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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도 안 지킨 공약을 내가 뭐라고…"

[재개발, 길을 잃다‧⑦] 조합장 선출되자 입장 바꾼 뉴타운 반대 대표

서울시 뉴타운 및 재개발 조합의 해산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의견 수렴 기한이 내년 1월 31일까지 1년 연장됐다. 이 기간 내에 주민 반대가 50%를 넘긴 조합은 해산할 수 있다. 2012년 시행된 뉴타운 출구전략의 연장선이다. 하지만 이 출구전략 역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재개발 지역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그리고 실제로 필요한 정책이 무엇인지를 짚어본다.
김인국(가명·73) 씨는 1989년 서대문구 북아현동으로 이사 왔다. 딸아이가 중앙여고로 배치를 받으면서였다. 이후 별 탈 없이 살아왔던 그였다. 2005년 12월, 자기 집이 뉴타운 구역으로 확정됐고 2008년 조합이 설립될 때만 해도 '그런가 보다' 싶었다. '조합에서 알아서 잘 하겠지' 믿었다.

하지만 생각 외로 뉴타운 사업은 지지부진했다. 2009년 12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뒤부터는 진전이 없었다. 마을 주민들 간 뉴타운 사업을 두고 갈라졌다는 이야기도 들려왔다. 어떻게 된 영문인가 싶었다. 서대문구청에서 뉴타운 사업 관련 주민설명회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시간을 내서 참석했다. 조합이 설립된 지 3년이 지난 2011년 6월이었다.

당시 조합장이 2010년 10월 업무상배임혐의로 구속되면서 뉴타운 사업 관련해서 주민들 불안이 커지고 있었다. 김 씨는 주민설명회에서 추가분담금 문제, 낮아진 사업성 문제 등을 듣게 됐다.

뉴타운 사업의 문제가 심각하다고 인지했다. 혼자서 컴퓨터와 책 등을 통해 뉴타운 사업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사이 새 조합장과 집행부가 선출됐다.
©프레시안(허환주)

억울함 호소하는 공대위 회원들

김 씨도 본격적으로 뉴타운 사업 반대 활동에 나섰다. 2012년 5월, 뜻이 맞는 몇몇 주민과 '울타리'라는 뉴타운 사업 공부 모임을 만들었다. 뉴타운 사업을 제대로 알고 대응하자는 취지였다. 일주일에 한 번씩 뉴타운 사업 관련 기사, 자료 등을 가지고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그러자 어디선가 소문을 듣고는 마을 주민 10여 명이 김 씨를 찾아왔다. 김 씨보다 앞서 뉴타운 사업 반대 활동을 해온 북아현2구역 뉴타운 사업 반대 주민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었다. 연배도 김 씨와 비슷했다.

그들은 김 씨를 만나자마자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야기는 이랬다. 이들이 공대위를 꾸리고 뉴타운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한 건 북아현2구역에 조합이 만들어지면서부터였다. 안 아무개라는 이가 뉴타운 사업 문제점을 주민들에게 알리면서 공대위가 만들어졌다. 사실상 공대위 활동은 안 아무개 씨가 주도했다. 지금의 김 씨와 비슷한 활동을 안 아무개 씨가 한 셈이다.

여러 일 중 조합을 상대로 시공사 선정무효 소송을 중점적으로 진행했다. 조합은 공개입찰을 통해 시공사를 선정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공사비가 더 들어 조합원당 5000만 원의 추가분담금이 들게 됐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공대위에 손을 들어줬다.

이후 조합장이 업무상배임혐의로 해임되면서 새 조합장으로 공대위를 이끌었던 안 아무개 씨가 선출됐다. 안 아무개 씨는 공대위 관계자들에게 자기가 조합장이 된 뒤, 조합을 해산시키겠다고 약속했다. 그 말만 믿고 공대위 관계자들은 그를 조합장으로 밀었다.
조합장 된 이후 안면몰수한 공대위 리더

하지만 안 아무개 조합장은 이후 손바닥 뒤집듯이 입장을 바꿨다. 언제 뉴타운 사업을 반대했느냐는 식으로 뉴타운 사업을 추진했다. 거침없는 행보였다. 과거 함께 활동했던 공대위 회원들이 조합장에게 따졌으나 '대통령도 공약을 안 지키는데 조합장이 뭐라고 공약을 지키겠느냐'며 되레 질타했다.

게다가 1심에서 이긴 시공사 선정무효 소송을 철회하는 일도 벌어졌다. 자기가 공대위 시절 직접 소송을 제기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조합장이 된 후, 안면몰수하고 이를 철회한 것.

공대위 관계자들 입장에서는 허탈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지난 몇 년 동안 십시일반 돈을 걷어 공대위 사무실을 운영한 일, 현 조합장이 굶지 않도록 식사 당번까지 정해서 밥을 먹였던 일 등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그간 밥 해먹인 시간이 아까울 지경이었다. 하지만 달리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공대위의 리더였던 사람이 빠져나가면서 공대위는 사실상 제기능을 못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김 씨가 운영하는 '울타리' 모임을 알게 된 공대위 관계자들이 읍소라도 하기 위해 김 씨를 찾아왔던 셈이다. 이후부터 김 씨가 안 아무개 역할을 맡았다.

서울시에 실태조사도 신청하고 조합 현장점검도 요청했다. 자연히 구청에서도 조합 현장점검을 진행했다. 서울시 실태조사에서는 비례율이 8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책정된 감정평가액에서도 11%나 낮은 금액을 보상받게 됐다는 이야기다.
©프레시안(허환주)
조합원 총회 한 번 하는데 6억200만 원
지난 2월 구청에서 발표한 조합 현장점검에서는 조합에 대한 지적사항이 책 한 권 분량으로 나왔다. 그간 조합이 사업추진비로 사용한 금액은 141억 원이다. 이 돈 중 50억 원은 설계비로, 그리고 30억 원은 OS요원 비용으로 사용됐다.

주목할 부분은 2011년 총회비용이었다. 6억2000만 원이 사용됐다. 총회 책자 제작비로 4000만 원, 비디오촬영비로 510만 원, 속기사 비용으로 230만 원이 소요됐다. 김 씨가 주변 시세를 물어보니 대략 10배 정도를 부풀린 금액이었다.

결국, '울타리' 모임 회원 등을 주축으로 지난 3월 21일 조합집행부 해임을 위한 임시총회가 열렸고 과반수 찬성으로 해임안건이 통과됐다. 자신들의 뒤통수를 때린 조합장에 대한 배신감이 컸다.

현재 김 씨는 뉴타운 사업을 중단하기 위해 조합원들에게 조합 해산동의서를 받고 있다. 전체 조합원 49%가 동의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나머지 1%의 해산동의서를 채우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조합장이 해임된 것은 누구의 탓도 아닌 자기 탓"이라며 "그가 조합장으로 선출된 뒤, 달라진 그의 행보로 인해 많은 이가 상처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씨는 "뉴타운 사업이라는 게 파면 팔수록 복잡하고 꼬인 사업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며 "또 무슨 일이 있을지 걱정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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