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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 본 김에 제사' 김무성의 딜레마, 그리고 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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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 본 김에 제사' 김무성의 딜레마, 그리고 숙명

[시사통] 이슈독털 10월 30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어제 포항 영흥초등학교를 찾아 또 다시 논란의 한가운데 섰습니다. 이곳에 세워진 부친 김용주의 흉상 앞에 친일 의혹 반박자료집 등을 바쳤기 때문인데요.

역사 교과서 국정화 파동 국면에서의 김무성 대표 행적을 두고 다수는 떡 본 김에 제사 지내는 차원으로 풀이합니다. 어제의 영흥초등학교 방문도 같은 맥락에서 읽고 있고요. 부친 김용주의 친일 문제를 전면화 함으로써 대선전에서 불거질 부친 친일 논란의 김을 미리 빼버리려 한다는 분석이죠.

이런 분석은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 있습니다. 김무성 대표가 수동적으로 부친 친일 의혹을 해명하는 게 아니라 선제적으로 부친 행적 미화를 시도한 점을 고려하면 기획된 전략이자 연출된 행동으로 읽는 게 맞을 겁니다. '선빵'을 때림으로써 상대의 예봉을 무디게 하는 전략인 것이죠. 이런 분석의 강력한 근거는 국정화 파동이 일기도 전인 지난 8월15일에 '광복70주년 기획'이라면서 김용주 평전을 출간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런 분석이 완결태가 되려면 하나가 마저 규명돼야 합니다. 김무성 대표의 전략이 '밑져도 본전'은 될 수 있는 보증이 있는가 하는 점을 살펴야 합니다. 부친 김용주의 친일 행적 논란이 아무리 거세져도 지지층이 김무성 대표에 대한 지지와 믿음을 철회하지 않는다는 보증인데요. 김무성 대표의 전략엔 이런 보증수표가 담겨있을까요? 있는 듯합니다.

김무성 대표는 어제 부친 김용주의 흉상 앞에 서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요새 좌파에게 아버지가 친일파로 매도당하는데 내가 정치를 안 했으면 이런 일이 없는데 자식 된 도리로 마음이 많이 아프다"고요.

이 한 문장에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김무성 대표가 뭘 믿고 도박에 가까운 정치역사적 도발을 하는지, 그 연유가 모두 담겨있습니다.

김무성 대표는 두 개의 코드를 깔았습니다. 하나는 진영논리이고, 다른 하나는 효심입니다. 부친 김용주의 친일 의혹 제기를 좌파진영의 정치적 매도로 묘사함으로써 우파진영의 진영논리를 자극하고, 자식 된 도리를 강조함으로써 인지상정을 부각시키는 겁니다.


김무성 대표가 이 두 개의 코드로 마음을 움직이려고 하는 대상은 좌파에 넌더리를 내는, 아울러 효심에 감동을 받을 사람들입니다. 바로 장년층 이상 노년층 중심의 보수 성향 유권자들입니다.

이렇게 정리하면 김무성 대표의 행보는 정석 플레이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가치의 영역이 아니라 공학의 영역에서만 살피면 아주 기본적인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구멍은 어디에나 있는 법이죠? 정석에도 구멍은 있기 마련입니다.

김무성 대표는 대권을 노리는 사람입니다. 따라서 자기 지지기반을 구축하는 건 필수입니다. 지지기반 구축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이전 리더의 지지기반을 승계하는 방법과 이전 리더와 차별화를 꾀함으로써 새로 창출하는 방법입니다. 김무성 대표의 문제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김무성 대표가 의지하려는 장년층 이상 노년층 중심의 보수 성향 유권자는 박근혜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입니다. 따라서 이들을 온전히 자신의 지지기반으로 삼으려면 박 대통령으로부터 후계자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김무성 대표는 비박입니다. 언론의 구분법은 둘째 치고 박근혜 대통령 스스로 김무성 대표를 비박 취급합니다. 이런 박 대통령이 자신의 지지기반을 김무성 대표에게 무상 인도할 가능성은 별로 없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갈림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아주 간단하고도 단순한 상상, 박 대통령의 승계자를 자처하는 김무성 경쟁자가 출현해 그의 부친 김용주의 친일 행적을 공격하면 어떻게 될까요? 좌파진영이 아니라 우파진영 안에서….

김무성 대표는 어제 영흥초등학교 방문 직후 경북 포항남·울릉 당원협의회 당원교육 축사를 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날까지 레임덕 없는 대통령을 만들겠다. 제가 박 대통령의 개혁을 위해 항상 선두에 서고 새누리당이 뒷받침하겠다"고요.

김무성 대표는 이렇게 '요령소리'까지 내면서 무상 인도가 아니면 유상 인도라도 해달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딜레마적 상황을 인지하고, 자신의 숙명을 받아들이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그래도 결과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김무성 대표가 지지기반을 새로 창출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지만 박 대통령 지지층을 승계하는 것은 더더욱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미 전 국민이 알고 있지 않습니까? 박 대통령은 차갑다는 사실을….

김무성 대표가 이 사실을 모를 리 없는데도 요령소리를 내는 걸 보면서 새삼 확인합니다. 갈망은 종종 왜곡된 인식을 가져온다는 사실, 정치인이 가장 못 하는 게 자기 객관화란 사실입니다.

이 기사는 <시사통> 이슈독털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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