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가 평화 분위기다. 지난 20년 동안 북한 산림과 남북한 산림복원 정책 연구를 해왔고, '한반도 금수강산 복원 프로젝트'를 제안한 국립산림과학원 북한산림연구실 박경석 박사를 만났다. 북한 산림 황폐화 실태와 남북 산림협력의 경험과 제안을 들었다.
- 북한 산림 황폐화는 어느 정도 심각한가요?
전체 북한 산림 면적 가운데 283만 헥타르가 황폐한 상태입니다. 약 32퍼센트에 이르죠. 1998년 북한 전역을 조사한 뒤 2008년 인공위성으로 조사한 결과에요. 10년마다 조사하는데, 올해는 통계치가 바뀌겠죠. 그동안 가보지 못했지만 2014년 북한 12곳을 인공위성으로 조사했어요. 경사도 8도 기준 위쪽을 산림으로 보고 황폐지를 분석했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들어서며, '산림복구 10개년 계획'을 만들고 약 168만 헥타르가 황폐되었다고 발표했어요. 북한에서 많이 만든 '뙤기밭소토지', '다락밭비탈밭'은 농지로 그대로 사용하고, 15도 기준 그 위를 복구하려는 거죠. 우리는 산림 녹화하며 화전민을 산 아래로 이주시키고, 화전민 터에 나무를 심었어요. 북한은 농지가 부족해 김일성 시대에 8도 아래를 다락밭으로 개간했어요. 식량이 부족하자 배급제가 무너졌고, 북한 정권도 취약계층이 산 위 높은 곳을 개간하는 것은 막지 못했어요. 아마 15도 이상 된 곳도 있을 겁니다.
- 32퍼센트가 황폐지라면, 그 영향을 미칠까요?
'그럼 나머지 68퍼센트는 나무가 있네'라고 보통 생각해요. 32퍼센트는 북한주민이 살고 있거나 가까운 산들이 황폐해졌다는 거예요. 북한은 교통수단이 안 좋아 개간하고 땔감 가지고 올 수 있는 거리인 4킬로미터 보다 멀리 떨어진 곳은 가기 어렵다고 탈북자들이 이야기해요. 민가, 철도, 도로, 공장 부근 산들이 전부 황폐한 상태인 거죠. 북한 주민들 생명을 위협한다는 것을 뜻해요. 비가 오면 산사태가 날 것이고, 도로, 철도가 멈추고, 광산에 홍수 나서 물이 들어가면 몇 년은 채굴 못 하는 거죠. 북한엔 댐을 만들어 소수력발전이 많지만, 몇 년 있으면 주변 산들에서 토사가 흘러 기능을 못하죠. 2016년 나진 지역 홍수 피해가 컸어요. 함경북도 두만강도 범람해 몇백 명 죽었다고 하는데, 더 심했다고 해요. 제가 어렸을 때 비만 오면 한강에 초가지붕이 떠내려오고, 그 위에 돼지가 타고 내려오는 모습이 다반사였어요. 댐도 주변에 나무를 심지 않으면 토사가 흘러와 댐 기능을 못 하고, 광산 주변도 나무를 심어 관리해야 해요.
- 지난 20년 남북한의 산림협력은 어떻게 진행됐나요?
1998년 민간에서 먼저 시작되었어요. 저는 금강산 관광지 밖에서 북한주민들과 나무 심기 행사에 참여했어요. 그 사이 평양, 개성에 두세 번 갔고, 2009년 평양에 다녀온 것이 마지막이었죠. 2010년 5.24 대북제재조치로 교류가 끊겼으니까요. 남북한 당국 고위급회담에서 사리원 양묘장과 병충해 예방을 하자고 합의는 했지만, 20년 동안 정부 교류 사업은 없었어요.
지금까지 북한에 나무 심기는 평화의 숲, 겨레의 같은 민간단체들이 모두 진행해 온 거죠. 하지만 조사와 점검이 어려워 그 성과를 말하기는 쉽지 않아요. 그래도 체계 있게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2007년 산림청이 통일부에 제안해 17개 대북지원 활동 민간단체들이 모여 '(사)겨레의 숲'을 만들었어요. 2년 뒤 북한과 합의해 처음으로 평양 인근에 시범조림지 100헥타르를 받고, 필요한 묘목 30만 본을 보냈어요. 2009년 조사목적으로 갔더니 심은 곳은 안 가고, 건너편 산에 가서 저기 심었다며 가리키더라고요. 평양 밖에 양묘장도 만들었지만 북한에서 안 보여줬어요.
북한 산림복구를 하려면 조림사업을 해야 해요. 그전까지는 양묘장을 만들어준 것밖에 없어요. 개성공단에서 나무 심기, 금강산에서 '신혼부부 나무 심기' 행사는 종종 있었죠. 안타까운 것은 처음 조림사업이 시작할 즈음 5.24 조치로 막힌 거예요.
그다음 성공 사례는 '평화의 숲'에서 금강산 관광지 아래 지역에 밤나무 단지를 조성한 거죠. 남한에서 밤나무 농장을 하신 분이 열정을 가지고 밤이 빨리 열릴 수 있는 수령 높은 묘목을 100헥타르에 심기 시작해 120헥타르까지 넓혔죠. 북한은 식량이 부족하니 열매 따는 수종을 좋아해요. 관리 인력도 배치해 밤나무 사이에 배추를 재배해 가져가게 했어요.
4∼5년하고 5.24 조치 이후로 가본 적이 없으니, 그동안 어떻게 되었는지 파악 못 하고 있어요. 병해충 방제 약제 전달하고, 솔잎혹파리 피해 방제해준 것이 전부죠. 한스자이델재단이 관리 대상 산림교육을 시작했다고 알고 있어요.
- 남북한 산림 협력에 연구자들 교류는 어떤가요?
2017년 12월 북한 김일성대학에서 산림과학대학을 만들었죠. 국토환경보호성, 산림연구원, 연구자들과 중국에서 세미나를 했어요. 문재인 정부가 남북협력을 하기 전 학술교류를 허용해 가능했어요. 남북한 산림 용어가 차이가 있어 국립산림과학원에서 '남북산림용어비교조사'를 연구하고 있어요. 2015년 중국 연길에서 북한 국토환경보호성 연구자들과 세미나를 하면서 '남북산림사전'을 발간하자고 제안했거든요. 분위기가 좋아지면 남북한 학자들이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연구하면 좋겠죠. 계획으론 2020년 사전 제작을 시작해보자고 했어요.
북한은 한대림, 남한은 난대림이잖아요. 나무 이름이 같은 것, 수종이 틀린 것도 있어요. 쉬나무는 북한에선 수유나무, 일본잎깔나무를 북한은 창성입깔나무라 해요. 한반도는 소나무 분포가 많으니까 북한도 높을 거예요. 금강소나무도 원래 금강산에 있던 것이니까요. 소나무 해충인 송충이, 솔잎혹파리, 소나무제선충이 문제잖아요. 북한도 똑같은 상황일 거예요.
- 북한의 산림복원 계획은 어떤가요?
'산림복구전투'라는 말을 써요. 우리 60∼70년대 군중 동원해 나무 심은 것과 똑같아요. 김정은 위 원장이 '산림복구전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묘목과 나무 모를 많이, 잘 생산해야 한다고 강조해요. 2015년부터 10년 계획 세웠고, 2017년까지 1단계로 양묘장 현대화사업을 마무리했을 겁니다. 올해가 2단계인데, 북한의 신문과 방송을 보면, '사름률'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해요. 산에 심은 나무를 살린다는 뜻인데, 우리는 '활착률'이라고 말해요. 뿌리를 강화한다거나 수분이 마르지 않게 억제하는 약제를 개발해요. 우리는 석유화학 제품이 많은 데 비해, 북한은 물자가 부족해 닥풀우림액을 만들어 묘목 뿌리를 담갔다 심으면 뿌리가 덜 마르는 것을 개발했어요.
- 남북 산림복원 협력사업이 잘 되기 위한 조건은 뭘까요?
일단은 북한이 세운 10년 계획을 존중할 필요가 있어요. 북한도 나름대로 산림조사 필요성 때문에 한스 자이델 재단 통해 산림조사 연수를 받고 있거든요. 산림복구는 장기 사업이기 때문에 계획을 잘 세워야 해요. 그러려면 산림조사가 정확히 되어야 해요. 황폐지 조사뿐만 아니라, 사방 대상지, 토양, 토양에 맞는 수종 등 과거에 남북교류가 없을 때 세계식량기구를 통해 북한 전체 산림조사를 시도한 적이 있어요. 그때는 북한이 거절했지만, 지금 제안하면 가능할 것 같아요. 우선 남북이 함께 전체 산림조사를 먼저 했으면 좋겠어요. 그것을 기반으로 북한 스스로 산림복원계획 10개년을 다시 만들어도 좋고, 사업별로 북한과 협의해 우선순위에 따라 차근차근해나가야죠.
우리가 연간 10만 헥타르에 나무를 심어 20년 걸렸듯이, 북한도 17∼18년 걸리겠죠. 남한처럼 나무 심기를 한다는 조건으로. 그때는 정부와 국민 모두가 나무 심기에 전력을 다했을 때니까요.
- 나무에 대한 남북한의 인식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북한사람들에게 나무는 생존과 관련돼요. 우리는 치유와 생태계 보전을 생각하지만, 60∼70년대는 우리도 마찬가지였어요. 나무를 잘라 먹고 살았으니까요. 도벌도 많았어요. 그때 사진을 보면 지금 북한보다 남한이 더 황폐했어요. 북한에선 조림사업을 해봐야 봄에 심어 겨울에 뽑아 땔감으로 쓴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북한에 나무만 심고, 묘목만 줄 것이 아니라 식량, 에너지도 같이 줘야 해요. 북한주민들이 심은 나무를 훼손하지 않도록 하는 정책을 갖춰야 하는 거죠.
우리도 경제개발과 산림녹화를 같이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봐요. 시골까지 연탄을 배급할 수 있도록 '동력자원부'에서 광산에 보조금 주며 석탄 캐고, 철로 만들어 강원도에서 서울까지 연결하고, 시골까지 연탄이 배달하도록 체계를 만들었어요. 시골에도 농공단지를 만들어 소득을 올리게 해 연탄, 연료를 사는 것이 산에 가서 나무하는 것보다 훨씬 유리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산에 안 간 거예요. 앞으로 나무, 식량, 에너지 관련 부서가 같이 협력해 지원해야 해요. 국무총리실에 추진단을 꾸려 협력해야 가능해요. 북한도 경제발전하려면 우리와 마찬가지로 '녹색인프라'와 '경제인프라'를 같이 해야 하는 거죠.
- '한반도 금수강산 복원 프로젝트'를 제안하셨는데, 남북한 산림협력에 대한 바람이 있다면?
'한반도 금수강산'이란 말은 남북한이 쓰는 말이잖아요. 북한은 '황금산 보물산으로 전변시키자'고 말해왔어요. 금수강산 복원프로젝트에 여러 사업을 넣을 수 있겠죠. 나무 심기 말고도 북한의 토양은 산들이 경사도 높다보니 흘러내려 위험하니 사방사업을 해야 해요. 우리도 그랬듯이 병해충사업, 치산녹화를 북한에서도 해봤으면 해요. 사람이 많이 사는 황해남도, 평안남도가 가장 심각해요. 일단 황폐된 곳에 먼저 나무를 심어 토양을 안정화시켜야 해요. 아카시아, 리기다소나무는 토양에 양분이 없다 하더라도 스스로 질소 고정해 녹화가 된 거잖아요. 생태계가 보전된 곳은 생태적으로 안정화될 수 있도록 남북이 협력해 가야지요.
북한 산림 복구를 위해 생태계 전문가와 황폐지 복구 전문가들이 개념이 달라 국내에서도 더 논의가 필요해요. 무엇보다 북한의 의견을 따라야겠죠. 우리나라는 가장 짧은 기간에 치산녹화에 성공한 나라로 인정받아요. 북한 산림복구를 위해서 남쪽의 20년 경험이 중요해요.
-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소감이 어떠신가요?
지금까지 디엠지나 민통선 지역은 군사시설이 있어 산림 훼손 지역부터 먼저 산림복원을 시작해보자, 남북관계가 좋아지면 위쪽으로 올라가자는 구상이 있어요. 관련법도 만들었고 접경지역의 남쪽을 먼저 하다 보면 경험과 기술이 쌓여서 좋은 시도라고 생각해요.
4.27 남북 정상회담에서 남북한 산림복원 협력사업이 이야기되면 좋겠어요. 북한의 나무 심기도 계절이 있어서 이번에 묘목이라도 북한에 가져가 심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아시아녹화기구, 생명의숲에서 묘목 준비도 하고 있으니 빨리 시작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우선순위에서 밀리겠죠. 비핵화, 평화가 우선이긴 하니까요.
(해당 인터뷰는 4월 27일 첫 남북정상회담 이전에 진행됐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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