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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진이 찍은 유승민, 사퇴는 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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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진이 찍은 유승민, 사퇴는 수순?

[시사통] '일진의 왕따 악습'

국회법 개정안 재의가 무산되자마자 모든 시선은 유승민에게로 쏠립니다. 그가 언제 어떤 모양새로 관둘지 시선을 집중시킵니다.

퇴진은 기정사실인 듯합니다.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어떤 모양새의 퇴진이 될지는 아직도 미지수입니다. 유승민 원내대표가 자진해서 사퇴하는 모양새가 될지, 아니면 의총에서 불신임을 받아 끌어내려 지는 모양새가 될지는 여전히 안갯속입니다. 김무성 대표는 '더 큰 정치를 위한 백의종군'을 권유했지만 유승민 원내대표는 '신임 투표'를 요청했다는 후문이 전해지고 있으니 줄다리기는 여전히 진행 중인 듯합니다.

ⓒ연합뉴스

이 지점에서 관점을 분명히 세울 필요가 있습니다. 유승민의 사퇴 모양새를 점치는 게 아니라 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다는 말인데요. 이렇게 말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유승민 사태엔 우리 사회의 어둡고 찌질하고 폭력적인 면모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국회법 개정안에 같이 찬성표 던져놓고 인제 와서 혼자 덤터기 쓰라고 요구하는 점에서 그건 '희생양 세우기'입니다. 사실 잘못한 건 없지만 여권 공멸을 피해야 하니까 억울해도 짊어지라고 요구하는 점에서 그건 '제물 바치기'입니다. 아무 문제의식 없다가 최고 권력자가 핏대 올리니까 '음메, 기죽어'하는 점에서 그건 '줄서기'입니다. 논리는 뒷전으로 제쳐놓고 숫자를 앞세워 윽박지르는 점에서 그건 '찍어누르기'입니다. 한 문장으로 축약하면 그건 '일진의 왕따 악습'입니다.

각종 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보다 유승민 원내대표에게 여론이 쏠리는 결과가 나오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일진의 왕따 악습'은 학교에서뿐 아니라 직장에서도 일상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요, 매일 같이 진저리치는 폐습입니다. 저 멀리 정치권에서나 연출되는 남의 일이 아니라 내 일상 속에서 쉴 새 없이 벌어지는 내일입니다. 그렇기에 유승민에게 감정이입을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유승민의 길은 명확합니다. 당하는 것입니다. 자진해서 관두는 게 아니라 강제로 끌어내려 지는 것입니다. '일진의 꼬붕들'에게 밟히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다수의 동질감을 다수의 응원으로 전화시키고 이걸 정치 자산으로 축적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건 추상적인, 나아가 순진한 이야기입니다.

유승민 원내대표에게 실제적 힘이 되는 여론은 이런 평균치가 아닙니다. 여당 지지자와 야당 지지자, 보수 성향과 진보 성향을 가리지 않고 뭉뚱그려 평균 낸 이런 여론이 아닙니다. 유승민 원내대표에게 미래의 정치 자산이 될 여론은 여권·보수 성향 국민들 사이에서의 동질감입니다.

하지만 유승민 원내대표의 입장에서는 유감스럽게도 이들 내에서의 동질감이 그리 크지 않습니다. 오히려 '배신자'의 '배은망덕'에 대한 지탄이 높은 게 현실입니다.

이런 현실을 고려할 때 김무성 대표가 유승민 원내대표에게 했다는 말, '더 큰 정치를 위한 백의종군'은 감언이설에 가깝습니다. 기실은 '본전 사수를 위한 밑바닥 구르기'인데 말만 번지르르하게 꾸며 사탕발림한 것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강제로 끌어내려 지는 길이 미래를 열어주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배신자' 낙인에다가 '분열자' 또는 '반항아'의 낙인이 추가로 찍힐 공산이 큽니다.

유승민에게는 '지는 게 이기는 것'이 아니고, '죽는 게 사는 것'도 아닙니다. 여차하면, 아니 십중팔구는 '그냥 지고' '그냥 죽는' 것입니다.

유승민이 십중일이의 가능성을 움켜쥐고 있다가 재기 또는 부활의 동력으로 삼는 경우가 있습니다. 합리보수·개혁보수의 정체성을 굳건히 하는 것입니다. 이를 토대로 선거국면에서 새로운, 그리고 유연한 리더십 수요를 타고 부활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또한 기대난망입니다. 합리보수·개혁보수의 정체성이 유승민 브랜드가 되기 위한 선결조건은 원내대표직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원내대표로서 합리와 개혁의 씨를 노선과 정책에 실제로 뿌리는 것입니다. 이것이 아니라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그저 일 개인의 주장으로 외치는 건 큰 힘이 되지 못합니다. 오히려 그런 주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노선과 정책을 비판하는 결 위에서 나온다면 패배자의 뒷담화 수준으로 격하되기 십상입니다.

정치가 이렇습니다. 일보후퇴가 이보전진이 아니라 뒷머리 깨지기로 귀착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은 게 정치 현실입니다.

이 기사는 7월 7일 <시사통> '이슈 독털' 내용입니다. (☞바로 가기 : <시사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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