 가치 위에 ‘교육을 교육답게’라는 기치로 시작된 혁신교육은 전국 최초의 ‘학생인권조례’ 제정과 ‘혁신학교’ 등의 정책으로 구현되며 학생과 학부모, 교사 등 교육 구성원들에게 희망이 됐다.

오죽했으면, 혁신학교로 선정된 학교 주변의 집값이 오르는 현상마저 나타났을까.

그런 혁신교육이 학부모들의 외면을 받게 된 이유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컸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혁신교육이 추구했던 교육의 방향성은 긍정적이었으며, 미래지향적이었고, 교육을 교육답게 만들고자 하는 노력의 실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입’이라는 현실의 커다란 장벽이 조금의 틈도 보이지 않은 채 버티면서 기대가 실망으로 돌아섰던 것이다.

혁신교육이 가진 방향성과 실제 현실에서의 진로·진학에 대한 교육환경의 거리가 좁혀지지 못하면서 학부모들은 혁신교육으로 대표되는 진보교육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됐고, 이는 결국 진보교육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또 혁신학교가 도입될 때부터 제기된 ‘특혜’ 시비를 끝내 털어내지 못한 점도 추동력을 저하시킨 요인 중 하나였다.

게다가 경기도교육청이 펼쳐온 혁신교육의 속에 있던 가치와 방향성을 외면한 채 혁신교육이라는 명칭의 껍데기만 가져간 뒤 마구잡이식으로 펼쳤던 다른 지역의 교육정책도 영향을 미쳤다.

명칭만 혁신교육을 경험한 뒤 경기지역에 새롭게 조성되는 신도시로 유입된 타 지역의 학부모들은 지역 내 학교가 ‘혁신학교로 지정된다’는 소문만 돌아도 경기도교육청을 찾아와 항의하며 지정 철회를 요구했고, 심지어 학교 앞에 조화를 가져다 놓는 일까지 벌어졌다.

▲포천지역에서 운영된 한 경기꿈의학교에서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프레시안DB

이 같은 상황에서 또다시 ‘진보교육’을 앞세워 출마한 성기선 후보는 출발점부터 열세일 수 밖에 없었다.

지난 13년간 이어져온 경기교육의 진보교육을 이어가겠다는 그의 주장은 사실상 경기교육에서 만큼은 ‘보수적’ 외침이었던 탓이다.

그동안의 경기교육을 지켜내야 하는 ‘진보지만, 보수였던 진보 후보’의 입장에서 ‘보수지만, 진보였던 보수 후보’가 제시하는 청사진이 학부모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실제 임 당선인이 선거운동 과정에서 제시한 공약들은 오히려 진보성향의 후보들이 내세운 공약보다 더 진보적이었고, 혁신적이었다.

▲선거운동에 나선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후보. ⓒ프레시안DB

선거운동 기간동안 "13년간 이어져 온 획일적·편향적인 현실안주형 교육으로 인해 무너진 경기교육을 바로잡겠다"라며 "자율과 균형, 미래지향교육으로 경기교육을 새롭게 바꿔 학생에게 올바른 교육과 따뜻한 인성 및 고른 교육기회를 누릴 권리를 주고, 학부모는 돌봄과 사교육비를 비롯해 진로 및 폭력 등에 대한 걱정에서 벗어나 공교육에 대한 믿음을 갖게 하겠다"라고 주장해 온 임 당선인은 진보성향의 교육감들이 이끌어 온 경기교육을 실패로 규정하면서 △9시 등교제 △혁신교육 △무너진 기초학력과 학력 양극화 △추락한 교권 등 경기도교육청이 추진해 온 정책들을 비판하고, 이에 대한 재검토 또는 폐지 등의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혁신학교에 대해 "기본부터 잘못됐고 위헌 소지까지 있다"라고 평가했고, 경기꿈의학교에 대해서도 "교육적 성과가 없다"고 비판하며 전면 재검토를 공언했다.

□ 현장을 외면한 경기교육

이번 선거에서 모든 도전 세력들이 평가한 그동안의 경기교육은 ‘불통’이었다.

즉, 경기교육의 방향성을 책임지는 경기도교육청이 정작 교육이 이뤄지는 현장과의 소통에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경기도교육청 전경. ⓒ프레시안(전승표)

선거 과정에서는 △9시 등교제 시행 △학생인권조례 제정 △본청 및 교육지원청의 조직개편 △인사 이동 △학교업무 재구조화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 등 다양한 사안과 정책들이 일방적·획일적으로 추진·운영됐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심지어 경기교육의 상징인 ‘혁신교육’에 대해서도 "당초 도입 당시의 목적과 목표를 상실한 채 몸집 부풀리기에 치중하고 있다"는 비난도 제기됐다.

이는 경기도교육청이 교사와 전문직·행정직 공무원을 비롯해 비정규직과 학부모 및 학생 모두의 지지를 받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경기도 유권자들은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경기교육에 대한 목마름을 호소해 왔다.

결국 이번 선거의 결과는 이 같은 현장의 요구를 해결해 줄 대안으로 보수교육이 선택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앞으로 ‘임태희 교육감’의 태도다.

선거운동을 펼치며 약속했던 사안들을 얼마만큼 이행할지, 그것을 위해 얼마만큼 현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할지가 임태희 교육감 체제의 경기교육의 성패를 좌우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주사위는 던져졌고, 판은 마무리 됐다.

경기도 유권자들은 이번 선거를 통해 ‘경기도 학생들의 미래를 위해 모든 소임을 다하라’는 준엄한 명령을 내렸다.

이제는 임 당선인이 그 명령에 응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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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표

경기인천취재본부 전승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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