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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국의 디지털 혁신, 그 잠재력은?

[좋은나라이슈페이퍼] 우리의 디지털 혁신과 전환을 위한 고민

디지털 혁신 시대 도래

디지털 혁신은 이미 현재로 다가왔다. 디지털 혁신이랑 다양한 정의가 있을 수 있으나, 국가와 기업이 보다 개선된 국민(고객) 경험을 창출하고 디지털화를 통해 기업 및 정부의 전략과 정책 프로세스 효율성을 개선하는 과정이다. 즉, 모든 유형의 서비스에서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여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시장의 수요에 맞게 비즈니스 프로세스, 문화, 고객 환경을 조성하거나 수정하는 과정이다. 디지털 혁신은 조직 운영 방식의 근원적인 변화를 주도하고, 내부 리소스를 최적화 하며, 고객의 가치를 새롭게 제공하는데 그 목표가 있다. 누가 이를 잘 달성하느냐에 따라 기업은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고 경쟁에서 앞서 나갈 수 있는 실마리를 마련할 수 있다. 또한, 정부는 코로나 19로 인해 급속하게 변화되고 있는 국민들의 정책적 수요에 디지털 전환은 가장 빠른 대답이 될 수 있다.

데이브 아론 가트너 최고 VIP애널리스트는 한 기고에서 "디지털 혁신을 꾀하는 기업은 많다. 하지만 디지털 전환에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둔 조직은 생각보다 적다. 이유는 간단한데, 낡은 사고방식과 관행을 버리지 못하고, 말로만 디지털 혁신을 외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진정한 디지털의 혁신은 가장 바닥부터 최고위까지 사고의 틀(frame)을 전환하는 것이다.

우리 정부 역시 선도적인 디지털 혁신과 전환 활동을 코로나로 인한 기업의 위기를 극복하는데 최우선 과제로 판단하고 있으며, '디지털뉴딜', '디지털미디어 발전전략' 등과 같이 종합적인 대책과 산업별 특화 전략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한 방안 마련에 몰두하고 있다.

IDC의 2019년 조사에 따르면 2018년 디지털 혁신 기업이 전 세계의 명목 GDP의 13.5조 달러를 차지하였으며, 그 외 기업이 67.7조 달러를 나타내었다. 반면 2023년을 예측한 자료에서는 전체 명복 GDP의 절반 이상인 53.5조를 디지털 혁신 기업이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며, 세계 경제에서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과 디지털 혁신은 이제 기업과 정부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는 핵심 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관련 연구에서는 디지털 혁신과 전환에서 주요한 과제는 기술 격차와 함께 문화적 차이 극복이 가장 중요한 화두라고 분석하였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주요한 국가 및 기업에서 디지털 혁신을 위해 Data, Network, AI에 대한 투자를 급격하게 확대하고 있다. IDC의 조사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디지털 전환에 대한 직접 투자는 총 6 8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였다.

우리의 디지털 혁신과 전환의 현 위치와 문제점

디지털 기술 변화에 대한 국가의 적응력과 대응력, 기술개발능력을 평가하는 스위스에 위치한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한국의 디지털 전환 순위는 종합순위 8위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는 9개 부문, 52개 세부지표로 구성하여 평가한다.

3대 분야 모두 전년 대비 소폭 상승한 결과를 나타냈다. 지식 부분을 살펴보면, ‘교육훈련’, ‘과학기술’ 부문에서 높은 순위를 나타내었고, ‘인재’와 여성연구원, 국제 학생 순 유입 등에서는 낮은 순위를 기록하였고 전년 대비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강점으로는 과학 기술의 R&D 지출총액이 2위, 1인당 총 연구개발 인력 3위로 높게 나타났으며, 약점으로는 여성 연구 인력이 54위, 국제 학생의 순 유입이 49위로 나타났다. 기술 부분을 살펴보면 ‘기술 여건’ 부분에서 ‘고도기술 수출 비중 지표’의 상승으로 전년 대비 5단계 상승을 나타냈다. 강점으로는 규제 여건 부분에서 계약실행이 2위, 자본 여건 부분의 IT와 미디어 주식시장 자본화 2위, 기술 여건 부분에서 인터넷 대역폭 속도 2위로 나타났다. 약점으로는 규제 여건 부분에서 기술개발 및 적용이 44위, 자본 여건 부분의 금융재정 서비스가 49위로 낮게 나타났다.

미래준비도가 한국의 디지털 경쟁력을 견인하는 지표로서 전년 대비 1단계 상승한 3위를 나타냈다. 특히 강점으로 '전자참여지수', '인터넷소매업 매출액', '전자정부' 등이 강점으로 나타났다.

▲ <표 > IMD 디지털 경쟁력 순위

이와 함께 지난 2020년 WEF가 발표한 WEF의 Global AI Index를 살펴보면 앞서 언급했던 IMD의 조사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국내 디지털 혁신과 전환을 준비하면서, 인프라는 잘 갖춰져 있지만, 디지털 생태계의 주요 구성 요인 중 잠재력 수준은 아직 높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 같은 원인이 무엇인지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정책적 지원의 부족을 들 수 있다. R&D 투자 비중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으나, 절대 투가 규모에서는 세계 주요 선진국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특히, AI분야로만 한정해서 보면 중국은 2017년 차세대 AI발전계획을 발표하면서 3년간 1천억 위안의 투자계획을 수립한 반면, 한국은 10년간 1.3조원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물론 경제 규모 대비 높은 수준이기는 하나 절대적 규모가 작기때문에 AI선진국을 따라가기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와 민간이 함께 투자를 할 수 있는 정책적 준비가 필요하다. 장기적 관점에서 디지털 전환에 대해 재정 투입을 기획해야 하나, 2020~2025년 중 114조 원을 투자하는 계획을 세웠다. 전반적인 투자 규모는 부족함이 없으나, 민간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는 동인은 부족하다. 성과를 급히 내야 하는 정책 투자 전략은 프로젝트 중심으로 투자를 진행하게 되고, 기업들은 근원적 혁신보다는 정부 지원에 의존성을 키우게 된다. 우리나라 GDP 대비 R&D투자 규모가 매우 높음에도 불구하고 R&D의 생산성이나 과학기술인력 고용, 디지털 기술 능력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나는 이유다. 단기적 관점에서 투자를 진행하다 보면, R&D 투자도 기초 연구보다 개발 연구에, 도전적 연구보다 단타 연구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혁신의 순간은 기초 수준이 아닌 중·고급 수준 이상의 연구가 누적되어 찾아오게 된다. 기초적 수준의 연구나 산업계의 연구 등을 지속적으로 누적해서는 효과가 탁월한 연구가 나오기 쉽지 않다.

둘째, 인재 부족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인재 양성이 핵심 경쟁 자원이라는 명목으로 많은 투자를 시행해왔다. PISA등급이나 국제수학올림피아드 등에서 우수한 순위를 나타냈으나, 이것이 디지털 전환과 혁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에 관한 질문에는 명확히 대답할 수 없는 실정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D.N.A(Data, Network, AI)관련 인력양성을 추진하면서 기초 인력양성에 집중해왔다. 이는 저변을 확대하는데 큰 기여를 하였으나, 혁신을 선도하기에는 다소 부족하다는 게 현장의 평가다. 기초 인력양성에 한계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산업 혁신을 이끌어갈 최고 수준의 기술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런 현상은 게임 업계가 인건비 상승 경쟁을 펼치고 있는 점을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실제적으로 프로젝트를 설계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최고 수준 기술 인력이 부족하면 해외에서 초빙해오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국내는 아직 해외 인력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 않다. 단일 국가 인력만으로는 경쟁력의 잠재력을 높이기 쉽지 않다. 미국의 경우 기업 주도로, 중국은 국가 주도로 해외 디지털 인력 영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글로벌 수준의 최고급 AI 인재 22,400명 중 미국과 중국에서 각각 10,295명(46.0%), 2,525명(11.3%)의 인재가 활동하는 반면, 한국은 405명(1.8%)에 불과했다. 폐쇄적인 인력양성 시스템을 과감히 개선해야 한다. 인력양성 시장의 혁신을 통해 고급인력 양성과 공급을 개선해야 한다.

세 번째로 비즈니스 환경의 열악한 점을 들 수 있다. 먼저 우리나라는 규제 여건이 좋지 않다. IMD와 WEF의 조사에 따르면, 디지털 전환과 혁신을 위한 정책과 해외 인재 영입을 위한 행정 절차와 규제가 세계 주요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은 순위를 나타냈다. 이민의 어려움, 디지털 연구 관련 법, 지식재산권보호 수준도 낮게 나타났다. 영국과 같은 주요 선진국은 유망기업에 대한 파격적인 법인세 감면과, 해외 인재 유치를 위한 비자 규제가 매우 낮은 수준 등 친기업적인 환경 구축으로 세계 3대 유니콘 스타트업 배출국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던 반면, 한국은 빅데이터 활용을 위해 데이터 3법이 통과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가명 정보 활용 범위와 수준, 주체 등의 모호성, 단순 규정 위반에도 형사처벌 등과 같이 과도한 규제 환경이 디지털 전황에 필요한 데이터 활용에 불확실성이 여전한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또한, 금융재정 서비스도 매우 낮은 수준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대대적인 혁신이 요구된다.

우리의 디지털 혁신과 전환을 위한 고민

앞선 문제점 진단을 통해 도출된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폐쇄적인 디지털 생태계 환경을 개방적인 환경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제 디지털 경제 생태계에 속하는 모든 산업군과 기업들은 국내에서만 경제하는 환경이 아닌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이 필수가 되었다. 대표적으로 OTT 산업을 살펴보면 Netflix가 국내 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성장하고 있다. 넷플릭스의 강점은 규모의 경제라고 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시장을 확대하여 고객을 모집하고 이를 통해 콘텐츠 단위당 가격을 낮춰 경쟁력을 확보했다. 고객의 규모(시장의 규모)를 키우면서 같은 가격의 콘텐츠도 가입자당 단가로 따지면 다른 어떤 경쟁자보다 낮게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규모의 경제의 장점을 바탕으로 단독 스트리밍 계약에서 단독콘텐츠 제작으로 전환하였고, 콘텐츠 수급에 드는 비용을 변동비용에서 고정비용으로 어느 정도 전환에 성공하면서 가장 경쟁력 있는 사업자가 되었다. 또한, 다양한 국가와 문화의 콘텐츠를 수급하면서 불가능한 개념인 롱테일 법칙과 파레토 최적을 동시에 이루고 있는 사업자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 경제에서도 역시 이런 전략이 필요하다. 다양한 국가와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지원이 필요하고 개방된 환경에서 다양한 구성원들이 일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나라 시장 규모가 작기 때문에 인력시장이든 상품시장이든 그 개방의 폭을 넓혀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단일 기업이 쉽게 조사할 수 없는 해외 시장 조사, 법, 규제, 매너 등을 정부가 투자하여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인적, 공적 네트워크 마련에도 힘써야 한다.

둘째, 정부 주도가 아닌 디지털 전환 및 혁신의 이해관계자가 모두 함께 이끌어 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정부 주도의 디지털 전환 및 혁신은 한계에 도래했다. GVC(Global Value Chain)이 이끌어가는 디지털 전환 및 혁신 시장에서 단일 국가의 관할을 넘어서는 글로벌 기업이 다수 등장하였고 이를 진흥하기도 규제하기도 애매한 실정이다. 또한, 정부가 주도하는 지원 및 진흥 산업은 검증 중심의 단기적 관점에서 추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정권의 교체에 따라 그 핵심 가치가 변경되기 때문에 정부 주도 보다는 디지털 전환과 혁신의 이해관계자들의 수요 중심으로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 의존적 투자에서 산업 주도적 투자, 수요 중심 투자로 전환되어야 한다.

또한,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국내 기업들만 선단을 구성하여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고 봐야 한다. 국내 기업에 이익이 된다면 세련된 방식으로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이 추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책의 이해관계자를 새롭게 정립하고 건전하게 상호 거래하고 공진화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부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사전적 규제와 진흥정책보다는 사후적 규제와 수요 중심적 진흥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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