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안철수-유승민 결합하면 보수가 달라진다고?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안철수-유승민 결합하면 보수가 달라진다고?

[최창렬 칼럼] 한국 보수는 왜 몰락하나

정당 간의 적대적 대립은 1987년 민주화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의 근본적 원인은 한국 보수의 기원에서 찾을 수 있다. 해방 공간에서 이승만과 한민당 등은 반민족특별위원회를 해체하고 미 군정과 함께 친일 청산을 무위로 돌렸다. 현대정치적 맥락에서의 한국 보수의 뿌리는 친일 청산의 실패라는 역사적 사실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물론 친일과 보수가 등치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들은 미 군정과 정부 수립 때부터 일제 때 부역의 대가인 기득권을 십분 활용하면서 한국사회의 지배계급, 즉 기득 세력으로 군림했다. 4.19 혁명으로 이승만의 독재가 무너졌지만 사회경제적 개혁의 구조가 수반되지 않는 '절반의 혁명'은 이들의 건재를 가능케 했고, 이후 박정희의 군부 정권은 경제와 안보 논리로 쿠데타 정권을 연명했다. 이들 세력의 근간은 군부, 관료, 재벌의 삼각 축이었고, 이들 쿠데타 동맹은 사회경제적 지배 세력으로 군림했다.

따라서 한국 보수는 이승만과 박정희에 기원을 둔 세력이며 안보를 명분으로 하는 냉전적 사고에 기반하고 성장지상주의를 지향하는 세력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의 보수는 기득권 계급의 다른 표현에 불과하다.
1987년 직선제 개헌은 독재의 마감을 상징하는 최소한의 민주주의를 확보하는 의미를 지녔다. 이는 선거의 주기적인 실시와 부정이나 불법이 개입되지 않은 상태에서 치러지는 선거민주주의의 확립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당시 대통령 직선제 개헌은 개발독재 시대의 자본의 압도적 우위에 기인하는 계급 모순과 권위주의적 사회 체제의 변화를 위한 제도적 개혁과는 거리가 멀었다. 또한 사회적 균열이 제도권에 반영되고 권위주의 체제에서 소외된 사회적 계급의 이해를 표출할 수 있는 정당체제의 확립을 담보하지도 않았다.
개헌에 참여한 세력들은 애당초 수구적 기득 구조의 혁파에는 관심이 없었다. 권위주의적 방식의 국가주도의 산업화의 결과 사회적 불평등과 특권 구조의 온존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관행의 타파는 애당초 개헌의 의제와도 무관했다. 개헌에 의한 이른바 87체제는 기득권 체제의 공고화를 결과했다.
1987년 개헌 이후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한 보수정권은 여전이 냉전적 사고에 입각한 안보논리를 보수 진영을 강화하는 기제로 활용했고, 자유주의적 기본권과 생존권 보장의 수준은 권위주의 시대와 차별화되지 않았다. 노동과 지식인을 중심으로 하는 정권 비판 세력은 제도권 밖에서 운동의 형태로 대중의 정치적 에너지를 표출했고 이는 진보진영으로 범주화되었다.

이러한 구도는 보수와 진보의 상시적 대립이라는 정치사회적 패러다임으로 굳어졌다. 결국 보수와 진보 어느 정권이 집권하더라도 정당의 적대관계가 지속되는 이유는 한국 보수의 기원에서 찾을 수 있다. 이들 세력은 박정희 정권의 민주공화당, 제5공화국의 민주정의당, 보수정당들의 합당의 결과 탄생한 민주자유당, 이의 후신인 신한국당, 한나라당, 새누리당과 자유한국당으로 이어지는 세력이다. 바른정당 역시 안보 보수의 냉전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보수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냉전주의에 편승한 안보 이데올로기와 성장주의의 경제논리는 지금의 한국의 불평등과 기득권 구조를 공고화하는데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 통합 행보에 박차를 가하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 ⓒ연합뉴스

결국 한국 보수의 중심에는 이승만과 박정희가 있다. 그들은 안보와 경제의 전략적 연대와 전술적 공존으로 기득권을 유지하고 그들의 세력의 토대 위에 정권을 보위했다. 이명박의 경제보수와 박근혜의 안보 보수는 한국 보수를 집약적으로 망라했고, 주권자가 제한적으로 위임한 권력을 사유화했다. 이는 헌정 유린과 국기 문란을 결과했다.
박근혜 탄핵은 권력을 사유화하고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을 구분 못한 부패한 세력에 대한 단죄임과 동시에 지배계급으로 군림해 왔던 낡은 보수의 퇴출이라는 시대적 당위의 의미를 지닌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권력기관을 동원한 사찰과 공작정치는 유신 권위주의 시대의 데자뷔다.

권위주의적 통치방식과 인민주권 인식의 부재는 필연적으로 한국 보수의 몰락을 가속화한다. 보수의 위기는 구조적이다. 보수의 대선 패배와 제1야당 자유한국당의 지지율 정체를 정치공학적 측면에서만 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과의 통합이 중도보수를 견인할 수 있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보수의 새로운 리더십을 구축하지 않으면 보수의 미래는 없다. 정치철학에 근거한 한국보수의 가치를 정립하지 않으면 보수는 퇴행적이고 구태한 낡은 보수의 함정을 빠져나올 수 없다.
퇴행적 기득권을 대표하는 보수에서 진보보다 더 리버럴한 보수를 확립할 때 진보 세력도 건강해 진다. 정치가 현실에 기반하지만 정치공학은 납득할 수 있는 최소한의 명분이 있어야 한다. 안철수와 유승민의 당 통합 시도가 이러한 보수의 새로운 가치의 재정립이라는 철학적 성찰에 기초하고 있는지를 그들 스스로 자문해 봐야 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최창렬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다양한 방송 활동과 신문 칼럼을 통해 한국 정치를 날카롭게 비판해왔습니다. 한국 정치의 이론과 현실을 두루 섭렵한 검증된 시사평론가입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