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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억? 200억? 186억? 원전수주 '뻥튀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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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억? 200억? 186억? 원전수주 '뻥튀기' 논란

지나친 '성과주의 집착'…"청와대 홍보팀의 승리"

한국전력 컨소시엄이 400억 달러(약 47조 원) 규모의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발전소 건설사업을 따냈다는 청와대의 발표를 두고 '뻥튀기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아직 확정되지 않은 계약까지 포함해 실적을 지나치게 부풀렸다는 것이다. 원전수주 과정에서의 이명박 대통령의 역할론을 두고도 뒷말이 적지 않다. 그 배경에는 집권 3년차를 맞는 이명박 대통령 특유의 '성과주의'에 대한 집착이 깔려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수주액은 200억 달러

우선 400억 달러의 내용부터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정부는 총 200억 달러 규모의 4개 원전 건설비용과 향후 60년 간의 연료공급, 폐기물 처리 등 운영지원 명목으로 200억 달러를 합쳐 수주액을 400억 달러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번 원전수주 계약의 수주액은 원전 건설비용 200억 달러뿐이다. 운영과 관련된 부분의 계약은 원전을 완공한 뒤 별도로 체결해야 한다. <로이터>나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외신과 <걸프뉴스>등 UAE 현지 언론들도 이번 수주액을 200억 달러로 보도하고 있다.

국내 언론은 정부의 발표액 그대로 이번 원전수주 실적을 400억 달러로 보도하고 있다. 한전 컨소시엄이 시공을 책임지게 된 만큼 추후 운영계약까지 따낼 가능성이 높다고 해도 정부의 공식 발표액수가 실제 수주액의 2배로 부풀려진 것이다.

공사금액인 200억 달러를 두고도 정부의 발표와 한전의 공시금액 사이에 차이가 있다. 한전은 28일 원전공사 금액을 22조150억 원으로 공시했다. 현재 원달러 환율이 1183.6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약 186억 달러다. 정부의 발표액과는 14억 달러의 차이가 난다. 이에 대해 정부는 2020년까지의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추정치라고 설명하고 있다.

게다가 한전 컨소시엄에는 한국전력, 현대건설, 두산중공업, 삼성물산 등 국내 기업뿐 아니라 일본 도시바와 그 자회사인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포함돼 있다. 도시바는 증기터빈과 발전기 기술, 웨스팅하우스는 원자로와 펌프 기술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이들 업체가 원전 핵심기술을 제공하는 데 들어가는 기술료는 약 200억 엔(2억 1800만 달러) 정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 29일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아 자리에서 이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은 UAE 원전수주 성과를 재차 언급하며 함께 박수를 쳤다. ⓒ청와대

"원전은 최고 보안시설, 도와야 하지 않겠나"…UAE에도 파병?

이번 원전수주 과정에서 약속한 UAE에 대한 군사적 지원문제를 두고도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정부가 '400억 달러 원전수주'라는 장밋빛 전망 외에 UAE에 대한 비(非)경제적 인센티브 항목은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지난 달 두 차례 UAE를 비밀리에 방문해 양국 간 군사교류협력 협정(MOU)을 체결했다. 이 협정에는 양국의 군사교류를 동맹국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28일 원태재 국방부 대변인은 "양국은 협정을 통해 방산기술 교류와 군 교육훈련 협력, 군 고위인사 교환 등을 실시하기로 했지만 구체적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밝혔다. UAE는 전투기 조종사 훈련과 모의전투시스템(마일즈) 도입, 항만 방어체계 구축 등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UAE 원전 현장에 우리 군 병력이 파병될 가능성까지 점쳐진다. 같은 날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어떤 나라든 원전시설은 최고의 보안시설이 아니냐"면서 "어떻게 관리하고 지킬 것인지에 대해서 우리가 도와야 하지 않겠느냐"고 가능성을 열어 뒀다. 실제로 정부 내부에서는 민간 경비병력 외에 군 병력을 UAE 현지에 파병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통보' 받고 UAE 날아간 MB "기업인 출신이어서 막판 담판 가능했다"

원전수주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역할론을 둘러싼 논란도 증폭되고 있다. 청와대는 "이명박 대통령이 없었다면 이번 원전수주는 불가능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 이 대통령은 이번 원전수주에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무게추가 프랑스 쪽으로 기운 11월 초부터 직접 모하메드 UAE 왕세자를 전화로 접촉해 설득에 나섰고, 한승수 전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사절단을 파견하는 한편 한전 컨소시엄의 프리젠테이션까지도 이 대통령이 직접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불가능했던 일을 이 대통령이 UAE로 날아가 성사시켰다"는 식의 청와대의 언론홍보 전략은 사실과도 다를 뿐더러 지나친 '이미지 정치'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원전수주 성과는 사실 청와대 홍보팀의 승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텔레비전 9시 뉴스 시간에 UAE 현지에서 이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갖고 원전수주 사실을 발표한 대목도 청와대 홍보라인의 '작품'이다.

이 대통령은 코펜하겐을 방문하고 있던 지난 18일 UAE로부터 '최종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이 대통령이 UAE 현지를 방문한 시점(26일)에 이미 한전 컨소시엄의 원전수주는 확정적이었고, 이 대통령도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들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결과는 아직 모른다"고만 밝혀 왔다.

이명박 대통령 본인도 연일 'UAE 원전수주'라는 낭보를 언급하며 홍보전에 직접 뛰어들었다.

이 대통령은 28일 저녁 중소기업인들과 가진 '깜짝 송년회' 자리에서 "내가 정치를 해 온 사람이라면 (수주에) 실패할 경우의 이미지 손상을 걱정해서 (UAE에) 안 갔겠지만 기업인 출신이기 때문에 막판 담판을 지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전 라디오 연설에서 이 대통령은 "올 연말에 우리나라에 큰 복이 다가왔다"며 "내년은 국운 융성의 해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9일 오전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국제사회 원자력 건설 판도로 보면 우리의 진출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면서 "2012년까지 우리 원자력 발전의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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