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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H 요청'을 BH는 "몰라"…엉망진창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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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H 요청'을 BH는 "몰라"…엉망진창 청와대

병원 발표는 대통령 지시, 발표 책임은 아무도 안 진다?

지난 6월 7일 정부의 '메르스 환자 경유' 병원명 공개 발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해 온 청와대가, 발표 당시 "환자가 단순히 경유한 18개 의료기관은 감염 우려가 사실상 없는 병원"이라는 내용의 잘못된 발표 내용에 대해서는 누구 지시인지 "모른다"고 했다. 박 대통령의 '무오류성'을 경호하기 위해 청와대가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3일 국회 운영위원회의에서는 메르스 사태와 관련한 공방이 오갔다. 이 자리에서 이른바 'BH요청' 메모로 "경유 병원은 감염 우려가 없다"는 내용이 지난 7일 최경환 경제부총리(당시 국무총리 대행)에게 전해진 데 대해, 청와대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청와대가 모른다면 과연 누가 저런 지시를 했을까?

지난 6월 7일 최 부총리는 기자회견이 끝난 후 질의응답 과정에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BH 요청'이라고 적혀 있는 쪽지를 건네받았다. 쪽지에는 "환자가 단순히 경유한 18개 의료기관은 감염 우려가 사실상 없는 병원이다. 우리는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 그래서 병원 이용에는 차질이 없기 때문에 이 점을 감안해 주시길 바란다"고 적혀 있었다. 최 부총리는 이를 그대로 발표했다.

그런데 다음날인 6월 8일, 문제의 18개 병원 중 여의도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 동탄성심병원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 "감염 우려가 없다"는 BH 요청 메시지가 거짓으로 드러난 셈이다.

청와대 아무도 'BH요청' 몰라귀신이 지시했나?

그런데 이 지시 사상을 요청한 당사자는 아무도 없었다. 이병기 비서실장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의에서 "제가 지시한 적은 없다"고 했다. '누구 지시인지 모른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이 실장은 "네"라고 답했다.

이후 이 실장은 오락가락 답변을 내놓았다. 이 실장은 "경유 병원의 감염 우려가 없다는 것은 보건복지부 판단 인가"라는 질문에 "당시 판단으론 그렇게 보인다"고 했다. 이 실장의 말대로라면 문 장관이 자신의 판단을 BH, 즉 청와대를 사칭해 최 부총리에게 쪽지를 전달했다는 것처럼 들릴 수 있다.

이후 담당 수석인 최원영 고용복지수석은 "(BH요청) 저 내용은 저희가 저렇게 요청한 사실은 없다"고 부인했다. "본인이 모르면 청와대가 요청한 것이 아닌 것이냐"는 질문에 최 수석은 "저 업무를 담당하는 수석실이 저희이기 때문에 저희가 하지 않았으면"이라며 "제가 저런 요청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저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라고 발뺌했다. 최 수석은 "더 위에서(요청한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거듭 말했다.

이 실장은 엉뚱한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쪽지 내용에 대해 "그날(7일) 병원 공개가 청와대 지시로 한다는 뜻으로 저는 이해가 된다"고 얼버무렸다. BH요청 사항으로 "경유 병원은 감염 우려가 없다"는 내용이 카메라에 잡혔는데 "병원 공개가 청와대의 지시"라는 의미로 읽힌다는 것은 납득할 만한 설명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의당 정진후 의원은 "비서실장이 모르고 고용복지수석 모르는 상황에서 보건복지부 주무장관에게 (청와대 누군가가) 메모를 전달했고 읽은 사람은 다름 사람 아닌 (최경환) 총리 대행인데, 이렇게 직접적으로 메모를 읽을 수 있도록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라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어떻게 누가 전달했는데 장관이 아무 이유 없이 총리대행에게 갖다드리고 총리대행이 읽었는가. 누가 봐도 답이 명백하지 않느냐"며 "(메모의 원전달자가) 대단히 의심스럽다"고 했다. 그러자 이 실장은 "제가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확인해보겠다"고 답변하며 진땀을 뺐다.

박근혜 '무오류성' 증명하느라 진땀 빼는 참모들

청와대는 지난 7일부터 병원명 공개가 박 대통령의 3일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이날 운영위원회의에서도 같은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첫 확진 환자가 발생한 지 엿새만인 지난 5월 26일 박 대통령은 처음 문 장관으로부터 대면 보고를 받았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난 6월 1일, 박 대통령이 처음으로 메르스 관련 발언을 했다. 3일 민관 합동 '메르스 대응 긴급 점검 회의'를 주재한 박 대통령은 "가능한 공개할 수 있는 모든 정보는 모두 즉시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조건부 정보 공개' 지시를 했다. 그런데 결론은 "병원명 비공개"였다. 그리고 병원명이 공개되는데 나흘이나 걸렸다. (관련기사 : '메르스 병원' 비공개, 박근혜 결정이 아니라면…3일 청와대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이 과정에 대해 이병기 실장은 "5월 20일 (처음) 보고 받은 후 확실한 대책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박 대통령이) 수차례 하셨다"고 했다. 이 실장은 '3일에 병원 공개를 지시했는데, 왜 7일에 공개를 한 것이냐'는 질문에 "최선을 다해 공개 노력을 했다"고 엉뚱한 대답을 했다.

박 대통령의 '무오류성'을 입증하느라, 청와대가 진땀을 빼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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