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 러, 중 등 강대국 간 대결이 심화되는 가운데 핵무기 분야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핵억지력을 향상시키려는 노력은 인도-파키스탄이 대치 중인 남아시아와 북한에서도 추진되면서 안보환경의 상황악화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이러한 상태를 반영하여 발간될 바이든 행정부의 핵태세 리뷰(NPR)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데 최근의 강대국 간 힘의 대결 악화 상황을 고려하면 미국의 핵무기 현대화 노력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핵무기 보유국들은 냉전 시기 미-소 대결, 그리고 현재의 인도-파키스탄 대결의 진행양상에 관심을 가진다면 핵억지력을 확실히 하기 위한 노력, 그리고 상대방의 행동에 대한 반응, 이어지는 작용-반작용의 반복이 결국 핵사용 임계점을 낮추고 위기 안정성을 약화시켜 전반적으로 전략적 안정에 부정적이지 않을지 고심해 봐야 할 것이다. 확실한 확전통제 메커니즘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규모나 폭발력에 상관없이 핵무기의 사용은 걷잡을 수 없이 확전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갈수록 합의가 힘들어지는 핵군비통제도 진지하게 재시동하여 핵대결을 완화하고 전략적 안정을 구현하면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필자)
핵무기와 국제정치: 시작과 전개
1945년 8월 2차대전 종전 직전 미국의 원자폭탄이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되어 두 도시를 초토화시킨 후 이후 많은 국가들이 이 엄청난 무기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이렇게 등장한 핵무기는 ‘핵무기 혁명’(nuclear revolution)이라는 용어를 만들 정도로 역사상 존재했던 이전의 어떤 무기체계와도 비교할 수 없는 가공할 파괴력을 과시하였기에 어느 국가도 감히 핵무기 보유국가를 군사적으로 공격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게 되었다. 즉 핵무기 보유는 이전 재래식 무기 보유와는 차원이 다른 상대방에 대한 확실한 억지효과를 보장해 준다. 핵무기 폭발 시의 가공할 위력 때문에 핵무기 보유는 분쟁이 발생했을 때 승리하려고 사용하는 무기가 아니라 사용할 경우의 감당할 수 없는 피해를 위협하여 분쟁 발생 자체를 방지시키는 무기체계로 인식되었다. 냉전 동안 사활적인 핵개발 경쟁을 하던 미국과 소련은 상대방이 어떤 규모의 선제공격을 시도하더라도 상대방의 생존 자체를 위협할 수 있을 정도의 보복능력이 충분하였기 때문에 이렇게 상대방의 보복공격에 서로 취약하다는 현실이 충분히 인지됨으로써 양국 간에 공격할 시도조차 하지 않는 관계인 전략적 안정(strategic stability)에 기반하여 상호억지력을 유지하였다. 이렇게 냉전 동안 미-소 양국 간의 상호억지와 불안한 평화는 상호 취약성(mutual vulnerability)에 기반한 상호확증파괴(Mutually Assured Destruction, MAD)를 통해 달성되었다.
하지만 MAD 개념은 초기부터 양국의 정치인들이나 관료들, 특히 군인들에게 인기있는 개념이 아니었다. 적에게 취약성을 보장해야만 서로 전략적 안정을 유지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납득하기 쉽지 않았던 것이다. 1970년대 이후 전략무기제한협정(Strategic Arms Limitation Talk, SALT) 등 양국 간 핵군비통제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양 초강대국의 핵무기 현대화 노력과 함께 긴장관계는 지속되었다. 표면적으로는 MAD에 기반을 둔 전략적 안정 개념에 대한 공감이 양국 간의 핵군비 통제를 가능하게 한 것으로 보이지만 과학기술 발전에 따른 상대방에 앞설 수 있는 첨단무기 개발유혹, 양국 내 강경파의 압력을 포함한 국내정치 사정, 핵무기를 전쟁억제보다는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무기체계라는 주장이 수시로 득세하는 등 양국 간의 핵개발 경쟁이 완화되었다거나 양국의 군사전략에서 핵무기가 차지하는 지위가 줄어들었다고 보기는 힘들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치권과 학계에서는 핵무기를 적극 활용하여 상대방과의 전략적 경쟁에서 우위에 서야 한다는 근거와 논리로 MAD와 상반된 핵무기 활용 이론(Nuclear Utilization Theory)이 발전하여 핵무기의 기능, 제한핵전쟁 가능성, 전술핵무기의 유용성 등의 이슈를 둘러싸고 양측이 치열한 논쟁을 진행하였다.
핵무기와 국제정치의 현재
이러한 논쟁은 냉전이 종식된 후 잠시 소강상태였다가 러시아, 중국, 그리고 북한(& 이란)의 도전으로 다시 부각되었다. 미국에서 핵무기의 역할, 핵무기가 미국 국방전략에서 차지하는 지위, 억제를 위한 최선의 핵태세 등을 둘러싼 논쟁은 탈냉전기 미국의 전반적인 대전략을 재고하면서 핵억지 역량을 재평가하고자 1994년에 처음 발간된 핵태세 리뷰(Nuclear Posture Review, NPR)를 각 행정부가 발간할 때 특히 거세어졌다.
NPR을 둘러싼 본격적인 논쟁은 2010년 오바마 행정부 때였는데, 1년 전 오바마 대통령이 ‘핵없는 세상’ 연설을 한 직후라 미국의 핵태세에 이러한 결의가 어떻게 반영될지 관심이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핵무기의 역할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미국의 ‘공개 핵정책 선언(nuclear delcaratory policy)이 반드시 어떤 경우에도 핵무기를 먼저 사용하지 않겠다는 핵선제 불사용(No-First-Use, NFU)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 학자들에게는 실망스럽게도 2010년 NPR은 미 핵무기의 근본적인 역할은 미국이나 동맹국에 대한 핵공격을 억지하는 것이라고 밝히면서 핵선제 불사용은 명시하지 않았다. 또한 미국은 미국이나 동맹국의 핵심이익이 위협받는 극한 상황에서만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라고 공언하였다. 즉 2010년의 NPR은 오바마 행정부의 의도대로 미국 안보전략에서 핵무기의 역할을 축소시키고 핵무기 사용 조건을 제한하였으나, ‘근본적인 역할,’ ‘극한 상황’ 등의 모호한 용어를 포함시켜 미국 핵무기 운용의 여지를 선제 핵사용까지 유연하게 해석 가능하도록 남겨두었다. 이는 미국 안보 분야 주류에 뿌리 깊은 ‘전략적 유연성, 모호성(strategic flexibility, ambiguity)’이 러시아, 중국 등의 억지에 더 신뢰성이 있다는 주장이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절충에 대하여 다른 학자들은 미국이 절대 핵무기를 먼저 사용하는 국가가 아니고 미국 핵무기의 유일한 목적(sole purpose)은 미국이나 동맹국에 대한 핵무기 사용을 억지, 그리고 필요하다면 보복하는 것이어야 한다면서 NFU가 오히려 핵억지의 신뢰성을 높이고 위기 안정성을 강화시켜 준다며 비판하였다.
2018년 발간된 트럼프 행정부의 NPR은 핵무기에 대하여 이전 행정부와는 사뭇 다른 시각을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이미 트럼프 행정부는 일련의 외교안보 문서를 통해 미국의 최대안보 위협은 중국, 러시아 등 현상타파적인 동급의 경쟁자(revisionist peer competitors)들임을 분명히 하며 이에 맞서 핵전력 포함 군사력 강화를 공언하였기에 NPR도 그러한 기조가 반영되어 ‘강대국 간 힘의 경쟁’부터 논의를 전개하였다. 관심을 끌었던 선언정책(declaratory policy)도 역시 NFU나 유일한 목적은 포함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동맹국과 파트너에게 미국 확장억지(extended deterrence)의 확신(assurance)을 주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대신 심각한 전략적 비핵무기 공격을 포함하는 극한 상황이 핵무기 사용을 정당화하는 상황이라고 명시하여 전략적 모호성을 남겨두어 핵무기 사용을 선제공격 포함 탄력적으로 운용할 것임을 적시하였다. 또한 일부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도 저위력(low-yield)으로 개조하고 low-yield 잠수함 발사 순항미사일(SLCM)도 재개발, 배치한다고 밝혀 무기체계를 새롭게 추가하였다. NPR 전반에 걸쳐서는 적의 어떠한 유형의 공격에 대해서도 맞춤형(tailored)으로 유연하게(flexible) 대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옵션 제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공언하였다. 이러한 대비가 상대방에 대한 억지력을 증대하고 동맹국을 안심시키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추세가 러시아, 중국과의 군비경쟁을 심화시키고 위기 안정성을 악화시키며 전반적으로 전략적 안정에 도움이 안 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았는데 이에 대해 미 국방부 측은 러시아와 중국의 핵태세에 맞서기 위해서는 불가피하다고 반박하였다. 즉 미국이 low-yield 핵탄두를 재개발, 배치해야 하는 이유는 러시아의 전술핵무기 증강을 포함한 러시아와 중국의 핵 현대화 노력 때문이라는 것이다.
냉전 때와 비교하면 상당히 줄었지만 여전히 러시아는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현대화 노력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의 핵전략은 ‘점감(漸減)을 위한 확전(escalate-to-deescalate)을 채택하였다고 알려져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러시아가 위기 고조시 먼저 전술핵무기 사용을 위협하거나 실제로 사용하여 확전 가능성을 고조시킴으로써 더 높은 단계로의 상황악화를 원치 않는 서구(미국)로부터 양보를 얻어내려 하는 공세적인 핵전략을 추진한다는 이러한 전략에 대하여 격렬한 논쟁이 있었던 것이다. 또한 이에 대한 대응으로 러시아의 행동을 똑같이 반영하여 비전략적 low-yield 핵무기를 배치하는 것이 억지력 증진의 최선의 방안인지, 아니면 핵사용 임계점을 낮추고 위기 고조시 확전의 위험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위험한 접근인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진행 중이다.
이렇게 미국을 둘러싼 전략적 안보환경이 녹녹지 않은 가운데 현재 모든 분야에서 미국과 전면적인 대결을 벌이고 있고, 바이든 행정부도 사활적인 미국의 전략적 경쟁의 대상으로 지목한 중국이 최근 급속히 핵능력을 신장시키려고 시도한다는 보고가 미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중국의 경우 미-중 경쟁이 격화되면서 상당 기간 상대적으로 등한시하였던 전략분야에서도 전력증강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는데 2021년 6월 250개 상당의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용 사일로를 중국 서북부 지역에 건설하는 것이 밝혀졌다. 이러한 변화를 두고 중국이 기존의 핵무기 공격을 받을 시 적은 수량의 핵수단으로도 확실한 보복을 가하겠다고 위협함으로써 상대방을 억지한다는 최소억지(minimum deterrence) 독트린을 통한 확증보복 전략에 변화가 있는지, 그리고 중국이 공언해 온 핵선제 불사용(NFU) 원칙을 폐기하고 보다 공세적인 전략으로 전환하는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펜타곤도 2021년 11월에 발간한 중국의 군사력 보고서에서 중국이 핵 현대화 노력을 급속히 증대하여 예상보다 훨씬 이른 2030년까지 핵탄두를 천 개 정도 보유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추세가 사실일 경우 명확한 답변을 회피하는 중국의 공식적인 입장이 무엇이든 중국의 전반적인 핵태세와 핵무기 배치가 보다 다양한 투발수단과 늘어난 핵탄두를 활용하여 유연성과 맞춤형 억지력을 높이고자 하는 러시아와 유사한 형태로 변화가 진행 중이라고 봐야 한다는 것이 미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이다.
1998년 전격적인 핵실험 후에 핵무기 보유국의 지위를 획득한 인도와 파키스탄의 경우 핵탄두 숫자를 늘림과 동시에 다양한 투발수단 확보를 위한 개발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카슈미르 이슈를 포함하여 여러 분야에서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대결해 온 양국은 이미 4차례의 전쟁과 여러 번의 아찔한 위기상황을 겪은 바 있는데 핵무기가 양국 간 대결의 중요한 수단이 되면서 위기 시 핵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점차 고조되었다. 파키스탄이 후원하는 인도령 카슈미르 기반 문장단체가 인도에 대한 2001년 의사당 공격, 2008년 뭄바이 공격 등 테러행위를 감행했을 때의 파키스탄에 대한 대응책을 두고 인도 정부는 점차 공세적인 방향으로 군사전략을 변경하였다. 이에 맞대응하여 파키스탄도 유연성과 다양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핵억지전략을 변화시켜 왔는데 특히 전술핵무기를 배치하여 인도의 재래식 공격을 방지하겠다고 지속적으로 공언하였다. 2019년 2월에는 카슈미르 기반 무장단체의 테러공격에 맞서 인도가 처음으로 파키스탄 영내의 목표물을 공습하고 양국 간 공중전까지 벌어지는 등 위기악화의 우려가 극심했던 상황도 있었다. 양국의 공세적인 핵태세와 핵무기 배치, 그리고 무장단체의 지속적인 활동을 고려할 때 향후 발생하는 위기가 과연 제대로 통제될 수 있을지에 대한 국제사회의 고심이 커지고 있는 중이다.
핵무기와 국제정치: 전망과 한반도
2022년 새해 벽두의 우크라이나 전쟁 위기는 2월 24일 푸틴의 명령을 받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전격 침공함으로써 현실화되고 말았다. 푸틴은 전쟁 전부터 유사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내비쳤고, 침공 이후에는 나토의 위협을 이유로 러시아 핵억지군에 비상경계 태세를 명하여 핵전쟁으로의 확전 가능성을 높였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국가들에게는 중국의 대만에 대한 군사적 행동 가능성도 대단히 불안감을 키우는 이슈이다. 가능성은 낮지만 우크라이나나 대만을 둘러싼 양측 간의 군사적 충돌은 핵무기 보유국 간 분쟁이라는 점에서 핵무기 사용으로의 확전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 한반도도 이러한 핵무기의 위협과 무관하지 않다. 북한은 2021년 1월 8차 당대회에서 새로운 무기개발, 배치를 공언한 후 신형 단거리 미사일, 초음속 미사일,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등을 지속적으로 시험발사하였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총 9차례의 다양한 미사일 발사실험을 하였는데 여기에는 2017년 이후 처음으로 사정거리가 3000km 이상으로 추정되는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시험발사가 포함된다. 유엔 등 국제사회의 거센 비난과 제재에도 북한은 전략무기 능력향상 노력을 지속하면서 미국의 압력에 굴복
하지 않고 미국의 군사력에 맞설 태세이다. 2017년의 위기와 2018년의 해빙기 이후 북한 비핵화를 위한 이렇다 할 진척이 없는 상황에서 북한 김정은이 군사력 강화의지를 지속적으로 공표함으로써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강화 노력은 지속되고 비핵화는 요원해질 전망이다.
이렇게 북한을 포함하여 핵무기 보유국 간에 핵억지력 증대 또는 핵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 미국과 중국 간에 새로운 기술을 적극 활용한 전략무기 개발경쟁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고, 이미 여러 차례 전쟁과 위기를 경험하였던 인도와 파키스탄도 상대방에 대한 우위를 놓치지 않으려는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핵군비경쟁은 2021년 발효한 유엔 핵무기 금지조약(Treaty on the Prohibition of Nuclear Weapons. TPNW) 등 전세계적인 핵무기 폐기 노력은 고사하고 기존 핵비확산 조약(NPT)의 정통성과 유효성도 위협하고 있다. 핵무기 분야 현대화 대결에 집중하여 볼 때 상대방의 우위에 서기 위한 이러한 경쟁은 전략적 안정을 심대히 훼손하고 위기 발생 시 걷잡을 수 없는 확전의 가능성을 내포하여 특히 위험하다. 비록 2022년 새해 벽두인 1월 3일 공인된 핵무기 보유국이자 P-5로 일려진 유엔 상임이사국인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가 핵전쟁을 피하기 위해 핵무기는 오직 방어와 억지를 위해서만 사용하고 궁극적으로는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하였지만, 이러한 합의가 지켜질 거라고 보는 전문가는 거의 없고 현재의 핵군비경쟁 상황도 너무나 엄중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고심하고 있는 NPR은 많은 주목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바마 행정부 시절 부통령으로 재임 중 미국 안보전략에서 핵무기의 역할을 축소시키는데 동의하였고 핵무기의 유일한 목적(sole purpose)을 미국이나 동맹국에 대한 핵공격을 억지, 그리고 필요하다면 보복하는 것에 국한해야 한다고 선거 유세에서도 강조한 바 있다. 미국 내에서는 핵무기의 유용성을 적극 활용하여 다양한 도전과 위협에 대해 억지력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계산된 (전략적) 모호성(calculated (strategic) ambiguity)’과 유연함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과 오히려 핵사용 위협의 신뢰성을 위해서 유일 목적을 분명히 하여 공표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또한 미국의 새로운 NPR에 포함될 내용에 대해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도 근심스런 눈으로 예의주시하고 있다. 언제 어떤 조건에서 반드시 핵무기를 사용하겠다는 공약에 대한 신뢰성은 유일 목적(sole purpose)이 표현된다고 해서 반드시 약화되는 것은 아니지만 핵선제 불사용(NFU)이나 유일목적 표현이 포함될 경우 동맹 확장억지에 대한 신뢰성이 저하되고 적대국들에게 미국의 헌신 부족이라는 잘못된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동맹국들 내에서 적지 않은 것이다.
과연 바이든 행정부가 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핵사용의 유일 목적 혹은 더 나아가 NFU를 첨가할지는 미지수이지만 최근의 우크라이나 위기를 비롯한 강대국 간 힘의 대결, 핵무기 분야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치열한 경쟁, 전반적인 불신과 국내 강경파의 득세 등의 상황을 고려할 때 미국의 핵선언정책이 획기적으로 변화하길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이미 2022년 미 국방예산안에 저위력 핵무기 관련 예산항목들이 상당 부분 유지되어 있음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핵무기 보유국들은 냉전 시기 미-소 간 대결, 그리고 현재의 인도-파키스탄 대결의 진행양상에 관심을 가진다면 억지력을 확실히 하기 위한 노력, 그리고 상대방의 행동에 대한 반응, 이어지는 작용-반작용의 반복이 결국 핵사용 임계점을 낮추고 위기 안정성을 약화시켜 전반적으로 전략적 안정에 부정적이지 않을지 고심해 봐야 할 것이다. 확실한 확전통제 메커니즘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규모나 폭발력에 상관없이 핵무기의 사용은 걷잡을 수 없이 확전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갈수록 합의가 힘들어지는 핵군비통제도 진지하게 재시동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위기의 이면에 1987년 합의되어 3000개에 달하는 핵무기를 감축함으로써 가장 성공적인 핵군축 조약으로 알려진 중거리 핵전력 제한협정(INF) 조약이 2019년 미러 간에 폐기된 것도 양국 간의 긴장고조에 기여하였다는 분석이 있을 정도로 핵군비통제의 재개는 시급한 사안이다. 여기에 자국 핵역량의 극심한 열세를 이유로 어떠한 핵군비통제 참여도 거부해 온 중국의 참가를 유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물론 미-중-러 간의 노력이 인도-파키스탄에 등 다른 핵무기 보유국가에도 확대되어야 한다. 북핵과 관련해서도 대북핵 억지력 확보와 함께 위기 시 안정성 유지와 확전통제 방안을 면밀히 균형있게 고민해 나가면서 북핵위협을 실질적으로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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