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COVID-19)는 방송 역사상 방송 제작자에게 초유의 환경을 경험하게 하고 있다. 이렇게 오랫동안 방송 제작에 영향을 미친 사건은 없었을 것이다.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로 인해 한동안 예능과 음악 장르의 프로그램이 중단되었던 이후 가장 장기간 방송을 중단시키거나 정상적인 제작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코로나19동안 방송은 무관객 녹화, 랜선 프로그램, 큐레이션 프로그램 활성화, 클라우드 기반 제작, 새로운 포맷 개발 등이 이루어졌다.
시노팜, 가멜레아연구소,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등에서 백신을 개발했다고는 하지만, 지난 11월 26일 한국의 코로나 일일 확진자수가 300명대에서 갑자기 거의 600명에 육박하면서 방송 제작의 미래는 더욱 불투명하게 되었다.
이 글에서는 포스트 코로(post COVID-19)나 또는 위드 코로나(with COVID-19)가 한국의 방송 제작에 미친 영향과 향후 방송제작의 방향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필자)
코로나19가 방송제작에 미친 영향
코로나19가 2019년 12월 1일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하였고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올해 3월 11일 세계보건기구는 홍콩 독감, 신종 플루에 이어 세 번째의 팬데믹으로 선포하였다. 국내에서는 1월 21일 첫 사례가 나왔고, 2월 29일 가장 많은 813명이 발생한 이후 감소했다. 그러나 3월 중순 2차 확산과 11월 3차 확산이 되고 있어 10개월 이상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내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방송제작이 미국이나 유럽처럼 장기간 중단되는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제작진 일부의 코로나19 확진으로 작은 영향을 주는 경우는 종종 있었다. tvN의 <밥블레스유2> PD의 코로나19 감염으로 CJ ENM 사옥 전체가 폐쇄되면서 tvN의 <밥블레스유2>, <유 퀴즈 온 더 블록>, <놀라운 토요일-도레미마켓>, <대탈출3>, 올리브의 <배고픈데 귀찮아?> 등이 2~3주 결방했다. tvN 드라마 <하이바이, 마마>도 현장 스태프가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있어 3월 1일 촬영을 취소하였다. KBS도 8월 24일부터 30일까지 <도도솔솔라라솔>, <바람피면 죽는다>, <암행어사>, <오! 삼광빌라>, <비밀의 남자> 등을 중단했다. 최근에는 SBS <구마사>, JTBC의 <시지프스: the myth>와 <설강화>, 편성이 확정되지 않은 <보쌈>(제이에스픽처스 제작)과 <달이 뜨는 강>(빅토리콘텐츠) 등의 촬영이 중단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편성, 제작, 시청에 미친 영향을 정리하였다.
편성
코로나19는 우선 1차로 급증한 2월부터 편성에 영향을 미쳤다. 제작이 원활하지 않아서 방송을 취소하거나 스페셜 프로그램으로 대체하였다. <표 1>은 코로나 초기에 영향을 받은 방송 프로그램 현황이다.
제작
다음으로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부분은 제작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다중이 모이기 어렵고,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 중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표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무관객 녹화, 출연자가 관객 역할, 랜선 프로그램, 촬영지 변경, 촬영변경, 포맷 변경 등이 일어났다.
시청 또는 이용
코로나19는 방송 제작에는 부정적 영향을 주었지만, 방송 콘텐츠의 이용에는 오히려 긍정적 영향을 주었다. 모바일과 디지털 미디어의 발달에 따라 방송 시청률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가 코로나로 인해 바뀌었다.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 ‘사회적 거리두기 2.5 단계’ 등에 따른 이동의 제한이나 재택근무 등으로 집콕 문화가 형성되면서 방송 미디어 소비가 증가하였다.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온 1월 20일 주간 대비 3월 9일 주간을 비교하면 모바일 이용이 11% 증가하였으며, 멀티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의 총 이용시간 성장률은 13%에 달했다. 코로나19 이후 증가한 활동 가운데 ‘TV시청’이 70.2% 증가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그림 2>에서 보듯이 2차 확산시기인 2020년 8월에는 전년도인 2019년 8월 대비 모바일 평균 이용시간이 14%가 증가하고, TV 시청률은 13%가 상승하였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방송 제작 방향
2019년 12월 1일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한지 1년이 되었다. 중국 시노팜과 시노백, 러시아 가멜레아연구소, 미국 화이자/독일 바이오엔테크(BNT162b2), 미국 모더나/미국 알레르기연구소/전염병연구소(mRNA-1273), 미국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대학교(AZD1222) 등의 백신 개발 소식이 있지만, 코로나19는 제작 환경에 여전히 미치고 있고 상당기간 존속할 전망이기 때문에 코로나19와 함께 지낼 수밖에 없는 '위드 코로나(with COVID-19)' 시대가 된 것 같다.
이러한 환경하에서 방송의 제작 방향을 생각해 보면 첫째, 줌(zoom)으로 대표되는 랜선 프로그램이 적극적 활용될 것이다. SBS의 <트롯신이 떴다>가 ‘랜선 버스킹’이란 포맷을 도입하고 시즌2에서는 시청자 심사위원도 500명으로 확대하였다. KBS의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는 1490명이 온라인으로 참여하였다. 이처럼 기존보다 현장감을 살리기는 어렵지만 훨씬 많은 시청자가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따라서 국내외의 다양한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방송 프로그램의 제작 방식을 개발하고, 더 많은 시청자 참여를 이끌어내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할 것이다.
둘째, 방송용만의 콘텐츠를 만들 것이 아니라 크로스 플랫폼을 지향할 것이다. 향후 대세는 소비자에게 직접 도달하는 방식으로 소비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애드 바튼 영국 옴디아(OMDIA) 선임 애널리스트는 “미디어 유통이 소비자직접판매(D2C) 기반의 단일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옮겨가고 있다. ... TV 산업에서 기존 장르 위주의 채널이 통합되면서 채널 비즈니스는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밝혔듯이 점차 채널에서 콘텐츠로 중심이 이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HBO는 신규 드라마 <인더스트리(Industry)>의 마지막 5개의 에피소드를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HBO 맥스에서 공개하기로 하였다. 이처럼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하여 가장 효율성이 높은 방향으로 콘텐츠 유통을 할 것이다.
셋째, 전형적인 시나리오 구성의 틀을 깨고 포맷이 다양해질 것이다. 지금까지는 드라마의 경우 일정한 공식이 있었다. 한국방송작가협회에서 펴낸 <드라마 아카데미>에 의하면 시작 5분, 늦어도 10분 안에 “①누가 주인공인가? ②무엇에 관한 이야기인가? ③극적인 배경과 상황은 어떤 것인가?” 등 세 가지를 알려주는 것이 좋다. 김태원은 한국의 성공한 드라마를 분석하여 한국형 스토리 이론 ‘욕망의 레시피-4막 24블록’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OTT 시대가 되면서 전형적인 공식은 해체되고 새로운 포맷이 등장하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경우 엔딩이 중요하지 않다. 다음 회를 보도록 흥미로운 장치인 클리프행어를 두었는데 이제 필요가 없어졌다. 지상파는 PCM, 종편과 케이블TV는 중간광고를 위해 한 번이나 두 번 끊어가는 구성을 해야하나 OTT에서 이런 구성이 필요 없다. 또한 한 회 분량이 제한이 없다. 기존에는 60분에 맞추었다면 이제는 50분, 60분, 70분 등 에피소드별로 다양하게 길이를 조절할 수 있다.
아직 코로나가 한창이지만 한편으로는 코로나19 이후를 준비할 필요도 있다. 미국의 신경과학자 데이비드 이글먼(David Eagleman)은 <창조하는 뇌>에서 인류는 늘 좋은 것을 파괴함으로써 스스로 거듭난다고 했다. 비록 코로나19는 우리가 원한 것이 아니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새로운 기회도 발생한다. 뉴노멀의 환경에서 적극적으로 새로운 방송 제작에 창의적으로 적응하는 자가 최후의 승자가 아닐까 한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타임>지에 "코로나19에 대응하면서 인류는 리더십이 부족했다”는 기고에서 “코로나19에 대한 진정한 해독제는 분열이 아니라 협력"이며 "팬데믹이 전지구적 협력을 이끌어 낸다면, 이것은 코로나19에 대한 승리일 뿐만 아니라 미래의 모든 병원균을 이겨내는 길일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19를 극복하려면 무엇보다도 서로 협력하고, 피해자들을 돕는 연대가 필요한 것이다.
코로나19가 불러온 낯 선 지형에서 더 창의적이고 초연결을 통한 협력이 이루어진다면 방송 제작의 미래는 불투명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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