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보호위원회 환경건강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는 서울대 환경보건센터장 홍윤철 교수를 만나 '독성 생리대 사태'에 관해 물었다.
- 여성이 생리 특성 탓에 유해화학물질 축적과 대사과정에서 더 많은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환경보건'에서 여성의 몸은 남성에 비해 어떤 취약점을 가지고 있나요?
우선은 여성이 남성보다 대체로 체구도 작고, 폐도 작습니다. 우리가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아마도 여성호르몬 때문인 것 같은데, 같은 농도로 바깥 물질에 영향을 받으면 특히 폐 기능은 여자가 떨어집니다. 그런 연구가 꽤 많이 있습니다. 특히 젊은 여성부터 폐경 전까지는 바깥 요인에 대해 여성이 더 민감한 것 같아요. 역시 여성호르몬이 일정하지 않고, 월경주기와 맞춰 변할 때 모든 것에 취약해지죠. 특히 환경호르몬 가운데는 여성호르몬 에스트로젠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여성이 좀 더 취약할 수 있어요. 몸속 축적도 남성보다 여성이 지방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팔 같이 정상 지방이 많을 뿐, '복부지방'처럼 불필요하고 유해한 물질의 저장소 역할을 하는 지방은 여성이나 남성이 비슷해요.
- 지난해 교수님께서 발표한 연구 '임신 기간에 저농도라도 비스페놀에이에 노출되면, 뇌가 영향을 받아 사회적 행동 장애가 생기고 이것이 다음 세대로 넘어갈 수 있다'를 읽고, 환경호르몬이 후대까지 유전될 수 있다는 결과가 충격을 주었습니다
임신한 여성이 환경오염물질에 노출되면, 아이에게 동시에 노출된 거죠. 이미 다음 세대에 대물림한 거예요. 그 아이는 이미 몸 안에 난소, 정소를 갖고 있어요. 이미 영향받은 생식세포를 갖고 있기 때문에 그 아이가 커서 다시 임신을 하거나 자녀를 낳을 때 영향 받은 세포가 후대에 영향을 준다는 결과입니다. 3세대까지는 확실하게 갈 수 있다는 거지요. 보통 '유전'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유전자가 바뀌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꼭 그렇지 않을 수 있거든요. 유전자 코드가 바뀐 것이 아니고, 단지 유전자가 작동하는 방법이 영향을 받아 대물림되는 것이긴 해요. 과학으로는 '유전'이에요. 이미 한 번에 3세대가 영향을 받은 거죠.
-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환경독성에 많이 노출되며 살아간다고 하는데요. '생식독성'이 최근 생리대 사태로 알려졌고, 여성환경연대가 의뢰한 김만구 강원대 교수의 '생리대 유해물질 연구'가 국내 최초라고 합니다. 독성 생리대 사태 관련 식약처 발표를 어떻게 보시는지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항상 방어하는 태도를 보여요. 무엇이든 진실과 관계없이 우선 방어하고 덮으려고만 해요. 식약처 태도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이번 사건뿐만 아니라, '우리는 잘못하지 않았다' 항상 책임 회피잖아요. 무엇보다 진실규명이 먼저입니다. 국민들에게 피해가 가는 사실에 대해 누구나 알 수 있는 과학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먼저예요. 사실 강원대 김만구 교수가 맞는지, 식약처 자문교수들이 맞는지 제가 판단하고 싶지는 않고요. 속에 들어가면 맞고 틀리고가 아니라, 방법이 다른 거니까요.
이번 생리대 문제에서 제가 제일 아쉬운 것은 생리대에서 유해물질이 나오느냐, 안 나오느냐 논란인데,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봐야 하는 것 아니겠어요? 그런데 아무도 신경 안 써요. 그것 때문에 아픈 사람들이 있으면, 먼저 나서서 조사해야 하지 않겠어요? 식약처뿐 아니라 어느 부처도 관심이 없어요. 누가 조사하고 있어요? 아무도 안 하고 있어요.
기본 문제가 그런 거죠. 사람을 중심으로 안 보는 거죠. 사람의 건강부터 보고, 그다음에 다른 것도 같이 봐야 하지만, 자기 부서에서 할 일만 챙기는 거예요. 원래 문제는 사람 때문에 생긴 것인데, 정작 질병관리본부도, 환경부도, 식약처도 안 들여다봐요. 생리대 문제를 조사한다면 국립환경과학원에서 해야 하는데, 과학원은 생리대는 생활용품이니까 조사대상이 아니라고 하고…. 조직이 없어요. 그러니 지금까지 전부 다 해결이 안 되고 있잖아요. 사건이 엄청 커진 뒤에 사후 수습했던 것이 가습기살균제 사건이잖아요.
- 여성건강을 위한 환경보건정책에서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요?
현재 식약처는 식품과 의약품 관련 위해성을 어떻게 관리할지, 환경부는 환경물질 중심으로 관리하고 있어요. 사람을 중심에 놓고 사람의 문제를 갖고 풀려고 하지를 않고, 매체나 생산품을 관리하려고 하는 거죠.
항상 사람의 문제를 놓치는 경우가 많은 거예요. 가습기살균제도 그랬고, 사실은 계속 나오는 문제거든요. 특히 식약처도 사람의 건강이 먼저가 아니라, 제품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를 따져요. 그 두 가지가 떨어질 수는 없지만, 시각의 차이는 분명히 있어요. 시각의 차이가 사람이 중심이 아니면, 결국 계속 이 문제들은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을 것이라고 봐요.
제가 주장하는 것 가운데 하나는 우리는 이른바 생활유해용품, 화학물질, 환경보건을 사람 중심, 사람의 건강을 중심으로 두고 다루는 조직이 우리나라에는 없다는 겁니다. 중국은 규모가 큰 환경보건센터가 있고, 미국도 '청' 같은 큰 규모예요. 우리는 국립환경과학원의 환경보건부서가 '부' 수준으로 있어요. 유일한 전담조직이에요. 큰 나라들은 복지부에도 있고 환경부에도 있어요. 우리는 둘 다 없죠.
문제가 너무 큰데, 직원 몇 명으로 담당하느냐 해요. 앞으로 이런 문제는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늘어날 거예요. 환경보건 협치(거버넌스)를 맡을 수 있는 '국립환경보건원' 같은 정부조직이 필요해요. 지금은 그런 문제들이 해결이 안 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사그라지기를 바라는 거잖아요.
- '여성건강'을 위해 개선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요? '환경독성'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로 가기 위해 우리 사회 무엇을 해야 할까요?
저는 산모를 주로 연구하는데, 환경과 관련 모자보건, 엄마, 임산부는 아이의 건강까지 영향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중요한 것이죠. 만성병, 당뇨, 고혈압 같은 성인병들이 어렸을 때 엄마 뱃속에서부터 영향을 받아 생긴다는 연구가 많습니다. 많은 병이 엄마 뱃속에서 태어나서 1세, 2세에 상당 부분 정해지는 것이거든요. 아토피, 알레르기, 성인병과 비만도 다 그때 영향을 받는다는 거예요. 임신한 산모, 엄마는 제일 중요한 거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관심을 갖고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해요.
여성이 환경물질에 더 많이 노출되는 것은 집에서 많은 시간은 보내면서 생활용품에 그만큼 지속해서 노출될 기회가 많기 때문이죠. 사실은 과거보다 갈수록 화학용품 생산이 많아지고 다양한 물품이 계속 생활공간 곳곳에 들어와 쓰게 되니까요. 위협요인이 그만큼 많아졌어요. 하지만 우리 보건체계가 특별히 더 나빠진 것은 아니에요. 화학물질은 많아지고 사회 변화는 더 빨리 일어나니까 관리 수준이 높아져야 하는데 그 변화속도에 발맞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생활용품에 들어있는 환경독성물질에 좀 더 취약하다고 할 수 있어요. 생식과 출산이라는 면에 있어 남성과 다른 탓이에요.
하지만 생활용품이나 여성위생용품 관련해 여성건강을 지키기 위한 특별한 정책은 거의 없거든요. 가임기 여성은 어린이, 노인과 같이 취약인구로 인식하고 관리하는 정책이 필요해요. 또 생활용품에 의한 환경독성 문제는 책임이 크기는 하지만 정부나 전문가들에만이 맡겨진 일이 아니에요. 기업과 시민 참여 없이는 문제를 발견하는 것부터 시작해 해결까지 어느 하나도 이뤄나갈 수가 없어요. 정부, 전문가, 시민, 기업이 같이 해결해나간다는 정신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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