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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블랙홀? 총선 풍향 아무도 모른다

[최창렬 칼럼] 21대 총선의 잠복변수와 집단지성

총선거는 대통령 선거와는 달리 집권세력의 정책과 행정에 대한 평가가 주된 내용이 되는 회고적 투표(retrospective voting)의 경향을 띨 수밖에 없다. 흔히 정권 심판론이 주요 프레임을 형성하는 이유일 것이다.

총선과 대선 등 주요선거에는 선거를 관통하는 쟁점과 의제가 있기 마련이다. 이들은 선거기간이 임박해서 형성될 때도 있지만 통상적으로는 그동안 정치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사회적 갈등을 빚었던 쟁점들이다. 그러나 선거가 불과 열흘 남짓 남은 상황에서 사회경제적 쟁점 축은 물론이고 북한 변수나 색깔론 등의 이념적 문제도 쟁점화되지 않고 있다.

전대미문의 코로나19가 블랙홀이 되면서 여타의 이슈가 쟁점화될 공간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코로나19 관련 긴급재난지원금의 대상과 지급방식, 재원 등이 선거의 변수로 떠오를 수 있으나 전대미문의 재난의 대처라는 긴급성과 당위성 때문에 방법론에 국한되거나 제한적일 것으로 보여 선거 승패를 가를만한 결정적 변수로 떠오를 것 같지는 않다.

선거 초반에 정부 코로나19 대처에 대한 부정 평가는 팬데믹(세계 대유행)이 본격화하고, 미국·유럽의 환자 급증과 사망률 증가 등의 해외사례와 비교되면서 민주당에게 유리한 국면으로 바뀌고 있다. 현재까지는 코로나가 21대 총선의 거의 유일한 변수처럼 보이는 형국이다. 그러나 선거일까지 남은 시간은 결코 짧은 기간이 아니다. 집권당과 제1야당에게 불리한 변수들이 잠복해 있기 때문이다.

지난 해 조국 전 장관 이슈와 이와 관련한 검찰개혁 문제, 울산 시장 선거 개입 의혹 등 청와대 관련 사건과 문재인 정부 집권 이후의 경제 침체는 중도 유권자의 이탈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더불어민주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변수들이다. 그러나 코로나 변수가 이를 상쇄하고 있다.

반면 선거 초반에 미래통합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의 수구적 이미지와 강성보수에 치우친 이념적 협애성 때문에 제1야당 심판론이 더 힘을 얻는 듯했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집권 이후 여야의 대립은 극심했고, 미래통합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현 정부를 좌파사회주의 정권이라며 케케묵은 이념공세로 강성극우 성향의 유권자 집단을 결집시키는 전략으로 일관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도 패배한 한국당의 강경투쟁과 장외투쟁은 미래통합당에게는 부정적 요인들이다. 그러나 중도보수와의 연대를 명분으로 진행된 보수통합은 이러한 요인을 완화시키는 데 기여했다.

양대 정당에 불리한 변수들이 선거 기간 중에 쟁점화되거나 부각된다면 선거 프레임이 요동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이러한 쟁점들이 코로나 관련 이슈에 묻혀서 유권자의 판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면 여권에 유리할 수 있다.

선거가 사회적 갈등 국면들을 표출시키고, 의제로 공론화시킴으로써 시민적 합의를 모색하는 과정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미증유의 재난은 쟁점과 갈등 축을 가리고 있다. 코로나 때문에 투표율마저 낮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가세하고 있다. 게다가 거대양당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틈새를 이용하여 위성·하청 정당을 통하여 소수정당들을 배제하는 정치적 퇴행까지 서슴지 않으면서 정당정치는 물론 선거민주주의의 훼손은 불가피해졌다.

인물과 정책·공약, 정당, 구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의미 있는 경제사회적 쟁점과 정치적 의제가 등장하지 않으면 선거는 형식적 민주주의를 연명하는 요식행위에 그치게 된다. 하수인으로 전락한 위성정당들의 출현으로 21대 총선이 새로운 정당체제와 정치지형의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중대선거(critical election)가 되리라고 기대할 수 없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역대 최악의 국회, 대립과 갈등의 일상화로 갈등 해결이라는 정치 기능을 상실한 정당체제가 변화할 수 있는 단초라도 마련되어야 한다. 선거가 이러한 최소한의 사회정치적 의미조차 담보하지 못한다면 투표는 민주주의의 지체로 연결될 것이며, 21대 총선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와는 달리 거대양당의 기득권만 강화하는 최악의 선거가 될 수도 있다.

현재로서는 코로나 사태가 21대 총선의 거의 유일한 변수인 것처럼 보이지만 유권자의 과거에 대한 '기억'과 집단지성을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유권자는 항상 예측을 넘는 결과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선거는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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